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타운 중심의 큰 드래곤상을 보자마자, 설마 여기도 싶었다. 동유럽 슬라브 문화권에 (사실 거의 모든 유럽에) 퍼져있는 성 게오르기 무용담이 슬로베니아에도 있을 것 같았다. 성 게오르기(영어로 조지, 프랑스어로 조르쥬 등등)가 마을의 여성을 제물로 잡아먹던 용을 물리쳤다는 게 전설의 내용. 버전만 조금씩 달라졌을 뿐, 용, 공주, 성 게오르기의 3 요소가 등장하는 건 같았다.(용의 피가 어찌저찌 돼서 도시가 탄생하고로 전개되는) 류블랴나 도심엔 유명한 성이 있었고, 그 성에 올라 바라본 류블랴나 올드타운은 붉은 지붕과 숲이 적절한 비중으로 섞여있었다. 이곳만큼 성 게오르기 전설과 잘 어울리는 배경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주변 지인에게 물어보니 슬로베니아와 성게오르기는 별 관련이 없었다. 오히려 자기네들은 드래곤을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용을 무찌르는 전설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고 보니 멋진 드래곤상을 세워놨으면, 용과 성게오르기와의 싸움에서 용을 응원했을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기념품 가게에 가니 온갖 형태의 드라곤을 팔고 있었고, 마그넷을 수집하는 나는 돌 위어 드래곤이 조각된 고퀄 자석을 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