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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Aug 23. 2023

엄마가 없어도 아빠가 있잖니

엄마를 애타게 찾는 둘째 달래기


"음마 음마 음마~~"

20분 가까이 울고 있는 둘째를 보며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평소였다면 다른 관심사로 화재를 돌리거나 좋아하는 놀이를 하자고 하면 금방 그쳤을 텐데 오늘은 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어떡하지.


22개월 된 둘째는 요즘 부쩍 더 엄마를 찾는다. 7월 중순쯤 아내가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둘째의 엄마 집착은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밤에도 엄마가 옆에 없으면 앉아서 소리를 지르거나 대성통곡을 한다. 거의 두 시간에 한 번씩은 깨서 엄마를 찾는 것 같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건 아내가 아예 없으면 밤에 잠을 안 깨고 잘 잔다는 것이다. 엄마가 있으면 확인하려고 하고 엄마가 다른 방에 가면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음마 음마'를 외치면서 엄마를 찾는다. 21개월 전엔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는데 엄마가 집을 오래 비우고 나면 꼭 애착이 심해져서 엄마를 부쩍 더 찾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은 아침 6시에 일어나자마자 엄마를 깨우고는 같이 나가자고 손가락질을 막 했다. 그렇지만 밤새 둘째에게 시달려 잠을 제대로 못 잔 아내가 나가지 못하자 둘째는 더 서럽게 엄마를 찾았다. 급히 둘째를 안고 안방 문을 닫고 나가서 겨우 달래 아침을 먹였다. 아내는 첫째의 등교 직전에 잠에서 깨서 거실로 나왔다. 나는 첫째와 둘째를 모두 챙기고 첫째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그러고 둘째와 돌아오는데 운동 가는 아내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다. 아내는 잠시 인사를 나눈 후 급히 사라졌고 반가워하다가 갑자기 엄마가 자기와 같이 가지 않는다는 걸 눈치챈 둘째는 급속도로 표정이 안 좋아졌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이미 울상이 되어버린 둘째는 꺼이 꺼이 하다가

"음마 음마 음마~"

하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평소라면 이 정도로 울진 않는데 이렇게 심하게 우는 걸 보니 아마 아침에 엄마가 자기와 같이 나와주지 않아서 이미 감정이 쌓여 있었는데 거기에 엄마가 자기랑 함께 집에 있지 않고 나가서 그 감정이 폭발해 버린 건 아닌가 싶었다. 여하튼 나는 우는 둘째를 그냥 볼 수 없어서 20분 동안 둘째를 달래기 위해 온갖 노력들 - 베란다로 데려가 창밖을 보여주기, 재미있는 놀이 하자고 꼬시기, 맛있는 빵과 비타민을 먹이면서 달래기-을 했지만 모두 다 실패도 돌아갔다. 애써 노력을 할 때면 잠시 울음이 그치는 듯했지만 그러다가 또 엄마 생각이 나는지 '음마 음마' 하며 울어대는데 나도 첫째와 둘째를 키우면서 이렇게 안 달래진 적은 처음인지라 당황스러웠다. 정말 최후의 수단인 아내를 다시 집으로 부르는 것까지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다시 접어두었다. 아빠가 되어서 아내 없이 아이를 보지 못한다는 건 나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오늘 오후에 아쿠아리움에 갈 예정임을 둘째에게 어제부터 얘기했음을 떠올렸다. 바로 둘째에게 집에 있는 물고기 관련 책을 읽자고 권하니 둘째가 울음을 그치고는 책 있는 쪽으로 가선 물고기 책을 꺼내왔다. 그렇게 5분 정도 둘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물고기들을 말해주니 엄마 생각이 나지 않는지 더 이상 울진 않았다. 성공이었다. 책을 읽은 후에도 다행히 둘째가 더 울진 않아서 나는 무사히 둘째와 좀 더 놀아주다가 안방에 둘째를 데리고 들어와 낮잠을 재웠다.


나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늘 이렇게 생각해 왔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같은 부모로서 아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더 잘하는 것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돌봄은 아빠든 엄마든 동일하게 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없다고 발 동동 구르며 어찌할 줄 몰라 아내를 부르는 그런 아빠는 되고 싶지도 않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 자식이라면 내가 온전히 다 책임질 수 있어야 할 테니까.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없다고 발 동동 구르는 아내도 되어선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태도, 성별과 상관없이 가정의 모든 일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라면 엄마, 아빠의 일을 구분하지 않고 집안의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자라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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