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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는 대로 살아가려 한다.

내키는 대로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by 문하현
드디어 쉰다. 그냥 놀아야지.
(연휴 전날 퇴근하면서 작게 읊조린 혼잣말)


간만에 여유가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의 연휴가 주어졌다. 글감을 찾아내서 글 쓰는 일을 계속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휴대폰을 침대에 가뿐히 던져버렸다. 연휴가 시작됐다는 신호를 온몸에 전달하면, 어쩐지 운동 같이 하기 싫거나 머리를 제법 굴려야하는 일들은 모조리 눈앞에서 치우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냥, 하기가 싫어진다. 뭐, 사실 반드시 기한 내에 해치워야 하는 일도 아니다. 뜬구름 같은 삶의 흐름이 뭉게구름처럼 단단한 형체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작은 열의를 조금은 식혀도 될 것 같았다.


연휴 첫날부터 누워서 휴대폰으로 쇼츠를 기계처럼 넘기기를 반복했다. 유난히 '갓생'을 컨텐츠로 삼은 영상들이 많았다. 다들 참 열심히 사는 것 같았다. 뭐가 됐든 목표가 하나쯤은 있어서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반면에 나는 딱히 내세울 만한 목표가 없었다. 영상 속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자, 잠시 몸이 작아지는 감각이 방 안의 침묵을 곱씹도록 등을 떠밀었다.


너무 많이 들어본 나머지 되게 뻔한 말로 들리겠지만, 사실 목표가 없어도 우리의 여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자격지심에 스스로를 어두운 땅굴 속으로 몰아넣을 필요가 전혀 없다. 알면서도 한 번씩은 이유를 찾아내려고, '나는 왜 이렇게 살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날이 있다.


좀 더 내키는 대로 쉬기로 했다. 원래 낮잠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지만, 쉬는 시간이 갑자기 몇 배로 늘어나니 낮잠을 늘어지게 자는 날이 생겼다. 햇빛이 남긴 잔잔한 온기에 둘러싸여 잠깐 눈을 감았다가, 어느새 끌어당겨진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부스스 일으키곤 했다. 내가 이렇게 낮잠을 많이 잤었나, 하며 잠깐 멍해졌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처럼 쏟은 시간을 다시 담지도 못할 노릇이지 않은가. 차라리 낮잠을 티타임처럼 즐기기로 했다.


내키는 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다시금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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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