#영업 성공 노하우 : 우리는 회사의 대표! 임을 정중하게 상기시켜라.
(Photo : Cytonn Photography)
10년 전 우리 회사에 특정 솔루션을 담당하는 영업대표로 입사했다. 글로벌 NO.1 IT 회사답게, 다양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제품이 몇 개인지 세기가 사실 어려울 지경이다. 따라서 솔루션 마다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판매하는 전문 영업이 필요하니, 어카운트 영업대표와 별도로 솔루션 담당 영업대표가 많다.
데이터 관련 솔루션 담당으로 영업하던 시절, 고객사 담당영업팀인 제조팀에서 P사 조직도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직전 회사에서 마침 P사 영업대표를 담당하기도 했고 지인으로부터 고객사 조직도를 지속 업데이트받고 있던 나는 제조영업팀 팀장님을 찾아갔다. P사의 최근 인사이동 명단을 포함해서 조직도를 쫙~ 펼쳐 놓고, 내부 역학관계, 그리고 이번 인사조치의 배경까지 상세하게 설명드렸다.
우리나라에서 P사란? 단지 하나의 고객사라기보다 하나의 산업군!으로 볼 정도의 존재감이 있는 고객사다. 이런 고객 '영업대표'를 했던 경험, 회사를 옮겼고 지금 담당이 아닌데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고객사를 빠삭하게 꿰뚫고 있는 것에 감동하셨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으신다. 설명을 마치고 뒤돌아 나오는 나에게 팀장님이 한 말씀 덧붙이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같이 일합시다' 하고!
'솔루션 영업'으로 입사해서 3년, 당시 나는 '고객 영업'으로 자리를 바꾸고 싶다며 손을 높이 들고 있었다. 대기업 본부의 영업총괄 전무님께는 이미 단판인지? 면담인지! 끝내 놓고 기다린 지가 한 달여 되어가는 시점이다. 마침 '제조 영업팀'에 자리가 하나 생기고, 응시해 볼 기회가 생긴다.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몇몇 지원자가 있는 상황으로 호시탐탐 '고객 영업대표' 자리에 기회를 보고 있던 나로서는 이번 인터뷰에서 '한 끝 차이'를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1:1 인터뷰 일정을 잡던 어느 날제조영업팀 팀장께 전화가 온다. 차나 한잔 하자 하시면서 회의실이 아닌 카페로 자리를 옮긴다. 따신 커피 사이에 두고 뭘 좋아하는지? 주말에 주로 뭘 하는지? 그리고 아이들 남편 등 소소한 이야기로 시작하니 긴장되었던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참 이야기가 무르익을 때쯤, 얼마 전 P사 조직도 사건?을 언급하시고는 그때 참 인상적이었다! 하신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 주부터 일 시작합시다' 하고 마무리하신다. ‘한 끝 차이’를 고민하던 내게 기회는 그렇게 찾아왔고, 얼떨결에 제조영업팀 영업대표가 된다. 내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을 적극 공유했던 '선의'가 결국 오늘, 까치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아. 기. 다. 리. 고. 기. 다. 리. 던 제조영업팀 막내로 조인했다. 새로 들어온 막내 영업에게는 일명 '좋은 밭' 보다는 터프한 고객 즉 '자갈밭'이 주어지는 일이 흔하다. 분위기가 벌써 ‘자갈밭’ 담당은 따놓은 당상인 듯하다. 이제 시작하는 입장에서 좋은 것만 바랄 수 없지 싶다. 무엇보다 앞단에서 큰 그림 그리고, 전체를 코디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과, 이 일을 꼭 해내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일이니만큼 어카운트 상황은 내가 극복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Red Carpet 즉 인수인계 절차에 따라, 기존 영업대표 및 다른 솔루션 담당자 그리고 파트너로부터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듣게 되었다. 이 과정에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우와~ 정말 어려운 고객사 맡으셨네요!'였다. 계속 듣고 있자니 어쩜 그리 하나같은 피드백과 위로 일색인지, 어디 하나 좋은 데가 없다는 현실이 점점 피부로 와 닿았다.
어느 고객사는 이미, 우리 기준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어느 고객사는 아무리 설명해도 구매는 딴 나라 이야기라 한다. 또 어는 고객사는 당장 살 것처럼 당당하게 세미나나 교육을 엄청 많이도 요청하시고 과정이 끝나면 전화도 잘 안 받는다 하신다. 이런 무례한 고객들의 경우, 리소스 문제 등으로 당신들 요청에 거절이라도 할라치면 대번 노하시어 영업을 미워하거나 출입정지를 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왕래가 실제로 많이 줄었고 과정에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많았다고 한다. 다른 솔루션 담당자는 자기가 출입 정지도 당해봤다며 고객 담당자의 무례함을 강하게 어필해댄다. 이 분은 만약 내가 이 고객사를 맡는다면 자기가 도시락 싸 다니며 말리겠다고 한다. 헐 ㅠㅠ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소원하던 영업대표를 이제 막 시작했는데 인수인계 내용을 종합해보면 안 하느니만 못한다. 그러나 이미 빼박이 되었고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이제 나 스스로 정신 차리고 용기 내 보는일, 그것만 남은 게 현실이다.
빌 게이트가 매일 아침 되뇌었다는 그 말 '나는 할 수 있어! 오늘은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나도 따라 외쳐본다 힘. 차. 게. 애써 용기를 내보지만 용기의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글로벌 IT회사의 영업대표는 고객과 접점에 서 있다. 어떤 제품을 팔지? 어떤 파트너와 같이 갈지? 어느 레벨까지 어떻게 연결해서 또 어떤 타이밍에 비전을 제시하는 게 맞을지? 그것을 위해서 주변을 어떻게 Leverage 할지? 등 1차적인 결정을 모두 영업이 해야 한다. 영업대표는 상당한 권한을 가지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하는 '어마 어마한 일'이다!
IT 세상에서 영업대표는 고객을 찾아가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설명하는 일은 기본이다. 이때 고객이 이해하고 효용성을 인지하도록 하는 목적이니, 산업과 대상에 따라 시연과 제안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동시에 인력 시간 등 많은 리소스가 들어가는 PoC (Prove of Concept) 등 기술적인 검증테스트는 리소스 효용성과 투자 대비 효과를 반드시 고려해서 의사 결정해야 한다.
고객의 요청에 미친 듯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그러나 냉철하게 판단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제안에 응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안 하는 게 아니고 상황상 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고객에게 대응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Sweet Spot을 정확하게 찾고 적기에, 최적의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영업의 Capability이다
분위기는 '이미 바닥'에서 용기를 낼 원천의 힘을 찾고 있으나 어렵다. 그러는 중, Red Carpet은 이제 고객 측을 직접 소개해주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고객사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서 전임이 신임 영업대표를 소개하는 순서이다. 드디어 첫 번째 시내 한 복판에 자리한 고객사다.
첫자리이니만큼 일찌감치 가서 자리 잡는다. 따신 커피 한잔 놓고 전임 담당자가 기존 사업과 함께 조직구조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 준다. 낯선 고객이라 그런지 앞에서 읊어대는 조직 이름하고 구조들,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열심히 경청한다.
전임 영업 담당자는 고객의 현재 상황 설명하랴, 고객한테 문자 보내랴, 전화 한번 더 해 보랴, 부산~하다! 그렇게 약속시간은 벌써 30분을 넘어 1시간을 넘어가고 있다. 여러 번 문자와 전화에 대꾸가 없다. 전임 담당자한테 혹시나 약속이 잘못되었는지를 물었더니 고객이 직접 지정한 시간이라 한다. 그렇게 1시간이 훌쩍 넘어가니 우리는 다음에 다시 약속을 잡기로 하고 문자를 남겼다. 문자를 보내자마자 핸드폰이 울리며 지금 내려오겠노라 한다.
고객 접견실은 건물의 가운데쯤 층에 위치한다. 방문하는 우리도 입구층에서 방문 접수하고 올라가지만 고객도 사무실층에서 내려와야 하고, 사전에 미팅룸을 예약하고 만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나는 분명 오늘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멀리서 보는 순간 바로 느낌이 온다. 담당자는 게이트를 통과해서 헌병처럼 그렇게, 우리에게로 온다.
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거니 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인사를 나누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담당자 안색에 하나 변화가 없는 건 물론이고, 미안하다는 인사 한마디가 없다. 고객 담당자님 너무도 의연하게 묻는다 용건이 뭐냐? 고 누가 보면 우리가 지나가다 들른 줄. 헐 ㅠㅠ
잊지 못할 고객과의 첫 미팅은 그렇게 마무리되었고, H사 담당인 부장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건 말인지? 막걸린 지? 이해가 안 되는 대화를 주고받자니 머리가 띵해온다. 설마 이게 진심? 리얼은 아니겠지! 하는 심정으로 스스로를 다스려보지만 무례한 고객의 태도가 머릿속에 자꾸 맴돈다. 그렇게 인사도 아닌 어이없는 짧은 미팅을 마치고, 넉넉하게 뒤로 잡아놓은 두 번째 담당자에게 연락을 한다.
두 번째 담당자는 여자분으로 게이트를 통과하면서 웃으면 손을 든다.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다행이다!' 하는 생각을 한다. 오늘 이 자리는 새 담당자로서 첫인사를 나누러 온 자리이고, 상세한 내용은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싶어 말씀 끝에 마무리 인사를 건넸다. '제가 새로 맡게 돼서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고요, 도움 많이 부탁드립니다'
이 인사가 거슬린 건가? 생글생글 대리님은 온 데 간데 없어지고 뽀로통 대리님만 남았다. '새로 오신 영업대표님은 욕심이 차~암~ 많으신가 봐요!'라는 피드백을 받았고 '이건 뭐지?' 하는 사이에 생생한 메아리를 남기고 뒷모습으로 총총 사라진다. 윗사람도 아랫사람도 참 이상한 고객을 경험한 날이다. 귀 의심하기를 반! 앞날 걱정하기를 반! 그렇게 첫 번째 인수인계로 인해 나는 '충격적인 고객 문화 체험'을 하게 된다.
영업대표라는 이름으로 하루에도 많은 고객사를 만난다. 고객사 즉 기업마다 제각기의 문화를 갖고 있다. 문화라는 것은 직원 한 두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윗에서부터 아래까지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쫙~ 연결되어 온 것으로, 그들 스스로 우선하는 가치에 의해 생성되어 온 분위기이다.
한마디로 기업이 지향해 온 가장 중요시되어 온 가치가 곧 기업문화이다. 문화는 곧 그들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 기업이 문화를 바로 세우는 건 참으로 중요하다! 선배들의 태도와 습성을 후배들이 보고 배워 그대로 따라 하고 그것을 장려 혹은 용인하는 분위기 덕에 '기업 문화'는 답습된다.
회사는 처음 설립자의 사상과 방향이 근간이 되서 '기업 문화'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대를 이어 받은 리더들에 의해 또 다시 '기업문화'가 이어진다. 최고리더의 방향성은 중간리더로 전달되고, 그것은 다시 직원들에게로 몸과 마음으로 전해진다. 그 안에서 허용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것들을 '문화'라는 '제 3의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특정 기업을 놓고 외부에서 논할때 그 기업 특유의 분위기를 같은 용어로 정답처럼 논할수 있는 것이다. 역사안에서 피부로 느낀 그것들이 어쩌면 그들의 DNA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업대표로 고객사에 가서 단 한 사람을 만나도 그 회사의 문화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환경에 의해 영향받는 동물이다 보니 그러하고, 또 그러니 기업문화가 좋은 곳에서 일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제조사업팀 영업대표로서 여러 고객사를 만난다. L사 H사 S사 또 다른 H사등 모두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 영업대표로서 해당 고객사를 담당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진실,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내가 만나는 하필 그 사람의 특성이라고도 하기에는 전반적으로 용인되는 그 회사만의 분위기가 분명히 있다.
본인이 존중받아 마땅한 것처럼 손님을 존중할 줄 아는 분위기, 담당자로서 구매를 위한 과정으로 만나지만 과정에 정보와 지원에 감사할 줄 아는 분위기, 서로에게 '윈윈 하는 파트너'로 서로 시너지를 찾는 분위기가 그것이다. 이것은 아주 개인적인 기질과는 분명하게 다른 분위기로 이러한 '분위기'라는 것은 모두 '기업 문화'에서 기인되어 온다.
영업대표는 고객사의 비전을 이해하고 큰 그림 차원에서 이 고객사를 끌어가는 사람이다. 오케스트라로 치면 지휘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업대표는 고객의 지극히 개인적인 특성과 vs. 기업문화의 특성 여부를 예리하게 구분해 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핵심을 잡을 수 있다! 핵심을 잡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업 문화를 빠르게 파악하려면 '기업정신'에 준하는 '기업 슬로건'을 볼 필요가 있다. 고객이 우선하는 가치와 용어를 보면 그 기업의 지향하는 문화를 빠르게 캡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대표는 상당한 권한을 가지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하는 '어마 어마한 일'이라 했다. 고객에게 영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하되, 나도 고객에게 요구할 것을 정중하면서도 정확하게 요구해야 한다! 신의는 쌍방향 이겠지만 우선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상대방에게 요구하기가 좋다.
나는 우리 회사의 '문화 전도사'로서 문화를 전하고, 그 안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의 얼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음속 깊은 데서 이런 생각이 굳건해지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쫙 펴지고 당당해진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당당함을 반드시 느껴라!
그리고 내가 영업대표로서 만나는 고객은 지휘가 높건 낮건, 중요한 업무 건 그렇지 않건, 그 업무의 담당으로서 고객사 대표로 인정하고 존중하라. 무례한 고객일수록 그의 '일'을 먼저 인정하고, 구체적인 표현으로 '나에게 정중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내가 그런 것처럼 무례한 고객도 그 회사의 대표이자 '문화 사절단'임을 상기시켜 주어라. 무례한 고객도 혼자가 아니고 회사의 대표로서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명확하게 요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