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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Mar 27. 2018

일을 소명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어떤 점이 다를까?

삶과 일에 대한 재고_Reconsidering

이전 글을 통해 우리는 일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을 살피고, 그중 소명의식(calling)은 전문직, 사무식, 노동직을 포함한 직장인뿐 아니라 가정 주부, 대학생, 고등학생들에게도 존재한다는 내용을 나누었다(이전 글 바로가기 - "우리가 일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소명의식"). 이번에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른 차이점을 알아보자.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바라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일과 삶에서 어떤 차이를 보일까?




지금부터 약 20년 전인 1997년,  사람들이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 및 행동의 차이에 대해 주목한 에이미 레즈네스키Amy Wrzesniewski 교수와 동료들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외과 의사, 간호사, 사무원, 약사, 건강지도사, 도서관 사서, 컴퓨터 프로그래머, 사무보조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자들이 처음 살펴본 부분은 조사에 참여한 이들이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 비율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자신의 일을 그저 직업(job)으로 바라보는 사람, 경력과정(career) 혹은 소명(calling)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서로 뚜렷하게 나뉠까? 어느 쪽이 많을까?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조사 대상자 중 자신의 일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 직업(job)으로 바라보는 사람, 경쟁에서 이기고 남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해주는 경력과정(career)으로 바라보는 사람, 소명(calling)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수를 살펴보니 서로 비슷했다. 신기하게도 각 그룹에 약 1/3씩 속한 것으로 나온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비율이 특정한 직업을 기준으로 나뉜 숫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어떤 직업군이든 "그 직업 내에서" 사람들이 일을 바라보는 관점 세 가지가 모두 나타났다. 즉, 같은 일을 하고 있어도 어떤 이는 자신의 일을 직업으로, 어떤 이는 경력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반면에, 어떤 이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시간이 지나 2009년 크리스토퍼 피터슨Christopher Pterson는 교수와 동료들은 위 연구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일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생겼을까?


연구자들은 직장인과 가정주부를 포함해 무려 1만 명에 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일의 관점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직업에 따라 비율은 조금 달랐지만, 모든 직업에서 직업, 경력, 소명 관점이 모두 나타났다. 같이 전문직 혹은 사무직이나 노동직에 종사하고 있어도, 그 직종 안에서 어떤 이는 자신의 일을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 직업(job)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어떤 이는 경력과정(career)으로, 어떤 이는 소명(calling)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마다 일을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결과다.  



세 가지 관점에 따라 일과 삶에서 어떤 차이를 보일까?  

분석 결과 자신의 일을 소명(calling)으로 생각하며 일의 의미와 목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일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있었고, 일을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고 나타내는 정체성과 관련한 주요 요인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들은 다른 두 그룹에 비해 수입, 사회경제적 위치, 조직 내 지위 등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이며 자신의 일과 삶에 전체적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열정과 열의, 혹은 활력(zest) 수준도 높았다.


삶에 대해서도 일에 대해서도 가장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일과 삶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타난 것은 일을 하는 이유가 단지 돈을 버는 것인 사람들(job 관점 그룹)이었다. 일에서 돈을 버는 것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삶과 일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고, 실제로 삶에 대한 열정과 열의, 활력(zest) 수준도 낮게 나타났다. 마지막 남은 그룹인, 자신의 일을 경력과정(career)으로 보며 경쟁과 성취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은 일한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더 빨리, 많은 성취를 이루는 듯싶기는 하지만, 그런 자신의 삶과 일에 만족하고 있지도 않았다. 경쟁과 성취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에 열의나 활력이 높은 것도 아니었다. 이들에게서 높게 나타나는 것은 스트레스 수준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 소화불량, 불면, 불안감 등의 정도가 높게 나타난다. 경쟁과 성취를 늘 생각하고 있는 만큼 늘 긴장을 많이 하고 그로 인한 안 좋은 결과로 힘들어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인지, 같은 기간을 놓고 살펴볼 때 자신의 일을 경력과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결근 일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삶과 일과 관련한 여러 면에서 가장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바라보고 성실히 임하는 이들이다.




소명의식과 관련한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내용을 보고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수입이나 사회경제적 위치, 조직 내 지위 등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보인다는 것은 그 방향을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즉,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할 때 여러 면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돈을 많이 벌고, 지위가 높아지면서 자신의 일을 소명이라고 인식하게 될 수도 있는 건 아닐까?


맞다. 두 방향 모두 가능하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즉 학생 때부터 졸업 후 해나갈 일에 대해 성찰하여 "소명"이라고 판단되는 일을 선택해서 해나갈 수도 있다. 자신이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일에 몰입하며 타인과 주변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여러 좋은 결과를 만들고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도 가능하다. 상황에 의해, 어쩌다 시작한 일이었는데 좋은 성과를 내면서 조금씩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자신이 그동안 해 온 일이 소명이라고, 소명인가 보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물론 더 바람직한 것은 전자의 경우이지만, 후자인 경우도 충분히 좋다. 경력을 쌓던 중 일에서 참된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고, 노력하여 의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둘 다 아닌 경우다. 

처음부터 자신과 자신의 삶, 일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일을 시작한 데다 일을 계속하면서 의미도 보람도 없는 경우다. 그저 돈을 벌어야 하니 할 수 없이 억지로 출근하고, 남에게 지지 않기 위해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켜켜이 쌓아가며 일을 해나가는 경우가 가장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한다. 연구결과들을 보면 이렇게 살아갈 때 많이 우울하고 힘이 든다. 허탈감도 자주 느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에이미 레즈네스키 교수는 우리에게 삶에 대한 재고(再考, reconsidering) 권한다. '재고'는 어떤 일이나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는 종종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해 다시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향해 질문을 던지며 의미와 역할에 대한 솔직하고 진실한 답을 찾아보라는 권유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질문 몇 가지를 적어보았다. 삶과 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이들이 스스로 묻곤 하는 질문이다.


"나는 내 시간과 에너지를 의미 있게 사용하고 있는가?"

"일을 통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삶은 단 한 번이고 유한하다. 남은 인생을 이대로 계속 살아도 괜찮을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방향이 맞는가?"

"세상이라는 큰 무대에서 크던 작던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하든 쉬운 길은 없다. 모두 다 어렵고 힘들다. 이에 대해 레즈네스키 교수는 우리가 때때로 삶과 일에 대해 재고해본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재고하는 시간과 그 결과로 인한 열매를 스스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아마 그 혜택들이 위에서 살펴본 내용이 아닐까 싶다.

소명의식은 특정 직업이나 학력 수준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이들은 중심을 두고 스스로 선택한다. 자신이 가치를 두는 것에 몰입해 열심히 일하지만 나와 내 이익만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타인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한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중요한 것이다. 소명의식을 가진 이들이 평소 삶에서 열의와 활력이 있고, 자발적으로 일에 몰입하며, 자신의 삶과 일이 의미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매우 보람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그런 좋은 결과와 혜택을 보다 많은 이들이 누렸으면 좋겠다. 삶과 일을 놓고 자신을 위해 깊게 재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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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Peterson, C., Park, N., Hall, N., & Seligman, M. Z. P. (2009). Zest and Work.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0, 161-172.

* Wrzesniewsk, A. (2002). "It's not jost a job." Shifting meaning of work in the wake of 9/11. Journal of Managemtn Inquiry, 11, 230-234.

* * Wrzesniewsk, A., McCauley, C., Rozin, P., & Schwartz, B. (1997). Jobs, Careers, and Callings. People's Relations to thier work.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3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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