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과연 둘이나 키울 수 있을까?

by 해일리



임신 24주 차.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아이로 인해 끝도 없이 감사하던 게 바로 얼마 전.



그런데 나 정말 아이를 둘이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지,

마음을 다해 잘할 수 있을지...


나는 워낙 혼자 있는 공간,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혼자 있어도 하나도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혼자이면서 때때로 누군가와 있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다. 그래서 나처럼 조용한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잘 맞았다. 그리고 서로 원했기에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었고, 내 딴에는 그 모든 과정들을 정말 기쁘지만, 한 켠으로는 매우 힘겹게 해내고 있다.



가끔씩은 턱 끝까지 벅찰 때가 있다. '오늘은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
육아에는 그만이란 게 없네...?



너무 많은 상호작용과 쏟아야 할 관심, 챙겨야 할 것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라지는 온전한 나를 위한 시간들. 그게 육아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찾고, 다른 건 몰라도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나는 늘 아이의 감정과 상황을 예민하게 케치하고 대응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단단한 우리의 관계에 뿌듯할 때가 많지만, 감정적으로는 사실 많이 지치는 편이다.


그럼에도 '살면서 아이를 낳는 것'은 내 인생의 명확한 꿈이었고, 아이가 주는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기에 나는 이런 투정도 사치라고 여기며 감사히 살아왔다. 다만 'Once is enough(하나로 충분해)'라는 생각은 확실했다. 다만 그 생각이 남편과 달랐을 뿐이다.




될 리가 없잖아? 아닌가...?



오랜 대화와 남편의 노력, 딸의 희망이 한 스푼 더해서, 결국 우리는 넷이 되는 결정을 했다. 사실 딱 1년만 시도해 보고 안되면 포기하기로 약속을 하고, 늦은 나이에 저질 체력인 나를 보며, '될 리가...?'라고 생각하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하늘은 남편의 편이었고, 약속한 시간이 거의 끝날 때쯤에 그렇게 소중한 생명이 찾아왔다. 나는 다시 매일매일 뱃속에서 너의 몸짓과 존재를 느끼며 살고 있다. 때론 너로 인해 웃고, 벌써부터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한 켠으로는 '지금 하나도 간신히 키우며 사는 내가 둘이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시커먼 그림자처럼 내 마음속에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생떼를 쓰는 딸을 훈육하다 지쳤을 때,
참지 못해 화를 내고 후회할 때,
너와 함께 있으면서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내가 미안할 때,
너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감정을 표출했을 뿐인데
내가 지쳐서 예민하게 혹은 과하게 반응했을 때...

그 수도 없는 후회의 순간들 속에 나는 과연 내가 이런 걸 x2배로 잘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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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종지 그릇만 한데 담을 게 많아서



가끔씩은 나의 마음이 넓지 못해서, 많은 걸 담을 수 없는 그릇이라는 생각을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예민하며 회피형 성향도 강하다. 돌아보면 '가난해도 괜찮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는 게, 내 마음이 작고 좁아서 그런 마음의 궁핍함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 같다.


다만 바라옵고 또 바라며 내가 앞으로 애쓸 건,

부디 나의 사랑과 내 안의 힘으로 이 좁은 그릇을 깊이깊이 파내서 아이 둘을 사랑으로 무사히 품어낼 수 있기를. 혹시라도 너에게 미안할 마음이 생기거나, 내 유일한 꿈인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것에 소홀해지지 않기를. 그러면서 '나 자신'도 완전히 잃지는 않기를.



이제는 손이 덜 가는 나이가 된 첫째를 돌보면서도,
나의 시간 vs 너와의 시간을 최대한 공정하게 배분하려 애쓰는 자기를 버릴 줄 모르는 마음 좁은 엄마.

이런 내가 다시 신생아를 돌보며 온전한 희생을 감수하고,
정신없이 둘을 키워내며 자기만의 시간까지 지켜나갈... 수... 있겠지? 있을... 거야.



여전히 완전히 풀리지 않는 의구심 속에서도 나는 다시 한번 근거 없는 자신감을 되뇌어본다. 그래 첫째도 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그 모든 과정에 후회 없었고 행복했잖아. 다시 똑같이 해본다고 생각하자. 그래도 경험이 있으니 좀 더 수월하겠지.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땐 남편에게 맡기고 나만의 시간을 갖자. 애초에 남편이 도맡아 키우기로 약속했으니까.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말한다, '넌 할 수 있어'.

사실 지금까지 이만큼 담으며 살아온 것도 네 그릇 안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니. 지금처럼 미래의 나도 가족과 사랑이라는 내 인생의 가장 큰 가치들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는다. 종지 그릇이라면 아주 큰 종지 그릇이 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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