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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도비 Jan 12. 2021

남편으로서 나

2021.01.02

첫 번째 나에 대한 이야기는 남편으로서 나이다. 아내와는 우연과 오해로 부터 시작되어 연인이 되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결혼 한지 5년차가 되었다. 2020년 유난히도 많은 다툼이 있었지만 여전히 아내가 멋있다. (사랑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끔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과 나는 가지고 있지만 아내가 가지지 못한 ‘다름’으로 힘들 때가 많다.  


  나는 천성적으로 나태하다. 뭐 좋은 말로는 긍정적인가? 그러다 보니 여태 것 치열했던 적이 적다. 치열하지 않으니 성격이 모나지 않다. 하지만 덩치와는 달리 잘 삐친다. 굳이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아 아내와 다툴 때는 입을 닫는다. 아내는 나와 완전 다르다. 치열하다. 본인이 한번 결정한 것은 어떻게든 성공시키거나 최소한 해봐야 사람이다. 일에 집중하면 그 주변 것들에 관심을 쓸 여력이 없다. 한 곳만 바라보며 돌진한다. 연애 시절 아내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으면 나를 회사밖에 몇 시간 세워 두곤 했다. 그 회사에서는 비오는 날 여자 친구를 기다렸던 한 망부석의 이야기가 구전으로 이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아내는 할 말은 어떻게든 해야 한다. 특히 나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쉴 새 없이 쏟아 내뱉는다. 나는 상처를 입었는데 아내는 다 내뱉었으니 이제 화해하자 라는 자세를 취할 때 내심 속에서 열불이 날 때 가 많다. 


 둘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면 참 볼만 하다. 아내는 집중해서 플랜A부터 Z까지 준비한다. 과하다 싶을 정도라고 하면 되레 뭐라고 쏟아 붙인다. 그러고는 왜 나에게 너는 계획을 안 세우냐고 뭐라 한다. 나도 핑계가 있다. 내가 원래부터 따르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내를 만나기 전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아내를 만나고는 나의 계획은 아내의 계획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일 년, 이년, 삼년 다시 일 년 이년 삼년 지나다 보니 이렇게 된 걸 누굴 탓하겠냐.


  나는 시간개념이 나름 좋은 편이다. 약속 시간 10분전 도착은 무조건 지킨다. 하지만 10분의 10분전 도착해야 맘이 편해 되레 시간을 낭비하곤 한다. 10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지각이라는 것은 딱 3번 했던 것 같다. 아내는 항상 늦다. 지각이 잦다. 약속 시간 10분전, 아니 10분의 10분전 도착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밤잠에 약하다. 12시가 넘으면 사고가 정지된다. 아침에는 알람 소리를 잘 듣고 일어날 수 있다. 아내는 아침잠에 약하다. 12시가 넘으면 살아나 책을 읽거나 집중하면 5시에 잠들 때가 많다. 그리고 다음날 졸음에 힘들어한다. 나는 아침 알람에 잘 반응한다. 하지만 아내는 알람을 쉽게 무시한다. 알람을 듣고도 여유롭게 꿈속을 거닐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누우면 5분이나 잠든다. 그러다 보니 여태 몰랐는데 아내는 누워도 쉽게 잘 들지 못해 길게는 몇 시간 침대에 누워 있을 때가 있다고 한다. 

  다름에 대해 적으려고 하면 1,000만개는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다름이 아내와 나를 비온 뒤땅처럼 더 굳건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 믿고 싶다. 나랑 같은 분류의 사람이었다면 덜 싸웠겠지만 발전이 없었을 것이고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살았을 것이다.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인해 더 좋은 방향으로 고민하고 시도해 볼 수 있었다고 믿는다. 

  나와 다른 아내 덕분에 조금씩 발전하고 이해하는 내가 여기 있다.   


P.s  아내가 이글을 보면 서운해 할 수 있겠다 싶지만 글쓰기는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쓰는 것이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나를 찾는 과정이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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