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마르세유에 이은 프랑스 제3의 도시 리옹은 특색 없는 프랑스 교통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대전을 연상시킨다.(규모면에서는 대구겠지만) 리옹 올드타운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푸에바르 노트르담 성당에서 리옹시를 보면 B0 학점이 떠오른다. 딱히 나쁜 점수는 아니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서점에 가서 리옹 관광책을 봐도 80%가 올드타운 사진이며, 그나마도 항공 촬영이다. 때문에 리옹이 내세우는 것이 미식이다. 부숑 Bouchon이라는 서민 프렌치 식당이 유명한데, 피순대같이 내 입맛에 안 맞는 게 많다. 다만 파리 음식과는 다른, 향신료를 듬뿍 넣은 리옹식 양념은 인상적이다.(새롭긴 새롭다) 내 태도가 이럴진대, 도시 구경이라면 질색인 애들 반응은 어땠겠는가. 간신히 설득해 로마 극장 유적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리옹에서 50분 떨어진 풀장 딸린 숙소로 향했다. 사실 애들 핑계를 댔지만 리옹 구도심을 돌아다니기보단 수영장 옆 선베드에서 맥주 마시는 게 만족스러운 날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