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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Dec 08. 2019

잡무의 완결성이 디테일을 완성한다.

퇴사하고 글쓰기 #07


일하며 매번 가슴이 뛰는 것은 아니다.


일하며 무슨 가슴까지 뛰어야 하는 거냐 혹은 돈 벌려고 일하면 되지 무슨 가슴까지 뛰어야 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가슴으로 반응하는 지구인도 여전히 많기에 그 감정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끊임없이 일은 무엇인가?라고 물어야 하는 이유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적어도 나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청년들에게 종종 하는 조언 중에 가슴 뛰지 않는 일은 그만두라고 합니다. 그것은 젊음이 할 일이 아니라고. 젊음의 가능성을 썩히지 말라고.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일을 추진하는 자기만의 프로토타입이 있다.


매 순간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든 '잡무'가 따라붙습니다. 돈을 쓰기 위해서는 지출 품의가 필요하고 돈을 다 썼다면 결의를 하고 증빙을 마쳐야 합니다. 5명이 참석하는 회의든 5천 명이 참석하는 컨밴션 행사이든 계획이 필요합니다. 계획서를 작성하는 일은 행사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한 수준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 스타일, 즉 일을 하는 프로토타입이 형성됩니다. 이 과정은 가슴이 아니라 엉덩이가 완성합니다. 어떤 영역의 조직이건 최소한의 시간, 누구나 자신만의 프로토타입을 완성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것이 어느 정도 무르익어야만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잡무의 완결성이 디테일을 완성한다.


사무실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동일한 서식을 배포하고 계획서를 수렴해도 단락별로 채워 넣은 디테일은 천차만별입니다. 일기를 쓰는 직원부터 중앙부처 기본계획이나 대기업 마케팅 보고서 수준까지 다채롭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일하면서 가슴까지 뛰는 것은 만만치 않습니다. 일은 하면 할수록 대게 양이 증가하는데 그러다 보면 잡무는 정비례로 증가합니다. 번외로 약간 당황스러운 경우는 일을 진행하는 자기만의 프로토타입이 없는 직원이 있습니다. 시키는 일만 죽어라 하는. 물론 사회 초년병 시절에는 그런 태도가 일정 부분의 성장을 담보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키는 일만 죽어라 하는 것은 개성이 없는 것을 의미하고 자기 일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결과적으로 '일 못하는 직원'이 됩니다. 가혹한 현실입니다.



가슴 뛰지 않으면 두 발을 움직여 심박동을 높여야 한다.


일은 가슴보다 엉덩이로 하는 것이고 가슴이 뛰지 않으면 스스로 두 발을 움직여 심박동을 높여야 합니다. 걷는 것으로 부족하면 달려야 합니다. 워라밸의 진짜 의미는 높은 수준의 업무 몰입도를 근간으로 합니다. 대충 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가슴을 뛰게 할 동력을 나 스스로 찾아 두 발에 땀을 내야 합니다. 일시적 흥분과 장기적으로 가슴 뛰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면 불나방처럼 사그라듭니다. 일하다 보면 반드시 동력을 찾지 못하거나 잃는 시기가 옵니다.


일을 하는 이유는 반드시 내 안에 있어야 한다.


그때는 '잡무'도 나의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두 발을 움직인다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도 완결성을 높이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조직 내에서 업무 중요도가 낮고 최고 책임자들의 관심 밖에서 일을 해야 하는 때가 오기 마련인데, 이 시기가 자기 자신을 보여줄 최고의 기회입니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자기 업무의 프로토콜을 완성하고자 애쓰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일을 하는 이유와 의미를 외부에서 찾으면 그 관심과 이유가 사라지면 한 순간에 무너집니다. 내 발을 움직여 심장 박동을 높여 가슴을 뛰게 하면 됩니다. 그래야 가슴이 조금 덜 뛸 때도 내 두발을 움직여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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