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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김 Aug 23. 2024

학습민감도가 높은 딸과 동거

신디사이저, 물질, 성장과 인공지능

챗지피티에게 내 블로그에 대한 평을 물었더니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이것저것 중언부언이라고 한다. 해볼 만한 악플을 달아보게 시키라는 김상균 교수의 충고를 따랐더니 챗.


챗지피티가 챗지피티했다. 이건 일기라고. 일기는 당연히 자기중심적인 거 아니야? 이렇게 불평했더니, 또 이번엔 선플 일색. 일기이므로 산만함이 매력이 될 수도 있고 그 진솔함이 주는 진짜 모습이 나만의 독창성이라고? 참으로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나도 참 하다 하다 인공지능 따위에게 흥분했다. 딴 얘기지만 또 영드 '휴먼스'가 떠오르네. 참 재미있는 드라마인데.


다시 돌아가서.. 이 일기의 제일 중요한 독자는 딸이고 최근에 가장 중요한 이슈가 신디사이저였지. 그래서 소유와 성장 사이의 균형이 챗지피티가 제안한 글 제목이었다. 개인적으로 너어무 별로다. 어떻게 일기가 매번 꼭 교훈적일 수 있나?



삼만 원짜리 디지털피아노 사망 선고


며칠 전, 오래된 디지털 피아노를 수리하려고 기사님이 출장 왔다. 부산에서 먼 길을 온 기사님은 피아노에 "사망 선고"를 내렸다. 이 선고를 받는 데만 3만 원이다. 결혼 전에 샀으니, 이 피아노는 딸, 너보다 오래된 친구다. 그렇게 오랜 시간 잘 버텨주었지만 이제는 고치더라도 건반 하나둘 고장 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


센터에 맡기고 수리를 해도 기본 11만 원이 비용이 나오고, 수리비 30만 원에서 40만 원이 들겠지만, 결국 또 다른 고장이 따라올 거란다.


새로 사는 게 합리적일까? 시중에서 비슷한 모델을 사면 70만 원에서 80만 원 정도는 들 거란다. 더 찾아보니 몇백.. 


그래서 폐기하기로 했다. 아쉬움과 시원함이 교차했다. 피아노를 처음 샀을 때 남편과 함께 백화점에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취미를 길러보겠다는 기대를 안고 샀던 P-85. 하지만 그 피아노는 내 취미보다 너희의 장난감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젠 너도 커서 신디사이저를 갖고 싶다고 하는구나. 그러나 몇백만 원을 들여 삐까뻔쩍한 신디사이저를 산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가치를 알고 충분히 활용할까? 단순히 스트링이나 브라스 소리만이 아닌, 소리를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프로듀싱 기계. 그에 더해 필요한 건반들. 네가 정말로 음악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나온 소원인지, 아니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인지 나는 분간하기 어렵다.

"인싸가 되고 싶어? 이걸 사."라는 유혹과 늘 싸운다. 그러나 가진 물질이 우리를 설명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우리의 능력과 역량, 실력은 가치롭다.


작곡을 하고 싶다면, 작업실이라든가 신디사이저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지다.


인공지능이 준 예시: 슈가, 제니, 우지, 아이유


물질과 성장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제에 대해, 여기서부턴 챗지피티가 준 예시야. 내가 고른 게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슈가도 (우린 그들의 사건사고에 좌절하지 않지!) 암튼 내가 좋아한  그가 가진 비싼 장비나 화려한 작업실이 아니라,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지.

블랙핑크의 제니도 말해 뭐 해.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쌓기.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연습이었다고 하네? 여 아이돌은 관심이 없어 몰랐는데.

세븐틴의 우지는 멤버 중 가장 작은 체구지만(그리고 난 슈가가 더 좋아ㅋㅋ) 그가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과 어마어마한 창작욕구가 다다. 네 최애 아이돌말야. 왜 군대를 마구 쪼개서 가냐고 분개하던 너. 그래, 그 노랜 좋더라, 청춘머시기.


멜론이 공인한 이유 매니아 딸아. 아이유도 나보다 네가 성장서사를 알겠지.


무언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네가 느끼는 혼란과 비슷한 감정을 나도 겪고 있어. 우리 둘 다 길을 찾으려고 애쓰는 중이니까, 때로는 내가 네 등대가 되고, 때로는 네가 내 등대가 되어준다고 낀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함께 성장하겠지.


어찌 되었든 0.0001센티미터라도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는 네가 부럽다.


네가 산 캐럿봉..이 아닌 언감생심 굿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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