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과 독버섯

by 헤일리 데일리

한 대형 언론사의 온라인 특별 연재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소재며 기획이 신선했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에 단번에 구독 신청을 했다. 다행히 그 언론사의 종이 신문을 구독 중이어서 할인된 가격으로 온라인 서비스도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독특한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갔던 건 그날 하루뿐. 구독을 시작한 날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그 언론사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한 달이 흘렀고 나는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두 번째 구독료가 자동이체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메일 알람을 받고 정신이 번뜩 들어서 다시 그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내가 홀린 듯이 읽었던 그 연재의 리스트를 훑어보니 처음 받았던 그 느낌 그대로 거기에 머물러 있었다. 신선함이라든지, 더 이상 얻을 정보는 없었다.


그러나 이미 결제는 진행됐다. 환불은 불가했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냥 신문 본다 치고 계속 구독할까?
어차피 커피 한 잔 값이잖아.



매일 신문을 읽으면 도움이 되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구독을 이어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내가 구독하고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의 목록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일 년에 2~3번 볼까 말까 한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 야심 차게 영상편집을 해보겠다고 결제한 편집 어플
- 사기 광고에 낚여 1년 치 구독료가 빠져나간 AI 툴
- 나의 시간을 갉아먹는 유튜브 프리미엄



나는 이미 많은 것들을 구독하고 있었다. 매번은 고사하고 자주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이렇게 빠져나가는 한 두 푼이 너무나 아까웠다. 쓸데없는 구독 문화의 늪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고민은 결정만 늦출 뿐! 나는 당장 해당 언론사 구독을 취소했다. 아무리 커피 한 잔 값이어도 무의미한 지출을 막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이것 하나 해지했을 뿐인데, 여기서 따라오는 해방감이란? 설명하기 힘든 가벼움 내지는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나는 약간이나마 숨통이 트였다.



구독하다: (사람이 신문이나 잡지 따위의 간행물을) 사서 읽다



비단 간행물뿐만 아니라 우리는 요즘 대부분의 콘텐츠나 서비스를 구독한다. 그러면서 정기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다. 아마도 내가 신경 쓰지 않는 사이에 서비스를 코 앞까지 배달해 주고, (물리적 혹은 가상의) 케어를 제공하기 때문에 구독이란 제도가 존재하리라. 여기저기서 구독을 권하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깊어지는 구독의 늪. 내 구독료에 걸맞은 서비스를 가치 있게 소비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별다른 의식 없이 구독 버튼을 누르고 있다면? 아님 무의미한 구독료가 매월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면? 이건 구독 중독이다.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든다. '구독'이라는 글자에 쓰인 '독'자는 어쩌면 독(poison; 毒)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 브런치에 접속하며 멤버십 작가 신청란을 발견했다. '멤버십' 있는 글을 발행하면 24시간 후부터 해당 작가에게 멤버십 구독 비용을 지불한 독자들만이 그 글을 읽을 수 있다. 즉, 유료 독자만이 그 글을 계속해서 제한 없이 볼 수 있다.


과연 나는 구독료를 받을 만한
가치 있는 글을 쓰고 있을까?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그리고 선뜻 멤버십 작가 신청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독이 되지 않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많은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는 결론이다. 독자와 공감을 나눌 수 있고 동시에 효용성 있는 글을 쓰는 것! 그것이 나의 목표다. 겉만 번지르르한 독버섯이 되지 않기 위해서 내 글의 약효를 길러야겠다. 누군가의 커피 한 잔 값은 너무나 소중하기에 그 값어치를 해야만 한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