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할 수 없는 것

소유하려 할수록 사랑에서 멀어진다.

by 문하현

이 글은 영화 '베스트오퍼'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으니, 아직 영화를 시청하지 않으신 독자께서는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영화 '베스트오퍼'는 유명한 미술품 경매사 '버질'이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홀로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부터 막을 연다. 버질은 항상 두 손에 장갑을 착용한 채로 사람들을 만난다. 심지어 남들은 하나씩 다 있을 휴대전화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타인과 접촉되고 연결되는 것을 처음부터 철저히 거부하려는 듯, 말투에도 그만의 냉기가 스며들어있다.


버질에게는 비밀이 있다. 바로 귀족여인들의 초상화들을 수집하는 것이다. 그는 장갑들로 채워진 진열대 뒤에 숨겨진 비밀의 방에 초상화들을 벽에 빼곡히 모아놓고 의자에 앉아 그림 속 여인들을 감상한다. 정작 현실에서는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여인들의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면서도, 그림 속 여인들의 눈은 잘만 쳐다본다.


어느 날, 신비의 여인 '클레어'가 버질에게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집의 미술품을 판매하기 위해 전화를 건다. 그녀는 광장공포증이라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사람들을 마주치는 걸 두려워해 버질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계약을 진행하려 한다. 역설적으로 클레어가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자 호기심이 생긴 버질은 이 신비의 여인에게 점점 빠지게 된다. 버질은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퍼주고' 싶어 지게 된다. 클레어 또한 처음에는 버질을 잔뜩 경계하며 서로 갈등을 여러 차례 반복했지만, 결국에는 버질 앞에 본모습을 드러내며 서로 사랑의 키스를 나눈다. 클레어가 갑자기 사라지자 경매장에 머리가 완전히 산발인 상태로 나타나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버질은 클레어에게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은 뜻밖의 반전으로 끝난다. 사실 클레어는 버질의 초상화들을 가져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광장공포증을 연기하며 접근한 것이었다. 본명이 '클레어'도 아니고, 집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 집 앞 카페의 기억력이 비상한 여인에게 빌린 것이었다. 미술품들도 사기극을 벌이기 위해 일부러 갖다 놓은 것이었다. 충격을 받은 데다 경매사로 복귀할 수 없어 요양원에 있던 버질은 문득 '클레어'가 광장공포증이 발병하기 전 체코의 프라하에서 좋은 기억이 있었다던 레스토랑에 갔다. 혼자 왔냐는 웨이터의 말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하고 그녀를 기다리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난다.


버질의 '사랑'은 채워질 수 없는 '소유욕'에서 발로 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귀족여인의 초상화들을 거의 집착에 가까운 수준으로 수집하는 그는 정작 현실의 여성을 '소유'하지 못한다. 그는 '클레어'를 '소유'하려 온갖 노력을 다 쏟아부었지만, 그의 사랑은 처음부터 실패한 것이라고 비웃듯이 초상화들은 전부 자취를 감추고 만다.


사랑의 일부에는 소유욕이 있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는 내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나와 함께 있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소유욕의 일부다. 그의 '시간'을 내가 잠시 소유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유욕이 있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과, 정말로 소유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후자는 더욱 사람을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소유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상형을 그에게 비추어 원하는 대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사랑에는 '소유욕'이 있을 뿐, '소유'는 없다. 레스토랑에서 기약없이 '클레어'를 기다리고 있을 버질은 이러한 성찰을 쉽게 깨닫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