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Shearing and Mel Tormé

Lullaby of Birdland

by 달빛소리


재즈 뮤지션 중에는 장애가 있는 연주자들이 참 많았다. Michel Petrucciani는 아주 희귀한 병으로 평생을 고생했고 Django Reinhardt는 사고로 손가락 2개를 잃었다. Charlie Parker, Bud Powell, Thelonious Monk, Charles Mingus, Sonny Criss, Lester Young, Phineas Newborn Jr 등은 활동 당시 많은 문제를 일으켜 현대에 와서 분석한 결과 정신 질환을 앓았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Art Tatum, Lennie Tristano, Rahsaan Roland Kirk, Marcus Roberts는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Pat Martino는 뇌동맥류와 뇌혈관기형으로 왼쪽 측두엽의 약 70%를 제거해 기억을 모두 잃은 채 다시 기타를 잡아 두 번째 성공을 이루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내가 듣고 있는 이들의 연주가 도대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어떤 노력으로 만들어졌는지 감동을 받은 만큼 숙연해지기도 한다.

George Shearing도 시각 장애로 영국에서 태어났다. 노동자 계층으로 부유하지 못한 집안에서 그나마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고 제2차 세계 대전 중 런던에 거주 중인 스테판 그라펠리(Stéphane Grappelli)에게 발탁되어 그의 밴드에 합류하기도 했다. Shearing은 작곡능력도 뛰어났지만 연주 능력도 탁월했고 이후 미국으로 이주하여 본격적으로 재즈신에 등장한다. 그의 피아노 연주 기반이 유럽의 클래식이다 보니 드뷔시, 라벨, 바흐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며 세련미와 서정성 그리고 우아함이 깃들여 있고 그의 성정과 같이 위트와 유머가 잘 드러나기도 했다.

폴란드계 유대인 이민자 Mel Tormé는 중산층의 흥이 많은 가정에서 태어났다. 4세 때 라디오에서 배운 노래로 동네 레스토랑에서 일정 급여를 받고 노래를 불렀을 정도로 어린 Tormé는 노래도 잘했고 춤도 잘 췄으며 밴드에서 드럼까지 맡았다. 흑인 동네에서 자라 재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성인이 된 후 가수이자 작곡가, 편곡가였으며 배우에다 작가였는데 그 분야에서 꽤 큰 성과를 냈던 만능 엔터테이너의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보컬로써 필자가 생각하는 Mel Tormé의 가장 적합한 표현은 남자 Ella Fitzgerald이다. 비록 흑인은 아니지만 성량과 기교 면에서 다른 남성 보컬을 압도한다. 특히 그의 스캣을 들으면 왜 Ella Fitzgerald라고 하는지 바로 이해할 것이다.

이들의 만남은 Mel Tormé의 프러포즈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Mel Tormé가 우연히 George Shearing의 콘서트 연주를 보고 감명을 받아 Shearing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듀오 공연을 제안했는데, Shearing이 처음엔 망설였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음악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놀라울 만큼 음악적 언어가 일치함을 깨닫고 바로 공동 공연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Concord Records의 창업자 겸 프로듀서 Carl Jefferson이 이들의 협업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아주 천천히 George Shearing의 피아노에 맞춰 Mel Tormé가 노래를 부르며 시작한다. 콤비네이션이 여유 있게 들리지만 처음 들으면 자칫 지겨울지 모른다는 의심이 생기는데 이내 템포를 빠르게 변경하고 Brian Torff의 Bass가 추가되면서 이 자장가는 생기(?)를 얻게 된다.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George Shearing은 의당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의 피아노는 듣는 이로부터 흥겹고 즐거움을 나타낼 때 진가가 더욱 돋보이는데 이 곡에서 흥겹게 연주하고 있으며, 원숙하면서도 개구지게 들리는 50대 Mel Tormé의 테크닉이 더해져 이미 자장가로서의 기능은 상실해 버렸다.

노래의 가사를 끝내고 Mel Tormé는 바로 악기 모드로 변경해 즉흥 스캣을 연주하고 계속해 Shearing이 피아노로, Brian Torff가 Bass로 즉흥 연주를 이어받는다. 그리고 다시 나오는 Mel Tormé의 스캣과 Shearing의 피아노 연주에서 아주 고급스러운 클래식의 실내악 같은 품격이 느껴지는 연주가 펼쳐진다. 피아노와 베이스, 그리그 Mel Tormé의 목소리가 각각 또렷하고 개성 있는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으며 동시에 하나의 완벽한 하모니로 어우러지고 있다.

이 음반은 Shearing과 Tormé의 아주 중요한 음반으로 이들의 이전의 전성기보다 더한 인기와 음악적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George Shearing은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음악적 파트너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저는 Tormé과 제가 지난 몇 년 동안 최고의 음악적 결혼 생활을 했다고 겸손히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공연에서 말 그대로 함께 호흡했습니다. Tormé의 말처럼, 우리는 하나의 음악적 정신을 가진 두 몸이었습니다.’라고 인터뷰에서 큰 만족감을 드러냈고 이후에도 6장의 음반을 같이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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