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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쳐는 세대를 넘어

by 명랑소녀

하와이 쇼핑몰에서 훌라용품점을 발견했다. 오며가며 자꾸만 눈길을 주니 아이들이 구경하러 가자고 한다. 내 눈빛을 읽었나? 다양한 훌라 파우(치마)와 무무드레스를 시작으로 하와이안 퀼트 가방과 소품까지 구경 거리가 넘쳤다. 사고 싶고, 입고 싶고 가지고 싶은 욕구 뿜뿜. 그러나 구경만 열심히 하고 가게에서 나왔다.


마음에 계속 담아두면 언젠가 기회가 오는 것인지, 내가 기회를 만드는 것인지. 혼자 있게 된 날, 홀연히 훌라소품샵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훌라 파우를 여러 벌 꺼내와 입어봤다. 나의 훌라 강사님이 하와이에서 공수해오는 파우들도 눈에 띠었다. 내가 봤던 파우들 말고, 처음 보는 것. 가장 하와이다운 것. 내가 하와이를 추억하며 훌라하기에 최적의 것. 그런 파우를 골랐다.


제주의 노을진 해변도 아름답기 그지없듯이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도 노을 명소다. 아이들과 종일 물놀이를 하고 일찌감치 샤워를 하고 뽀송해진 몸으로 저녁거리를 사다가 노을을 반찬삼아, 아니 노을을 메인요리 삼아 낭만적인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의 싸움과 볼멘소리는 기억 저편으로 날려버리고 지금은 새콤달콤한 오렌지빛과 핑크빛이 어우러진 하늘과 야자나무만 기억에 남겼다.


그 장면이 고스란히 그려지는 붉은 저녁 노을의 와이키키가 그려진 훌라 파우를 골랐다. 지금도 그 파우를 입고 훌라 수업에서 하와이를 추억하고 있다. 내가 하와이에서 직접 골라서 사온 훌라 파우. 므헤므헤. 이 파우를 입고 눈을 감으면, 와이키키 바다의 내음과 습도와 파도와 바람을 느낄 수 있을듯하다.


여자아이들이라서인지 내 딸들은 쇼핑을 참 좋아한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야한다고 여러날 기념품 가게를 들렀다. 이에 질 세라, 나도 열심히 구경을 하면서 훌라 관련 책 세 권을 구입했다. 기념품 가게 옆에 하와이 스타일 옷가게도 있어서 구경만 하려고 들어갔는데, 어느새 계산대 앞에 줄 서있는 나와 아이들. 우리 아이들의 손엔 각자의 훌라 의상이 들려있다. 현지는 분홍톤의 꽃무늬, 선우는 보라톤의 꽃무늬. 파우와 함께 상의도 있는 훌라 의상이다. 나랑 같이 셋이서 입으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 꺅! 어서 입고 싶어!


분명 신나는 마음으로 사온 훌라 의상이었는데, 추운 겨울인 2월에 귀국하니 옷을 서랍에 넣어두고 까맣게 잊은 채 다시 겨울을 맞이했다. 6학년인 큰 언니야는 사춘기라 훌라 옷을 입어줄지도 의문이고, 둘째는 낯가림이 심하니 훌라 옷을 입고 집 밖에 나가줄지 걱정이다. 엄마 소원이라고 하면 한 번은 입어주겠지?


돌아오는 따듯한 봄날에 아이들과 손맞잡고 함덕 바다에 나가서 추억 한 자락 만들어야지. 고무줄 훌라 옷이라 늘어나긴 하겠지만,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훅훅 자라니까, 옷이 작아지기 전에 추억 만들기하려면 서둘러야한다. 인생은 유한하니, 할 수 있을 때, 주저하지 않고 해야지! 아이들이 싫다고 빼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책, 현금 이런 콩고물을 들이밀어서라도 사진 한 장 꼭 찍어두고싶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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