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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May 27. 2018

지워져야 할 버킷리스트

얼마 전, 중간시험이 끝나고 지쳐있는 학생들에게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도록 했다. 과제이지만 부담 없이 즐거운 상상도 하며 기운을 좀 내보면 좋을 것 같았다. 2주 후에 학생들이 제출한 내용을 보니 재밌는 내용이 많았다.     


누군가에게 한눈에 반해보기, 누군가에게 한눈에 반했다는 소리 들어보기, 한눈에 반했다는 소리를 여러 명에게 들어보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용기 내 고백해보기, 뜨거운 사랑 해보기,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친구 3명 만들기, 실컷 자보기, 내가 좋아하는 음식 돈 걱정 없이 실컷 먹어보기, 죽기 전에 책 천 권 일기, 해외여행... 등.

사랑과 관련한 내용이 많다. 역시 청춘이구나!^^ ‘모두 다 꼭 이뤄지길..’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나는 예외였다.   
‘아르바이트하다가 만나는 진상 손님에게 참지 않고 따박따박 따지고 바로 그만두기.’    


이 내용을 쓴 학생에게 물어보니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참아야 한다고 답했다. 손님 때문에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자주 있다고 한다. 그래도 억지를 부리거나 무례한 손님에게 말대답을 하는 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겠다는 각오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니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자신은 인내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 마음이 무거웠다. 이런 상처와 고통을 안고 일하는 학생들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학생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소원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말은 해줄 수 없었다. 잠깐 통쾌할 수는 있겠지만 바람직한 문제 해결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에 따라 더 안 좋은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르바이트하다가 만나는 진상 손님에게 참지 않고 따박따박 따지고 바로 그만두기’
학생의 이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에 다르게, 더 좋게 이뤄지길 바란다.  

참고 참다가 말대답을 하고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무례하게 소리를 지르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을 앞으로는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운이 좋아서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무례함과 억지가 없어지면 좋겠다. 그래서 진상 손님에게 시원하게 따지고 그만두는 것을 소원으로 꼽는 이가 없게 되면 좋겠다. 손님은 직원에게, 직원은 손님에게 서로 고마워하고 배려해야 할 일이지 어느 한쪽은 갑이 되고, 어느 한쪽이 을이 되어 무례와 상처를 주고받을 이유는 없다.


우리 모두, 어른들이 더욱 조심해주면 좋겠다. 청소년과 아이들은 어른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운다. 이해와 배려를 품은 행동들은 모이고 모여 우리의 문화가 된다. 변화를 바라며 부터 더 조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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