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3
엄마와 아빠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천사 같은 아들이 우리를 선택해 주었고 우리 옆에 온지 550일이 지났다. 550일 동안 하루씩 아버지로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무덥던 19년 7월 예정보다 2주 일찍 아들이 찾아왔다. 감사히도 엄마 큰 고생 시키지 않고 의사 선생님들 저녁 식사까지 보장 해준 착한 아들. 가족 분만실이어서 아들이 세상에 나오는 첫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내보다 아들 얼굴을 더 빨리 본 것은 나의 자랑 중 하나이다. 세상에 태어나면 우렁차게 울 줄 알았는데 아주 살짝 응애응애 라고 우리에게 인사를 나누었다. 안고 있으면 부서질 것 같았던 아이. 생각보다 울지 않아 신기했던 아이는 엄마 아빠와 모두의 사랑으로 세상에 적응하고 성장해서 쿵쾅쿵쾅 층간 소음을 유발하고 수가 틀리면 으앙 하고 울어 버리는 아이가 되었다.
내가 아버지가 된 모습을 상상해 본적이 없다. 아버지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38살 이미 충분히도 어른이다. 하지만 피터팬도 아니면서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아버지가 되다니. 아이가 태어나고 100일전까지 주말부부 생활을 했었다. 주말마다 처가에 내려가면 아이는 쑥쑥 커 있었다. 한주 지나면 초점을 맞추고 한주 지나면 반응을 하고 또 한주 지나면 나를 보곤 방긋 웃었다. 평일에는 아이의 얼굴이 아른거려 아내에게 새로운 사진을 요구하고 오늘은 어땠는지 묻고 또 물었고 100일 지난 이후 같이 살게 되었다. 주말에만 아이를 보다 매일 아이를 보니 힘듦이 100배는 증가했지만 행복함 역시 101배 정도 증가하였다.
200일 무렵, 아이가 자다 일어났기에 우리 침대에 앉고 넘어와 잠이 들어 버린 적이 있다. 갑자기 ‘쿵’ 소리와 함께 아이의 울음소리가 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침대에서 떨어진 아이를 안았다. 미안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날 아이의 얼굴에 멍이 들었다. 내 맘에도 멍이 들었다.
어제 일이 있어 아내, 아이와 함께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집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너무 추운 날씨였다. 일을 다 보고 지친 몸을 이끌며 아내 없이 혼자 아이를 차에 태우려던 순간. 아들이 안타겠다고 발버둥을 쳤다. 5분 넘게 아이와 실랑이를 하는데 울컥 짜증이 났다. 아이를 카시트에 힘줘서 앉힌 후 ‘하지마’ 라고 짜증을 냈다. 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더 흘렀고 울음도 서러움 가득한 울음이었다. 엄마가 차로 돌아오고 내가 잠시 밖에 갔다 차로 돌아 왔는데 아이가 엄마랑 웃으며 놀고 있었다. 밖에서도 미안했는데 웃고 있는 아들을 보니 ‘아직 아버지로서 한참 부족 하구나’, 아버지로서 부끄럽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집에 도착해서 아이를 안으며 속으로 ’아빠가 미안해, 너 성장하는 만큼 아빠도 성장할게‘라고 다짐했다.
최근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 ‘좋은 환경을 아이에게 주고 싶다.’인 것 같다. 아이가 잠들기 전 나를 보며 ‘아빠, 아빠~ 하고 살짝 웃어 주었다’ 아들 아빠 잘하고 있는 것 맞니?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아빠가 될게 좋은 꿈 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