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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Mar 04. 2020

환대와 환송

에세이 #38

공동체에서 환대와 환송은 중요한 의례입니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만나고 헤어지는 것. 그 어디쯤에서 삶의 희로애락과 서사가 일어납니다.


일상을 보내는 시간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학을 떠나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지금까지 매번 새로운 만남은 어색하고 헤어짐은 섭섭했습니다.


영혼을 머금은 인간이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지만 여전히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문화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씬(scene)은 첫 발을 내딛는 사람을 어떻게 환대하고 마지막 걸음을 떼는 사람을 어떻게 환송하는가입니다.


첫 출근을 하고 한 달이 지나지 않아서 들었던 예전 M 팀장의 한마디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했던 사람은 아닙니다.'


우왕좌왕하고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느라 이것저것 살피고 눈치 보던 때에 M 팀장이 지나가듯 던진 한마디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쾌했습니다.


무슨 의도로 말하는지 알 수 있으나 이제 갓 들어온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나 싶어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속으로 '내가 마음에 안 들면 일로 갈구면 되지 굳이 직설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럼 뽑지 만들지?' 불만이 가득 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지냈습니다. 같이 밥도 잘 먹었고요.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었고요. ㅠㅠ;;)


M팀장은 3개월이 지나지 않아 다른 곳으로 이직했습니다. 지켜본 퇴사 과정 중 가장 처참했습니다. 어느 누구의 격려와 축하 인사와 아쉬움을 전하는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팀원 전부는 결재 문서로 올라온 사직서를 통해 퇴사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점심 한 끼도 같이 하지 못하고 바로 휴가를 냈고 그 길로 퇴사했습니다.


문화는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함께 경험합니다. 경험은 기억으로 남고 그 기억은 세대와 세대로 공유되며 개인의 감정이 더해져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이야기는 과거의 감정, 느낌, 생각, 표정, 눈빛, 손짓, 주변의 온도가 녹아들어 형성되고 사람과 사람을 거치며 각색됩니다. 그렇게 쌓인 이야기가 겹겹이 축적되면 문화가 형성됩니다.


문화는 의례를 통해 시각화되고 환대와 환송은 그렇게 이야기를 만듭니다. 공동체가 사람을 맞이하고 보내는 순간 숨길 수 없는 문화가 드러납니다.


M팀장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고 그 이후 회사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의례 그렇게 퇴사를 결정했고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남은 자들은 씁쓸함만 더해갔습니다.


그즈음 적었습니다.






사람이 오고

사람이 갈때



있는 힘껏

정말 힘껏


두 팔 벌려

환대하고


두 손 모아

환송하라


그것이

삶의 전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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