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im Jung Jun 23. 2022

페이지 사이의 공간

wrm space(마포디자인출판지원센터)《움직이는 책》

전시 기간: 2022.06.01~2022.06.15

관람일: 2022.06.14







개인적으로 책과 건축에 관심이 많다. 두 분야는 물리적인 스케일은 전혀 다르지만, 닮은 점이 꽤 많아서 각 장르의 책을 읽다 보면 이름만 다르고 개념적으로는 같은 뜻의 전문용어들도 나온다. 그래서 필자가 그렇듯 책과 건축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는 창작자들을 종종 발견한다. 이번 전시도 그러한 디자이너 분들의 기획으로 열렸다.


전시는   작품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모두 '페이지 사이의 공간'에 관한 각기 다른 해석의 결과물이다.

전시 전경


1. 〈책의 자세 Vol. 2〉

다양한 페이지들을 인쇄한 오브제 사이를 걸어보는 작품이다. 작품의 주요 모티프인 '결텍스트'라는 용어는 '본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 텍스트'는 뜻이다. 예를 들면 제목, 각주 같은 본문을 보조하는 글들을 말한다. 런데 작가는 결텍스트의 범위를 인쇄된 글자에 한정하지 않는다. 작가는 책장을 넘기는 우리의 짓이나 책을 고정하는 손처럼, 책을 읽는 동안 신체 행위 역시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결텍스트라고 말한다. 작품은 이러한 신체적 결텍스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페이지 사이로 관객을 유도한다. 책과 신체가 맞닿는 경험이 독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 아날로그 경험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책의 자세 Vol. 2〉


2. 〈Book Pie S, M, L〉, 〈Zaturi〉

작품은 책과 건축의 시각적인 유사성으로부터 출발다. 스프링 제본된 책을 다양한 방향으로 쌓아 만들어지는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 작품은 독특한 파사드를 가진 건축물처럼 보다. 동시에 프링 반대편을 보면 페이지들이 겹친 책배가 드러나면서 책스러운 모습 또한 남아있다. 과 건축의 형태가 공존하는 모습 자체로  분야의 연결점이 되는 작이었다.

〈Book Pie S, M, L〉, 〈Zaturi〉


3. 〈Please Do Touch〉

작품은 전시 중 페이지 사이의 공간에 대한 경험을 가장 극대화한 작품이다. 사진 속 사각형 프레임의 파티션을 책, 파티션 내부에 걸린 천을 페이지에 비유하여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의 공기의 흐름을 신체 스케일로 확대했다. 이 작품의 포인트는 바람다. 손으로 페이지를 넘길 때 묘하게 느껴 미묘한 공기의 흐름 손으로만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책을 공간 스케일로 키우면서 이 공기의 흐름 역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바람의 수준으로 키웠다. 각의 균형이 잘 맞춰진 덕분에. 이지 사이로 들어가 페이지를 만지고 그 사이를 거닐며 책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Please Do Touch〉


4. 〈Unbound〉

마지막 작품은 디지털 책인 e-book에 관한 내용이다. 1, 3번째 작품이 아날로그 책에서 페이지의 넘김을 다룬 것과 비교해보면 좋다. 이 작품은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이 디지털 상에서는 비트에 해당된다는 점을 모티로, 디지털 상에서 책을 읽는 독자의 행위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비트를 점으로 표현해 독서 행위 중 디지털 상에서 비트가 어떻게 작동해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지 상상한 발랄한 작품이었다.

〈Unbound〉



이처럼 네 작품은 책을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수많은 페이지 사이로 이루어진 겹겹의 공간으로 여긴다. 책은 펼쳤을 때 상당히 자유로운 곡선의 형태를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육면체의 단단한 이미지 우리에게 깊이 인지되어 왔다. 창작자들은 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의 형태가 고정되어 있다는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한 노력들 중에서도 이번 전시는 그 범위를 체화해 이지에 관한 4개의 다른 관점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

책처럼 펼쳐진 육면체의 파티션




전시 공식 사이트

작가의 이전글 데이터라는 뜬구름을 파헤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