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이 곡부터 들어야 한다.

Tal Farlow

by 달빛소리


계획을 먼저 세워야 해서, 일단 책상과 주변 정리하고, 친구가 불러서, 강아지가 짖어서, 여건이 안 돼서, 어제 야구와 축구 결과가 궁금해서, 약간 출출한 것 같아서, 공부하려는 책을 찾다 보니,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 져서, 앉았더니 안 아프던 허리가 아파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책을 보면 졸려서 공부는 안된다. 필자가 잘 아는 공부 못하는 애들의 특징이다.


안 되는 수는 만 가지의 이유가 있지만, 가능하게 하는 한 가지는 열정만 있으면 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다. 기타리스트 Tal Farlow는 22세 처음으로 기타를 잡고 혼자 연습하기 전까지 악기 연주는 만돌린을 우쿨렐레처럼 조율하여 연주했던 경험이 전부였다고 하며, 정규 음악 교육은 받아본 적도 없으며 악보조차 볼 수 없었다고 한다.


Farlow는 사인 페인터(간판이나 영화 포스터, 차량, 쇼윈도 등에 그림 그리는 사람)로 일하면서 라디오를 통해 빅 밴드 음악을 듣고, Charlie Christian(찰리 크리스천)의 연주에 깊은 인상을 받아 그의 솔로를 귀로 익히며 연습했다고 한다. 레코드 플레이어가 없었던 그는 근처 음악 가게에서 레코드를 반복해서 들으며 연주를 따라 하려고 노력했고, 일부러 조용한 밤 작업을 자청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렇게 4년을 연습해서 26세부터 지역 클럽활동을 시작했다 하니 노력만으로도 안되고 재능만으로도 안 되는, 재능과 노력 모두 최고의 능력치에 다른 능력을 더해야 가능할 것 같다. 그는 전자기타를 살 돈도 없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형 헤드폰의 부품을 활용해 전자기타의 픽업을 직접 만들어 손수 기타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후 1949년, 29세에 비브라폰 연주자 Red Norvo가 이끄는 트리오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프로 재즈 연주자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했지만, 이 시기에도 사인 페인터 일을 계속하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연주했다고 한다. 천재 뮤지션이라고 불리는 많은 연주자들이 10대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경우가 많았는데, 29이면 많이 늦은 나이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탈 팔로우는 정규교육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연주를 들어보면 왠지 모를 아카데믹한 재즈 기타의 교본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실제 레너드 피더(Leonard Feather)나 아이라 기틀러(Ira Gitler) 같은 재즈 평론가들도 탈 팔로우의 연주를 두고 “비록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그의 솔로는 마치 버클리 교재에 나올 법한 라인처럼 보인다”라고 코멘트한 적이 있다. 또한 이는 그가 기타를 연주하고 음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표출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Tal Farlow의 St. Thomas는 Chromatic Palette음반에 수록되어 있다. Chromatic은 원래 색채, 색상이라는 미술용어와 반음계라는 음악 용어까지 같이 사용되고 있다. 음반 제목에서부터 중의적 표현이 재미있고 쟈켓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참여 연주자로 재즈 역사상 약방의 감초 같은 이미지의 Tommy Flannagan이 피아노에 앉아 있다. 그는 색소폰의 가장 큰 두 거장의 대표 명반이라고 할 수 있는 Sonny Rollins의 Saxophone Colossus와 John Coltrane의 Giant Steps 음반의 피아니스트로 연주했으며 엘라 피츠제랄드의 반주 연주자로 오랬 동안 활동했고 수많은 연주자와 자신의 음반에서 많은 음반을 만들었다. 베이스에는 Gary Mazzaroppi가 참여하고 있는데 그는 그렇게 많이 유명하지는 않다.


이렇게 드럼 없는 트리오 구성으로 자칫 리듬감에 허전함을 느낄 수 있으나 마자로피의 베이스가 기본 리듬에 충실히 받쳐주고 있으며 Farlow가 솔로를 진행하면 Flannagan이, Flannagan이 솔로를 연주하면 Farlow가 부족한 리듬을 화음으로 메워주고 있다. 또한 중간에 나오는 마자로피의 베이스 솔로 연주 또한 존재감 있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긴장감 없이 차분히 즐길 수 있는 St. Thomas 연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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