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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May 22. 2020

위기, 사람이 드러나는 순간

에세이 #50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요?
글쎄요. 좋은 사람은 그냥 딱 보면 알지 않을까요?




좋은 사람은 첫눈에 알아볼 수 있다. 사실 일면 그렇기도 하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확신이 생기거나 실망을 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렇기에 좋은 사람에 대한 보편적 기준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누구나 좋은 사람에 대한 확고한 자기 기준은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개취, 즉 개인의 취향이다. 취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취향은 자연스레 내면화된다. 그래서 매번 비슷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개떡 같은 연애를 계속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절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상황과 입장에 따라 좋은 사람이 좋지 않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좋지 않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바닥에는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다!'


영화 타짜의 명대사는 거의 진리에 가깝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도 사소한 말다툼과 의견 대립으로 원수처럼 지낸다. 직장에서 뒤에서 욕을 하다가도 공동의 적이 나타나면 서로 오해를 풀고 평화협정을 맺는다. 그러고 나서 동일한 입장에서 적을 공격한다. 어찌 보면 이 바닥, 인간세상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고매한 인격과 정신 수양으로 인류애를 발휘하며 모두를 사랑하고 살아가면 좋겠지만 어디 인생이 그리 녹록한가? 때로는 다시 볼 일이 없을 만큼 욕을 하다가도 내일 아침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나서 밝게 인사하는 스킬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복잡하고 미묘한 시간을 지나다 보니 어떻든 사람을 바라보는 나름의 기준이 생기는데 나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한다.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는가?


따듯한 봄날에 핀 꽃도 향기를 다한다. 무더운 여름도 장마를 겪고 나면 한 풀 꺾인다. 풋풋한 낙엽 내음을 발산하던 고즈넉한 가을도 찬 바람에 흘러간다. 매섭던 칼바람이 부는 겨울도 봄기운이 몰려오면 물러간다. 


삶은 변한다. 끊임없이. 높음이 있으면 낮음이 있고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다. 변화는 불가피한 생태계의 현상이고 인생의 본질이다. 


인간은 변화를 맞이하면 선택하고 행동한다. 그 선택과 행동의 결과가 지금 내 모습이다. 변화는 기회와 위기로 찾아온다. 기회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는데 위기가 될 수 있고 위기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는데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때마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이 드러난다.


잔잔한 일상이 계속되는 때에는 노력하고 애를 쓰면 주변에서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평화로운 시기에 친절하기란 쉽다. 그러나 누가 봐도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지켜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조금만 더 편안한 길이 보이면 쪼르륵 들어가고 싶은 것이 우리네 마음이다.


'선택은 좋고 나쁨이 없다.'


사실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은 없다. 물론 도덕적 규범을 벗어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무엇이든 선택하는 행위 자체는 결과를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다. 선택 자체에 대해서 말이 많지만 결과를 알기 전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해서 선택을 하느냐 아니면 이리저리 휘둘리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느냐의 차이다. 


물론 선택에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반영된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사람을 파악하려고 애를 써도 알 수가 없었다. 상대의 말을 자세히 듣지 않았고 자기 이야기도 극도로 꺼렸다. 그가 나와 있으며 가장 환하게 웃었던 적은 내가 커피를 한 잔 사겠다고 말했을 때였다. 커피를 마시며 그는 업무에 대한 열정을 한 바가지 쏟아냈는데, 3개월이 지나고 약간 더 많은  연봉을 주는 회사로 떠났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가치는 돈이었다. 그의 선택에 옳고 그름은 없다. 돈을 중시했고 자신의 가치를 따라 행동했기 때문에. 


'선택 이후의 삶이 중요하다.'


선택은 자기 삶의 궤적과 방법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결정한다. 물론 결과는 자신이 책임진다. 그렇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가지며 살아야 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선택 이후에 나타난 결과를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시간이다. 그때 진짜 본모습이 드러난다. 선택은 과거에 자신이 쌓은 가치로  하는 것이지만 결과에 대한 반응은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살펴보면 앞으로 어떻게 삶을 살아갈지 알 수 있다. 돈이 많으면 실패의 위기가 찾아오고 돈이 없으면 어떻게 보면 하루하루가 위기이다. 건강을 유지하다가도 질병이 찾아올 수 있고 건강하지 않다면 병마와 싸우는 모든 시간이 위기이다. 


삶은 그렇게 순환하며 적절한 고통과 종종 찾아오는 즐거움이 버무려져 있다. 위기에 강한 사람, 그 사람이 꽤 좋은 사람이 아닐까? 정면돌파, 버티기, 도망 그 어느 선택을 하든 간에 위기는 개인을 포함해 공동체가 가진 진짜 모습을 드러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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