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2주면 끝날 것 같던 비대면 수업이 한 학기 내내 이어지고 있다. 강의실 수업에서는 학생의 얼굴을 보고 지각, 결석을 확인했다면, 비대면 수업에서 학생들은 사이버 강의실에 확인 댓글을 적는 것으로 출석을 대신한다. 자신이 수업에 들어왔다는 흔적을 짧은 글로 남기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내용이 다 같았다.
"확인했습니다." 혹은 "출석합니다."
간혹 "안녕하세요, 확인했습니다." 이게 전부였다.
'음, 재미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형식적이고 건조하다는 느낌이 드는 한편, '하긴, 혼자 덩그러니 앉아 컴퓨터로 듣는 수업이니 얼마나 재미가 없겠어. 기운이 빠질 만도 하지..' 싶었다.
어떻게 하면 수업을 좀 더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인터넷에 마련된 가상공간이지만, 학생들이 나를, 그리고 서로서로를 좀 더 가볍고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매주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내 질문에 답글을 적는 것으로 지각 및 출석 확인 댓글을 대신한다.
"코로나 때문에 답답한 시간 속에서도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소개해 본다면? - '나 요즘 이렇게 버티고 있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수업을 듣고 있나요?"
"5월 마지막 주네요. 여러분은 이번 주말에 무엇을 할 계획인가요?" 등등.
혹 학생들이 싫어하거나 번거롭게 여기면 어쩌나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학생들은 질문에 답을 적으며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다른 학우들이 쓴 답글을 보며 다들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주말 계획은 무엇인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 힘든 시기를 나름 어떤 재미를 만들어 견디고 있는지 등을 알게 되기도 한다. 강의실에서 만나지 못하는 대신 글을 통해 인사를 나누고 힘든 상황을 공감하며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곤 하는데, 그 모습이 참 보기가 좋다.
오늘은 이런 질문을 했다.
"벌써 6월, 많이 덥네요. 여러분은 어떤 계절을 제일 좋아하나요? 이유는?"
어제 밤늦게 완성된 수업 파일을 올리는데 문득 궁금해진 내용이었다. 어느 계절을 제일 좋아하려나?
학생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중 하나를 선택했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참 다양했다. '이런 이유도 있을 수 있구나!' 싶어 미소가 지어기도 했다. 글 하나하나가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만큼 예쁘다.
* 봄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제 생일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 저는 쌀쌀한 봄이나 가을 날씨를 좋아합니다. 너무 춥지도 않고 벌레도 없기 때문이죠.
* 전 겨울을 좋아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스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전 모든 계절이 좋습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좋은 점심입니다. 너무 더운 거 같아요. 저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옷을 많이 껴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저는 가을을 가장 좋아합니다. 신선하고 맑은 하늘과 무더운 여름이 한 풀 꺾이고 오는 쌀쌀한 바람이 주는 특유의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낙엽을 밟을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좋습니다. 출석하겠습니다.
* 저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제 생일이 있기도 하고 가을의 분위기를 좋아해요!
* 저도 가을을 좋아합니다 더운 여름에서 선선해지는 느낌이 좋고, 가을 공기와 알록달록한 단풍이 좋기 때문입니다
* 저는 여름과 가을을 좋아합니다! 여름은 더운 날씨를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경치 좋은 장소들을 많이 다녀보고, 많은 페스티벌도 열리는 기간이기 때문이구요, 가을은 선선해지고 하늘이 높아지는 그 순간이 너무 서정적이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물론 입을 옷이 다양해서 좋기도 합니다!
* 저는 봄을 가장 좋아합니다. 봄은 1년의 시작이자 모든 것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 저는 여름을 좋아하는데요, 청량한 분위기와 여름밤 냄새가 너무 좋아요
* 저는 가을이 가장 좋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선선한 시점에 제 생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 저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하늘을 좋아하는데 가을 하늘이 참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요즘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데 하늘이 예쁠 때가 많아서 집에서 바라보면 좋더라고요 ㅎㅎ!
* 가을이 좋습니다. 축구하기도 좋고 선선한 날씨가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 가을을 좋아합니다 ~! 날씨도 선선하고 단풍도 이쁘기 때문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가을이 좋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그 날씨가 좋습니다
* 저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옷을 하나씩 더 둘러매는 게 재밌어서요!
* 안녕하세요! 벌써 여름이네요. 전 가을이 좋아요. 겨울처럼 춥지도 않고 여름처럼 무덥지도 않은 데다, 가을 풍경이 이뻐서 좋아요
* 안녕하세요! 저는 가을이 좋습니다. 그냥 시원하고 보기에도 좋아서요
* 안녕하세요!! 저는 겨울을 제일 좋아합니다. 추운 날씨에 이불속에 들어가서 핸드폰 보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 전 겨울을 좋아합니다. 추운 날씨에 이불속에 들어가 있는 것도 좋아하고, 귤을 좋아해서요 ㅎㅎㅎ 그런데 눈이 오는 것은 싫습니다...... 그럴 땐 봄과 가을이 그립기도 합니다!!
* 전 가을을 좋아합니다.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날씨가 좋습니다
* 저는 봄을 가장 좋아합니다! 따뜻하고도 시원한 봄 날씨가 기분을 좋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 저는 적당한 계절인 봄 가을이 좋은 것 같습니다.
* 반갑습니다:) 저는 여름을 좋아합니다. 한여름 바다에 대한 추억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름에는 물놀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ㅠㅠ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저는 여름을 좋아합니다. 옷차림이 가벼워서 편하고 수박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뒤덮인 모습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 저는 가을을 가장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사색에 잠기기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죠.
* 안녕하세요! 저는 가장 선선하다고 생각이 되는 가을이 좋습니다! 단풍을 보러 등산을 하면 그 진면목이 드러나죠!
* 저는 사계절 중에 겨울을 가장 좋아합니다! 눈이 오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
* 가을이 좋습니다 여름이 끝나고 시원해지는 그 느낌이 좋아서요
* 안녕하세요. 적당히 쌀쌀하고 생명력 넘쳐서 좋아하는 봄이 지나가니 아쉽네요
* 겨울이 좋습니다! 추울 때 따뜻한 곳에 있는 기분이 너무 좋아요
* 저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을 가장 좋아합니다. 출석했습니다!
* 저는 가을이 좋습니다. 일단 제가 몸에 열이 너무 많아서 티 하나 걸치고 밖에 나가도 땀이 나지 않아서 좋습니다. 또 봄에는 꽃가루가 날려서 봄보다는 가을이 더 좋습니다.
* 저는 초가을을 좋아합니다. 저는 추위도 많이 타고 벌레도 무서워해서 겨울과 여름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봄 냄새도 좋아하는데, 가을 특유의 서정적이고 잔잔한 느낌을 더 좋아합니다! 특히 사계절 중에 가장 조용한 계절인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기도 해요 :)
* 봄을 좋아합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점점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산을 보면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 저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더위보다는 추위를 많이 타지만, 제가 좋아하는 눈이 내리고 스키를 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원래는 밤이 길고 조용한 겨울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낮이 긴 여름이 좋습니다. 여름엔 제가 살아있음이 피부와 마음 모든 것을 통해 느껴집니다. 그리고 움직이고자 하는 열정도 함께 높아져서 무언가 시작할 용기가 생기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름이 시작된 요즘 컨디션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 저는 4계절 모두 좋아하긴 하는데 굳이 고른다면 겨울이랑 여름 좋아합니다. 방학이 있잖아요!!ㅎㅎ
* 안녕하세요 가을 좋아합니다. 날씨가 선선해서 좋아요~
* 저는 겨울이 가장 좋습니다. 겨울 옷이 이쁜 게 많기 때문입니다
* 저는 가을이 오는 늦여름을 좋아해요! 해가 쨍쨍하게 뜨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습도 없는 날이면 아침에 일어날 때 좋은 일이 있을법한 느낌이 들거든요!
* 늘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봄이 좋습니다!
* 저는 겨울이 좋아요. 그 일 년도 어떻게든 지나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 저는 가을을 제일 좋아합니다. 무더운 여름을 버텼다는 해방감을 주는 계절이기도 하고 옷 스타일에 제약이 가장 적은 계절 같아서 좋습니다. 또,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습니다
* 저는 봄을 좋아합니다! 추운 계절이 지나서 따뜻함을 느끼고 가벼운 옷들을 입을 수 있어서입니다!
* 안녕하세요 :D 좋아하는 계절은 봄입니다. 다른 계절보다 색이 많아서 좋네요
* 안녕하세요, 저는 가을을 좋아합니다. 더위가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 좋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 저는 봄을 좋아합니다.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계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봄과 가을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여름과 겨울처럼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고 시원한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 저는 가을이 좋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몸에 열이 많은데 가을 날씨의 선선함이 주는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 전 겨울에 태어났는데 추운 게 싫어서 겨울 빼곤 다 좋아해요
* 저는 봄이 가장 좋아요 엄밀히 말하면 4-5월 즈음이 가장 좋습니다! 예쁜 꽃들도 많이 피고, 날씨도 좋고, 코트나 무거운 겨울옷을 한 꺼풀 벗고 옷차림이 점점 가벼워지는 계절이라 좋아요!
* 저는 가을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을의 날씨가 가장 좋기도 하고, 가을의 색감이 예쁩니다.
* 가을을 제일 좋아합니다. 낙엽도 좋고 선선한 날씨도 좋습니다.
* 저는 봄을 가장 좋아합니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날씨 때문입니다.
* 저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차가운 걸 좋아하기도 하고, 눈을 매우 좋아해서 겨울이 좋습니다 ㅎㅎ
* 흰 눈을 볼 수 있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교수님은 어떤 계절을 사랑하시나요?
(내 답 - "가을을 좋아합니다. 선선하고 차분해지는 느낌이 좋더군요.^^)
* 가을을 좋아합니다!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추운데 가을은 적당히 선선해서 좋아합니다.
* 저는 열이나 땀이 많은 편이라 선선한 봄, 가을을 선호합니다.
* 봄은 따스해서 좋고, 여름은 향이 좋아서 좋습니다.
* 가을이 제일 좋습니다. 높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딱 놀러 가고 싶은 날씨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 저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이 좋습니다.
* 저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제 생일도 겨울에 있고, 한 해의 마지막과 새로운 시작이 모두 겨울 안에 펼쳐지기 때문에 아쉬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봄도, 여름도, 가을도, 그리고 겨울도 각자 매력을 가진 좋은 계절이다.
학생 중 여러 명이 봄을 꼽았다. 외출도 자제하고 방에만 있어야 했던 지난봄이 얼마나 아쉬웠을까,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기특하게도 놀고 싶고, 친구 만나고 싶은 마음 누르고 조심하며 잘 견뎌냈다.
벌써 6월. 봄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여름이 지나면 학생들이 가장 많이 꼽은 가을이 온다. 선선하고 차분해지는 가을. 하얀 눈과 따뜻한 이불속이 그리운 겨울도 곧 올 것이다. 부디 다가오는 여름에는, 가을과 겨울에는 우리 모두 건강하고 웃는 얼굴을 마주 보고 왁자지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한 학생이 말했다.
"저는 겨울이 좋아요. 그 일 년도 어떻게든 지나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마음이 저릿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 만나는 계절을 반기는 마음. 안도감이 푹 느껴졌다.
지난봄은 몹시 길고 힘들었다. 마스크를 사느라 줄을 서고, 누군가 옆에서 기침을 하면 놀란 가슴이 되고, 혹시 열이 나는 건 아닌가 싶어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머리에 손을 얹어 확인하고, 뉴스를 보며 마음을 졸이고 그렇게 보낸 게 전부이다.
봄은 그렇게 아프고 슬프게 지났지만, 우리 학생들이 좋아하는 여름은, 가을은, 그리고 겨울은 다시 건강한 시간이 되면 좋겠다.
지난봄에는 많이 놀라고 무서웠지만,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잘 이겨냈다고, 감사한 분들도 잊지 말자고 웃으며 얘기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