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 Nov 30. 2022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빵집 사장님이 되고 싶었다.

  하얀 밀가루를 정성스레 치댄다. 둥근 반죽을 밀대로 죽죽 밀어 평평하게 만든 다음 주전자 뚜껑으로 동그랗게 도려낸다. 엄마는 도넛을 만들고 계셨다. 그 모습이 신기해 마냥 쳐다보았다. 반죽이 끝나면 커다란 솥에 기름을 콸콸 쏟아붓고 가스렌지에 불을 켠다. 달구어진 기름에 반죽을 넣는다. 그 순간 들리는 경쾌한 소리는 이미 그 자체로 나를 행복하게 했다. 설탕이 잔뜩 뿌려진 엄마의 도넛은 특별했다. 그렇게 빵을 사랑하게 되었다.  


  시골 동네에 살았던 나는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갈 때면 빵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빵집을 지날 때 풍기는 그 향기가 너무 좋았다. 특히나 슈크림 빵을 좋아했다. 노랗고 쫀쫀한 그 크림이 왜 그리도 맛있던지. 꼭 쥔 주먹처럼 생긴 그 모양도 마음에 들었다. 엄마가 슈크림 빵을 사 주실 때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내가 크면 빵집 사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었다. 무료한 학교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졸업한 선배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과제빵 강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좋은 기회가 있어 과 실습실에서 평일 야간에 강좌를 열게 되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빵순이가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당장 수업을 신청했다. 이토록 좋아하는 빵을 직접 만들 수 있다니. 너무 설렜다. 제과제빵 수업은 인기가 좋았다. 깜깜한 밤이 되면 실습실에 불이 환하게 켜진다. 창문 너머로 부드럽고 향긋한 버터향이 복도를 가득 채운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얀 색 앞치마를 두르고 진지하게 수업에 임한다. 반죽이 울퉁불퉁해도, 빵 모양이 못 생겨도, 빵을 태워도 마냥 즐겁다. 수업이 끝나면 그날 만든 빵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행복했다. 자취를 하고 있던 터라 친구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기쁨도 쏠쏠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매일매일 먹으니 언제부턴가 빵이 질리기 시작했다.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가던 처음과는 달리 손에 들려 있는 빵 봉지가 부담스러워졌다. 이런 내 모습이 낯설고 어색했다. 오늘은 또 어떻게 처리를 할까. 좋은 것도 하루 이틀이라는 말을 절감했다. 시간이 지나 두 번의 도전 끝에 자격증 합격의 영광을 누렸지만 시간이 지난 만큼 빵에 대한 내 사랑도 식어버렸다. 

영원할 줄 알았는데. 

빵 없으면 못 살 줄 알았는데. 

그렇게 빵집 사장님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도 희미해져 갔다.






   

작가의 이전글 사장님은 복이 참 많으시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