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일리 Oct 21. 2021

Q. 태양광은 어떻게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되었을까?

들어가며 

에너지는 얼핏 과학의 영역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정치/경제적인 산업 영역이다. 앞서 원전 사고와 관련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 에너지 산업은 결국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전문적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이제껏 한번도 다루지 않았던 에너지 산업의 경제적 측면에 대해 살짝만이라도 다루려고 한다. 요즘 들어 더욱 핫해진 태양광 산업이 그 주인공이다.

 

2019년 5월 태양광 산업은 한창 막대한 보조금의 영향을 받은 치킨게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2년이 지나고 미국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이 당선되고, 세계는 그 어느때보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태양광 에너지가 드디어 석유/석탄과 같은 발전단가, 즉 Grid Parity를 이루었다며 더욱 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태양광 에너지는 얼마나 쌀까?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싸질 수 있었을까? 


미국의 기술, 독일의 정책, 그리고 중국의 생산 


우선, 태양광 에너지가 '싸다'는 말이 정확히 어떤 말인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미국 에너지정보국이 2021년 발행한 보고서에 나온 태양광 에너지의 LCOE(levelized cost of electricity)를 보자. LCOE는 재생에너지 관련 내용에 빠지지 않는 측정 지표 중 하나로, 전기를 발생시킬때 에너지원별로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지를 계산한 수치이다. 이 표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은 1MW당 29.04달러로 전체 에너지원 중 가장 낮은 발전단가 에너지원 자리를 차지한다. 두번째로 싼 발전원은 육상풍력이다.  

* 풍력/태양광 등 특정 시간대에 따라 발전 용량이 달라질 수 있는 발전원은 EIA에서 non-dispatchable(조절 불가능한) 발전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풍력/태양광은 태생적으로 자연 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위해 에너지저장장치의 발전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별도로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은 LCOE를 '특정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 단위(kWh - 자료에서는 mWh이다)당 평균 실질발전비용' 으로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발전소에서 100wh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100$의 비용이 들었다면, 그 발전소의 LCOE는 1$/wh가 될 것이다. 반대로 B라는 발전소에서 100wh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200$가 들었다면 B의 LCOE는 2$/wh가 된다. 그러니 LCOE가 낮을수록 해당 에너지가 경제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서의 발전 비용은 발전기의 수명기간 전체에 드는 비용 - 초기 투자비, 유지 운영비 및 연료비를 포함한다. 내가 찾아본 자료에서는 폐기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찾아본 자료에서는 유지비에 폐기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위 미국 에너지정보부의 자료에는 폐기 비용에 대한 언급은 없다. 


LCOE trend를 살펴보면 태양광 에너지의 값이 얼마나 싸졌는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9년에 300달러를 넘었던 태양광 에너지의 글로벌 LCOE는 2020년에 5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위 미국 EIA 자료와 숫자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태양광 에너지는 어떻게 이렇게 단기간에 저렴해질 수 있었을까 ? 

결론부터 말하자만 태양광 발전단가가 낮아진 데는 1) 기술 발전 2) 세금 혜택 3) 대량 생산, 이 세가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UvaYycoWqI 

인공위성의 날개처럼 보이는 부분이 태양광 패널이다

첫째로 기술 발전이다. 본래 태양광 패널은 인공위성에만 사용되는 아주 비싼 기술이었다. 20세기 초  우주에 있는 물체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미국이 최초로 태양광 전지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1958년) 태양광 패널의 가격은 1W당 1800달러 가량으로, 특수 목적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R&D 부문 투자로 인해 태양광 패널의 효율이 지속적으로 올라갔고, 태양광 발전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1950년대 당시 태양광 패널은 4% 수준이었으나, 현재 태양광 패널은 15 - 20% 효율을 보여주고 있다. 

* 받는 태양광의 15 - 20% 가량을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다는 의미 


둘째로 세금 혜택이다. 독일은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전체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조정하기 위해 세계에서 최초로 1998년 정권 교체 이후 재생에너지법(EEG Eneuerbare Energien Gesetz)을 제정하였고, 발전차액지원제도(FIT - Feed in tariff)를 실시하였다. FIT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발생시킨 전기 가격이 기존 시장 단가보다 낮을 경우 그 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EEG는 그 외에도 국가 전력망의 특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치를 설정, 에너지 민주화를 위한 송전망의 국가적 조정 명시, 그리고 이를 위한 재생에너지 사업자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독일의 EEG 정책은 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기만 하면 이익을 보장해주는 사업구조를 만들어 태양광/풍력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 크게 일조했다. 공급 가격을 시장 가격에 맞춰 주겠다는데 이를 마다할 사업자는 없을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2012년까지 태양광 패널의 가격은 기술 발전 + 규모의 경제에 힘입어 크게 하락할 수 있었다. 제일 처음 인용한 '슈카월드' 동영상이 이 현상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수익이 보장되는 시장이 형성되고 이에 따라 태양광 제조 기업들이 단가를 무리하게 낮추는 치킨 게임을 시작하여, 오히려 몇몇 태양광 업체들은 파산하기까지 했다. 


셋째로 대량 생산이다. 위의 내용과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으로, 중국 정부가 태양광 패널 제조 업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태양광 패널의 가격이 더욱 하락하게 되었다. 중국은 태양광 패널의 원료로 쓰이는 폴리실리콘의 최대 생산국이라는 이점을 활용하고, 막대한 정부 보조금 & 견고한 내수 시장 콜라보레이션을 이용하여 태양광 산업 자체를 흔들게 된다. 슈카월드 동영상에도 나와있지만, 2019년 기준 글로벌 태양광 모듈 생산량 순위 10위 안에 8곳이 중국 업체이다. 



위 동영상에 달린 댓글 중 하나, "중국이 단가를 낮췄다. - 이게 모든 것을 설명한다."


태양광 시대를 위한 숙제 

미국의 기술, 독일의 제도, 중국의 생산으로 태양광 에너지는 현재 석탄에 비견될 정도의 경제성을 갖추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클린 태양광 에너지의 시대를 두팔 벌려 환영하면 될까? 지금부터 태양광 모듈 업체 주식을 사들이면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비록 태양광 에너지의 수요가 이전에 비해 급격하게 상승하고는 있으나, 아직 석탄/석유/원자력을 완전히 태양광이 대체하리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산업용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의 가정용 태양광을 훨씬 능가하는 넓은 부지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원전을 태양광으로 대체하려면 기존 원전이 차지하는 공간의 약 20배 넘는 면적이 필요할 것이라 보고 있다. 태양광 패널의 효율성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당장 원전을 폐지하고 태양광으로 대체하기는 물리적인 공간이 부족하다.  


거기다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공급이 일정치 않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대부분의 전기 수요는 밤에 발생하는데, 태양광 에너지는 밤에 발생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태양광/풍력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ESS(energy storage system)가 충분히 상용 가능할 정도로 발전해야만 재생에너지가 주류가 되는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현재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리튬이온전지로, 낮 동안 충전된 에너지를 밤에 방전시키는 방식으로 태양광/풍력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재생에너지를 주류 에너지원으로 사용할만 할 것이다. 따라서 ESS 기술의 안전성/경제성이 확보된다면, 그때 비로소 태양광을 이용한 대규모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Scale-up of Solar and Wind Puts Existing Coal, Gas at Risk

https://about.bnef.com/blog/scale-up-of-solar-and-wind-puts-existing-coal-gas-at-risk/

How Did Solar Cells Get So Cheap?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54243511930090X#bib1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에 따른 독일 태양광 시장의 변화

http://www.solartodaymag.com/news/articleView.html?idxno=5057

[무역관 르포] 독일 태양광 에너지 산업의 미래

https://news.kotra.or.kr/user/globalBbs/kotranews/8/globalBbsDataView.do?setIdx=246&dataIdx=159160

중국 태양광 패널 가격 3개월만에 40% 이상 하락

https://cmobile.g-enews.com/view.php?ud=202106141411218197c4c1a19e2e_1&ssk=newmain_0_2&md=20210614142926_R

원전→태양광 대체에 부지 20배 더 필요

https://www.keei.re.kr/main.nsf/index.html?open&p=%2Fweb_keei%2Fd_dataroom.nsf%2Fmain_energy%2F21322DD9F1BE49F449258198000846FA&s=%3FOpenDocument%26menucode%3DD01%26category%3D%25BF%25A1%25B3%25CA%25C1%25F6%25BF%25F8%25BA%25B0%2520%25C0%25FC%25C3%25BC%25BA%25B8%25B1%25E2




작가의 이전글 청약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