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나 지나서 쓰는 글
2019학년도 2학기가 시작되었다.
9월 초에 개강하며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미루다 보니 벌써 10월이 되었다.
1) 이번 학기 수업 제목은 이전과 같다.
"인간 행동의 이해: 심리학"
이름은 같지만, 지난 학기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의 반응과 관심도를 고려해 수업 내용을 조금 바꾸어 구성했다. 군더더기 내용을 빼고, 학생들이 재밌어하고 학생들에게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2) 학생 수가 늘었다.
지난 학기에는 70명이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16명이 늘어난 86명의 학생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작은 사건 덕분이다. 수강변경 기간에 공지도 없이 수강신청 시스템에서 아주, 아주 잠깐 수강생 숫자가 잘못 늘어났는데 그 아주, 아주 잠깐 동안 16명의 학생들이 신청을 하고 들어온 것이다. (원래는 21명이 늘어난 91명이었는데 첫 시간에 수업, 시험, 보고서에 대한 소개를 들은 후 5명이 취소를 했다. 힘들 것 같았나 보다..^^;)
원래 수강신청 기간에 들어온 학생 70명에 더해 새롭게 들어온 16명의 학생들 모두 귀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그 많은 대학교 중에 경희대학교,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안에 있는 그 많은 수업 중에 교양과목 심리학 수업, 학생들이 가능한 피하려고 하는 금요일 수업, 게다가 3시간 연강인 수업에서 만나게 된 것은 그저 어쩌다 만난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학생들이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도 열심히 클릭을 했기에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간다.
3) 약속을 했다.
한 학기 동안 열심히 공부해 보자고. 좋은 수업, 의미 있는 수업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했다. 학생들이 집중하고 참여하지 않으면 그 시간은 의미를 잃는다. 집중하고 참여하도록 이끌어가야 하는 것은 선생인 내 역할이다. 수업을 진행하는 나부터 열심히, 잘해보겠다고 약속을 했다.
요즘 청춘들. 고민이 많다. 공부도 어렵고 취업은 더 어렵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고 있는데, 나만 헤매고 있나 싶어 불안감도 크다. 지난 학기를 마칠 무렵,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왜 우리에게 잘해주십니까?"
수업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자신들에게 잘해준다고 생각한 학생의 마음이 고마웠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간단하고 분명했다.
"여러분이 잘되기를 바라니까요."
청춘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늘 같다.
잘 됐으면 좋겠다.
나 역시 좌절하고 방황한 시간이 많았다. 어쩌면, 그래서 심리학을 공부했던 것 같다. 삶에 대해, 졸업 후 진로에 대해 불안하고 방황하는 마음, 화난 마음이 가득한 학생들에게 심리학 수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사람과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올곧게 살아낼 수 있는 작은 기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은 목요일.
내일은 수업이 있는 금요일이다.
학생들의 귀한 3시간이 의미 있게 채워지도록, 적어도 헛되지는 않도록 준비 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