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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m Jung Nov 12. 2021

책을 닮은 전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집의 대화: Homely Talk》

전시 기간: 21.09.02-21.10.03

관람일: 21.10.03



보통 전시를 보고 나면 내게 남는 것은 사진이다. 그런데 이번 전시를 보고 나서는 문장이 남았다. 전시는 집에 대한 두 건축가님의 인터뷰 영상, 그리고 그와 관련된 책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흔히 건축 전시에서 필수적으로 보이는 도면과 모형도 모두 인터뷰 영상 안에 포함된, 기존 전시와 매우 다른 형식이다. 색다른 형식은 건축 전시의 형식에 대한 편견을 깨기도 하지만 작가가 생각하는 '건축'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매체가 도면이나 모형이 아닌 '문장'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상에서 인상 깊었던 말씀 중 '한국 건축은 기술이라기보다 철학', '건축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는 문장은 두 작가가 건축을 대하는 태도임과 동시에 이번 전시 디자인의 모태처럼 보였다.

       

전시는 현재 두 작가의 집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건축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어떤 공부를 통해 만들어졌는지, 그러한 태도로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일터와 그들이 만든 공간은 어떤 곳인지 소개하면서 사전적 의미의 집을 넘어 기호로서의 집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화면 옆에 영상에 나온 자료 목록을 리플렛으로 배치해 마치 책 뒷부분의 '찾아보기'처럼 관객이 전시 이후 인터뷰의 배경을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이렇게 문장을 친절히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작품 일부

     기존 전시와 형식이 다르다 보니 관객들이 전시를 감상하는 모습도 달랐다. 보통 여러 작품 사이에 영상이 있는 경우 영상을 끝까지 보는 관객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영상만으로 구성된 데다가 작품 수가 적어서 그런지 모든 관객이 영상을 거의 끝까지 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특히 가족 단위의 관객들도 영상에 깊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시 구성이 성공적이었음을 알았다.

끝까지 영상을 보는 관객들


이야기가, 문장이 작품이 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찾아보기의 요소들을 보면서 이번 전시가 책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새로운 시도가 DDP라는 대중적인 공간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었다. 기존의 것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의문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준 전시였다.

전시를 보며 받아적은 내용들




전시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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