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티켓을 프로모션 가격으로 약간 저렴하게 사두었다. 마침 아이가 좋아하는 자주 보던 동화책을 그린 작가의 전시여서 아이에게도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그런데 티켓 사용 기한이 다돼 가도록 가보질 못했다. 이런저런 일정에 치이고, 게다가 나는 뚜벅이 엄마여서 혼자 아이를 데리고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고 또 미루다 드디어 우린 그곳으로 향했다.
마침 날씨도 좋아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조금은 컸으니, 전시를 어느 정도 즐겨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우리는 전시장 앞 포토존에서 사진을 잔뜩 찍고 기대에 부풀어 내부로 입장했다.
다행히 아이는 아는 그림이어서 그런지 제법 흥미가 있는 듯했다. 그런데 문제는 작품에 손을 데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절대 선을 넘어가서 만지면 안 된다고 단단히 타일렀다. 하지만 몇 번 제지가 반복되다 보니 아이는 점점 흥미를 잃는 것도 같았다. 아직은 손으로 탐험하는 게 먼저인 나이다.
그래도 아이는 어느 정도 룰을 익히는 듯 보였고, 다행히 우리는 전시의 중반부로 향해 갔다. 이렇게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보고 나가면 되겠다 싶을 때쯤 아이는 말했다.
"화장실 가고 싶어."
그래. 그렇구나... 나는 인정해야 했다. 더 이상 아이에게 그림과 미디어아트들은 재미가 없음을. 그리고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데, 무슨 수로 여기에 더 머물 수 있겠냔 말이다. 나는 다 내려놓고, 마음을 싹 비우고 아이 손을 잡고 전시장을 훅훅 지나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쐐기를 박는 표지판을 대충 훑고 화장실로 향했다.
재입장 불가
오늘은 여기까지. 깔끔하게 미련을 버린 나는 아이와 기념품샵으로 갔다. 그래도 왔으니 사야지?! 먹을 것도 먹고!
집에 돌아오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 입장료 대략 3만 원,
- 기념품 헉? 3만 원 이상,
- 식음료비 대충 3만 원.
2시간도 채 머물지 못했는데 약 10만 원을 쓰고 나왔다. 여기에 기름값까지 생각하면 그 이상이라는 소리다. 잠깐 1) 물가를 탓하고, 2) 내 과소비를 탓하다가 곧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요즘 다른 데 가도 이 정도는 들지 뭐.'
문화생활을 향유하려면 머니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돈이 들지 않는 문화생활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날씨가 좋을 테니 근처 산과 강으로, 공원으로 산책을 다녀야겠다. 자전거랑 킥보드도 실컷 타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근처 도서관과 박물관도 잘 이용해 봐야겠다. 발품을 팔아서 여기저기 다니다가 추워지면 다시 미술관에 가보는 것으로 결정을 내려본다. 그래도 어찌 됐건 문화시민에게는 머니가 필요하다는 결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