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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Oct 19. 2021

넌 나이들면 어디 살거야?

젊음과 월세를 피빨리는 사람들 

2021년 10월, 부산대 학생의 83%, 경북대 학생의 86%가 입학을 포기했다는 기사가 다음 포털 메인에 걸렸다. 부산대와 경북대에서 합격 목걸이를 쥐어준 학생 10명 중 8명이 다른 학교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두 학교의 입학 포기율은 2016년 각각 50% 언저리에서 금년 80% 언저리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매년 수험생들이 생각하는 부산대와 경북대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와 동일하다. 


부산대와 경북대는 전통적인 지방대의 강호다. 70-80년대,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님들이 대학에 진학할때까지만 해도 연대, 고대에 밀리지 않았다. 지방에서 공부로 날리던 학생들 중 사립 대학에 지원할 여유가 없었던 이들은 망설임없이 부산대와 경북대를 택했다. 어머니는 아직도 그때를 기억하신다고 한다. 부산대 앞에는 젊음의 활력이 넘쳤다. 학생들은 모여서 독재 정권 타도를 외치고 수업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학점이 선동렬 방어율이냐 최동원 방어율이냐 옥신각신하던 학생들도 사법고시에 붙고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한다. 모두 지금과는 다른 시절 얘기다. 


요즘 부산에 있는 학생들 중 공부 깨나 한다는 학생들은 아무도 부산에 남고 싶어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연세대와 부산대에 동시에 붙어도 고민했다지만, 지금 두개 대학에 모두 붙은 학생에게 고민은 사치다. 부산대 입학을 포기한 4000여명의 학생은 높은 확률로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갔을 것이다. 기숙사를 신청하고 자취를 시작하며 고전을 읽고 컴퓨터 공학을 공부했을 것이다. 학교 앞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도 학점은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서울은 점점 북적이고, 지방은 젊은이들을 뺏긴다. 


부산대와 경북대를 포기한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어떻게 될까? 이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서울과 수도권에 남기를 택할 수 밖에 없다. '20년 수도권 순 이동자수는 8만명. 2018년 6만명 수준에서 큰 비율로 올랐다. 수도권에서 대학을 나온 비수도권 젊은이들 중 80%는 수도권에 취직한다(월간 노동리뷰 2019년 2월호). 고향을 벗어난 젊은이들은 높은 주거 비용을 감당하며 20대의 대부분을 보낸다.  


도시로 청년이 모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도시는 젊은이들에게 다채로운 기회와 경험을 제공한다. 반짝거리는 도시에서 청운의 꿈을 시작하려는 청년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높은 이동성은 청년이 가지는 특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일 이들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고 있다면? 슬프게도 내 주변의 지방 출신 지인들은 거의 다 일자리 문제만 해결이 된다면 고향에서 살고 싶어한다.  사실 광역 도시 규모의 지역이라면 웬만한 인프라는 다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도권과 같은 인구 집중으로 인한 생활 속 스트레스도 덜한 편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이 서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고향으로 갈 수 없는 이유는 그 곳에 충분한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을 뿐더러, 부동산 전망을 보다 보니 자산 증식 역시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지방을 고향으로 둔 내 친구들은 30대, 40대를 보낸 후 지방에서 살아갈 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질문은 "넌 나이들면 어디에서 살거야?"로 시작한다.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대학 동기는 광주에서 할머니와 강아지와 함께 살고 싶다고 한다. 부동산 신탁 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부산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 노후 거처를 마련하고 싶다 말한다. 고향이 대구인 직장 동료는 아버지와 과수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재 자동차 부품을 팔고 있다. 우리 모두 되도록이면 고향에 있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의 고향에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나 부동산 신탁 회사가 없었다. 


대표적인 도시계획 전문가 마강래 교수는 지방에 수도권의 대항마가 생겨나야만 이 수도권 집중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 말한다. 모든 지방이 균형있게 발전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서울 이외의 다른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에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가, 중국에는 북경과 상하이가 있지만 한국의 메가시티는 서울이 유일하다. 이제 우리에게도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두 번째 메가 시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강래 교수의 관련 이야기를 실은 유튜브 비디오의 베스트 댓글은 "저렇게 말하는 저 교수도 서울 살거다" 였다. 찾아보니 마강래 교수는 중앙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듯 찡그린 표정을 한 연예인 패널들도 다 서울 사람이었다. 


나는 유튜브 동영상을 닫고, 잠시 한국의 지방 분권을 위해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는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먼저 막대한 연구비 지원과 산학 협력을 확대해 지역 대학을 살릴 것이다. 지방 방송국이 적극적으로 청년을 고용하여 킬링 컨텐츠를 만들게 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기업을 유치하고, 창업을 독려하고, 그렇게 내 고향으로 타 지역 청년들이 이동하는 미래를 그려보았다. 그리고 띠링, 이번달 관리비를 내라는 문자가 왔다. 나는 이내 망상을 멈추고, 관리비나 입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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