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영화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볼만한 영화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한참 개봉작들의 줄거리와 리뷰를 찾아보던 중 발견한 '연의 편지'. 얼핏 보기엔 일본 애니메이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네이버웹툰 원작의 한국 애니메이션이었다. 와, 우리나라 수준이 이렇게 발달했다고? 영상 퀄리티가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의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야기는 주인공 '소리'가 전학을 가면서 시작된다.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도와주다가 자신도 따돌림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씁쓸한 지점이 아닐 수 없었다. 문득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한 학생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선생님 아이는 절대
도와주지 말라고 하세요.
학교에서 학폭이나 기타 문제에 처한 친구를 도와줬다가 도리어 궁지에 몰리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사촌동생도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어쩔 수 없이 자퇴를 해야 했던 일이 있어서, 그 학생의 말이 빠르게 이해가 됐다. 차갑고 냉혹한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현실이었다.
다시 '연의 편지'로 돌아와서 내용 전개를 살펴보면, 주인공 소리가 새로운 학교에서 편지를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누가 소리에게 편지를 보낸 것일까? 그리고 그 편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뛰어난 영상미와 함께 감동 스토리가 펼쳐진다. (스포 없음)
소리 역할은 악동 뮤지션의 이수현 님이 맡아서 더빙을 했다. 어찌나 목소리가 맑고 청아하던지! O.S.T. 도 직접 불렀는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영화에 더 빠져들었다. 심지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그 노래가 울려 퍼지는데,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이수현 님의 연기력이 옥에 티다. 다행히 전문 성우들의 연기가 받쳐줘서 주인공 연기가 덜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래도 스토리, 주제의식, 영상미, 배경음악 등 어느 하나 빠짐없이 좋았던 작품을 보고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웹툰 및 애니메이션의 위상이 느껴져서 뿌듯하기까지 했다. 이 영화가 더 흥행을 했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상영관과 상영 시간이 몇 안 되는 것 같았다. 대형 제작사 내지는 배급사를 가진 영화들은 점유율이 높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무쪼록 많은 대중들이, 그리고 청소년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면 좋겠다. 교과서는 패드로 대체되어도 학생들은 로봇으로 바뀔 수 없지 않은가. 학교가 학업 말고도 우정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