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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Mar 15. 2018

소명의식 Calling

 

소명의식. Calling.


우리가 일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중 하나다.

조사에 따르면 어떤 이는 자신의 일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어떤 이는 경쟁에서 이기고 위로 올라가는 과정으로, 어떤 이는 소명으로 여긴다. (우리가 일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참고)


자신의 일에 대해 소명의식을 갖는다거나,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생각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심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해준다.   


소명은 초월적 끌림transcendent summons을 바탕으로 하며,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목적과 의미를 행동으로 실천하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타인을 돕고자 하는 가치와 목표를 중요한 동기로 삼는 것이다.   




소명(calling)이라는 말은 원래 종교적인 용어로 사용되었다. 즉, 신으로부터 도덕적,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라고 ‘부름을 받았다’(called)는 의미로 이해되어, 목사, 수도사, 복음 전파 등 종교적인 활동을 하라는 특별한 부름과 관련된 용어로만 사용되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범위가 확대되어 종교가 없더라도 자신의 일에 소명의식을 갖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는 "내가 너에게 이르노니 **로 가서 이런이런 일을 하거라"라는 외적인 부름을 받았던 것이 시작점이었으나 지금은 진지하고 깊은 성찰을 통해 "아, 나는 이런 일을 해야겠구나, 나는 이런 일에 끌리는구나" 하는 내적인 요구 혹은 음성 inner voice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소명 혹은 소명의식은 종교가 있는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어떤 일을 하든" 매일의 평범한 일상과 일터에서 추구해나갈 수 있는 것으로 정의되며 심리학과 경영학에서 주목받는 주제가 되었다. 자신의 일에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소명의식을 가지는 경우 누릴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소명의식을 가지고 사는 것이 왜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 핵심이다.

 



소명의식의 주요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중요한 요인들과 함께 내용 및 소명의식을 측정하는 문항을 몇 가지 살펴보자.

각 문항에 1점에서 5점까지 점수를 매기며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1점 = 전혀 그렇지 않다, 3점 = 보통이다, 5점 = 매우 그렇다)


1) 초월적 부름, 초월적 인도력 

- 무엇 혹은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내적인 지식과 성찰, 내면의 소리와 관련됨.

나는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의 분야에 부름을 받았다고 믿는다.

나는 일할 때 나를 이끄는 내면의 소리를 따른다.

나를 이끌어주는 내적 요구를 따라 진로를 정한다.


2) 목적, 의미, 가치 추구 

- 일을 통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실현해 가는 것. 자신의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가, 삶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가 하는 것.  

나는 일을 할 때 내 삶의 목적을 실현하도록 노력한다

나의 일은 내 삶의 의미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내 일을 하는 데 있어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지키려 노력한다.


3) 일 동일시 및 개인-환경 적합 

- 일과 자신을 얼마나 가깝게 여기는가, 일을 통해 잠재력을 발휘하고 키워갈 수 있는가 하는 것.

나는 내 일을 하면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나는 내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

내 일은 곧 나 자신을 의미한다.


4) 친사회 지향, 친사회적 의도 

- 자신의 일이 타인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하고 공공선(common good)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일의 주된 동기 중 하나다.

나의 일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도 자신의 일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다. 어떤 이는 돈을 버는 것만이 중요하고(Job), 어떤 이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만(Career), 어떤 이에게는 일의 의미를 추구하고 이타심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에 의하면 소명의식은 전문직, 사무직, 노동직을 포함한 모든 직장인뿐 아니라, 가정 주부, 대학생, 고등학생들에게도 존재한다. 아직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있는 학생들도 앞으로 가지게 될 자신의 직업에 대해 소명의식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이 있다는 의미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학업에 대한 몰입도, 진로선택에 대한 효능감과 성숙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직장인의 경우 업무 몰입도는 높고 직무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낮다.  




사실 소명의식은 내 박사학위 논문 주제다. 외국에서는 주목을 받고 있는 주제지만 국내에서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거의 연구되지 않은 소명의식을 꼭 알아보고 싶었다.  


많은 이들이 말렸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경쟁이 심한 사회와 조직에서 소명의식 가지고 일하는 사람 별로 없다고, 괜히 고생만 할 거라고 하지 말라고 했다. "다른 주제도 많은데 왜 사서 고생이냐. 절대 하지 마라." 


하지만 나는 믿었다. 내 주변에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환자 한 명을 짜장면 한 그릇 값으로 바라보는 의사도 있지만, 몸이 불편했던 환자가 건강하게 병원을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삶과 일의 의미를 확고히 해간다는 의사도 있기 때문이다. 나만, 내 이익만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늘 주변을 살피고 도우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잘 돕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일을 더 잘해야 한다는 태도로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큰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묵묵히 일하고 있기에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이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나아가고 있다 믿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기심이 강해지고 인간관계가 건조해지는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주제라고 믿었다.



소명의식을 가진 이들에 대한 내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국내 기업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를 통해 한 조직, 같은 업무 안에서도 구성원들의 소명의식의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소명의식이 높은 이들은 어디에서든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외국에서 나타난 결과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소명의식은 어느 지역, 어느 민족, 어느 직업에만 속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일의 의미와 가치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자신의 일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기에 소명의식을 반드시 가지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명의식을 가졌을 때 누릴 수 있는 장점을 접할 수 있도록, 그래서 자신을 위해 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 다양한 내용을 전하려 한다. 많은 이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몇 년 전, 신세계 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이 한 대학교 강연에서 "소명의식을 가질 것"을 권했을 때 몹시 반가웠다. 소명의식을 어떤 의미로 알고 있는지 어떤 의미로 강조했는지 궁금했지만,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리더가 학생들에게 소명의식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리더로서 스스로도 중심에 놓고 실천해준다면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소명의식Calling은
1) 내면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진실된 욕구와 끌림을 이해하고
2) 일을 통해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며
3) 주변에 선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할 때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의미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키워나가는 것이 시작이다.   



<월요일 아침의 심리학> (청림출판)


*예스24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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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Dik, B. J. & Duffy, R. D. (2009). Calling and vocation at work. Definitions and prospects for research and practice. The Counseling Psychologist, 37, 424-450.

** Peterson, C., Park, N., Hall, N., & Seligman, M. Z. P. (2009). Zest and Work.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0, 16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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