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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Apr 17. 2019

반찬가게 사장님의 근거 있는 자신감

월요일 아침의 심리학_핵심 강점 활용

<서민 갑부>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자신의 사업체를 이끌고 삶의 고비를 묵묵히 넘어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의 삶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자영업자이다.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가 작은 반찬가게 사장님 편을 보게 되었다(서민 갑부, 196회). 사장님의 모습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고 배운 부분이 많았다. 지난 글에서 나눈 핵심 강점과 관련해 그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반찬 가게 사장님은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다. 힘든 시간이 상처가 되어 마음속에 우울감을 늘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결혼 후, 지하 단칸 셋방에서 살면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보고 싶어서 전선을 분리하는 일을 부업으로 시작했다. 3년 간 꾸준히 했지만 혼자 앉아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그녀는 우울증이 더 심해지기만 했다. 자살충동을 느낀 날도 있었다.


어느 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고통을 호소했다.

"나 너무 우울하고 힘들어. 정말 못살겠어. 죽을 것만 같아."


남편은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병원에 가주었다.

얼마 후 살던 집을 정리하고 무작정 제주도로 내려가 지인의 식당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면서 더 이상 아프지가 않았다. 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주변 사람도 놀라고, 본인도 놀랐다.

'내가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우울증에 눌려 있던 내가 삶이 즐겁다는 생각이 들다니! 그럼 앞으로는 요리와 관련한 일을 해볼까?' 내 적성에 맞고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그녀는 요리를 좋아하지만 식당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왜일까? 그녀는 요리를 좋아하는 것 외에 또 다른 성격적인 특성이 있었다. 정해진 "똑같은" 몇 가지 음식을 "반복"해서 만드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일 주방 안에서 같은 음식을 만들고 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꾸자꾸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고 그 음식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난 후 그녀가 시작한 것은 작은 반찬가게였다. 손님들을 직접 만나고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는 곳.


가게를 열고 난 후 힘든 고비를 많이 겪었다. 만든 음식이 팔리지 않아 버리기도 일쑤였다. 주변에 늘어가는 반찬가게들과의 경쟁 때문에 경영이 힘들기도 했다. 그럴수록 그녀는 자기 자신의 강점, 자신이 잘 만드는 음식, 그리고 만들고 싶은 음식에 집중하며 고민했다.


"똑같이 반찬가게를 하더라도 남과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으로 승부를 보아야 할까?"


끈질기게 고민하며 메뉴를 개발했다. 새로운 반찬들, 맛과 모양은 고급스럽지만 가격은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버티기를 2년. 마침내 바닥이던 매출이 위로 치솟기 시작했다. 지금은 매우 안정적이고 매출도 넉넉하게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영미 씨의 사례를 지난 글("나는 나답게 일하고 있을까?")에서 살펴본 핵심 강점 24가지에 비춰보자.



반찬 가게 영미 사장님의 핵심 강점은 창의성, 호기심, 용감성, 활력, 친절, 사회지능, 리더십 등이다. 쉽게 말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만들어 낼 줄 아는 강점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강점을 가진 사람이 과거에 한 일은 무엇이었던가? 지하 단칸방에 하루 종일 "혼자" 앉아 "같은 행동"을 "무한 반복"하는 전선 분리작업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핵심 강점과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의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할 수도 없고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없다.  이건 노력과 끈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음에 병이 깊어진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녀 자신도 이제는 알고 있다.


" 적성에 안 맞는 거를 3년을 하다 보니까 우울증이 심하게 왔죠."




그녀의 이름은 "영미"이다.

자신이 가진 핵심 강점이 무엇인지 이해하며 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며 살고 있는 이영미 사장님은 이렇게 말한다.


"요리가 없었다면 제가 없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너무 어렸을 때부터 살기 싫다, 죽고 싶다.. 이런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었기 때문에.. 살다 보면 정말 힘들 때 있잖아요. 그럴 때도 반찬만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저도 희한해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장을 보고, 매일 다양하고 많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 힘들 법도 한데 그녀는 늘 활기차다. 손님이 원하는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재밌고 즐겁다는 영미 사장님은 말한다.  


"동창회 한 번 갔었는데 서울대 나온 친구보다 내가 돈 더 많이 벌고.. 정말 한 번 갔다 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제가 더 잘살더라고요."


"서울대 나온 친구보다 내가 더 잘 산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돈을 더 많이 번다는 물질적인 의미만 뜻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학생 때는 성적이 좋은 친구를 부러워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성적이나 대학에 관계없이 자신의 일과 삶이 의미 있고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나답게 일하며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내 삶이 꽤 괜찮은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다.


영미 사장님이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정말 멋진 사람, 멋진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핵심 강점과 관련해 직장인들을 살핀 연구에 의하면, 하고 있는 일에서 자신의 핵심 강점을 4개 이상 7개 정도 꾸준히 사용하는 사람이 누리는 긍정적인 경험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서 훨씬 많고 강하다.

 


강점을 활용할수록 자신이 하는 일이 만족스럽고 즐거우며 의미가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잠재력을 발휘하는 기회 역시 많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그 기회를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반찬가게 영미 사장님의 모습이 그렇다. 영미 사장님은 반찬을 잘한다고 소문난 가게를 알게 되면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달려가서 배우곤 한다. 그 가게 사장님과 좋은 관계를 만들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며 활기차게 일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녀는 주변에 반찬가게가 100개가 생기든, 200개가 생기든 자신의 방법과 노력으로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핵심 강점을 활용하며 살아가는 사장님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 참으로 멋졌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일을 잘할 수 있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마다 가진 핵심 강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만일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음식을 만든다면?


나는 다양한 종류의 반찬을 만드는 대신에 곰국 하나를 진하게 끓여내고, 맛있는 밥과 깍두기를 잘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듯싶다. 밥, 깍두기, 진하고 뜨끈한 곰국. 딱 이렇게  선택해 점점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나와 잘 맞는다. 그런 성격적 특성이 나의 핵심 강점이다. 

러한 내가 계속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면 어떨까?

나는 버거워하며 잘 해내지 못할 것이고, 일에서 마음이 점점 멀어질 것이 분명하다. 출근이 싫어지고 일 자체도 싫어질 것이다. 나 하나 건사하는 것도 힘들어 소명의식은 마음에 품지도 못할 것이다. 자신의 성격적 강점을 파악해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누구에게나 강점이 있다. 강점을 연구한 연구자들이 우리 모두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있다"는 것은 분명하니, 다음 순서는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점 활용과 관련한 다음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답을 정리해보자.


1) 나에게 주어진 핵심 강점 4-7개는 무엇인가?    

2) 나는 내 안의 강점을 잘 활용하며 일하고 있는가?  + 평소에 내 강점을 잘 살려내고 있는가?

3)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질문에 대한 답은 자신가장 잘 쓸 수 있다. '그저 열심히'가 아니라 나답게,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열심히 해보자.



* 사례를 들어 <월요일 아침의 심리학>(청림출판) 54-59쪽 내용을 정리해본 글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만일 평소에 강점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부분에 대해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근거 있는 자신감을 키우며 월요일 아침을 단단하게 만들어갈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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