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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Dec 26. 2019

불안을 환대하자.

에세이 #19

불안하면 헛기침을 합니다. 갑자기 말이 많아지거나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 듭니다. 티 내지 않으려 애쓰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들킵니다. 뜬금없이 가라앉는 기분에 스스로 텐션을 높이려 애쓰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많이 웃고 또 편안해 보이려고 지나치게 노력합니다. 사무실에 있는 8시간을 무던하게 보내려고 힘을 쓰고는 집에 와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납니다. 그렇게 가까운 사람에게 무심하거나 냉소적인 말이 나갑니다. 이기적인 모습입니다. 불안하면 그럽니다. 무엇이 불안한지 제 마음을 돌보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5분, 10분 잠시라도 명상과 기도를 합니다. 젠장, 그 시간만 지나면 불안은 불쑥 찾아옵니다. 그래서 또 헛기침을 하고 갑자기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면 또 방전됩니다. 불안의 연속입니다. 어떻게든 이 녀석을 물리치고 싶은데 잘 안됩니다. 어렸을 때 나이 든 어른은 다들 자기 불안을 잘 다스리는 줄 알았는데 젠장 다들 몰랐던 겁니다. 모르면서 괜찮은 듯 지내고 있었던 겁니다. 나이 든다고 한 살 한 살 먹는다고 술술 풀리는 게 삶이 아닌지라. 누구나 겪었을 불안이 또 찾아온 겁니다. 그러다 문득 손님처럼 맞이하자. 불안도 환대하자. 그렇게 마음먹자. 그래서 같이 잘 지내자. 불안한 감정에 말도 걸어보고, 혼자 걸으면서 침착하도록 노력하고. 그것도 안되면 시간을 쪼개서 사용하면서 불안이 잠시도 내 곁에 머물지 않도록 분주히 움직여도 보고. 그렇게 적당히 무시하고 적당히 환대하면서 불안과 같이 가보자.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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