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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Nov 30. 2023

1129@Schloss Charlottenburg


아침부터 하루종일 눈이 내렸다. 파리에 와서 한 번도 눈을 본 적이 없었기에, 차도 막히고 일하기도 불편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파리보다 위도가 높아서 역시 눈이 자주 오나 했더니, 아니었다. 베를린에서 3년째 살고 있던 회사 선배는 본인도 여기 와서 처음 보는 눈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도로에 유독 사고가 많긴 했다. 눈길 운전을 너무 오랜만에 해서 생긴 결과였던 것. 나름 특별한 날에 온 거였다. 어제 빌헬름 교회 근처 크리스마켓을 갔단 얘길 들은 지인은, 그런 곳은 관광객들 잠깐 들르는 곳이라며 샤를로텐부르크성 크리스마켓으로 날 데려갔다. 다른 독일 건물처럼 이 성도 2자 세계 대전 당시 거의 다 파괴됐다가, 종전 이후 복원한 건물이다. 베를린엔 올드타운이 없다는 선배의 얘길 듣고 보니, 베를린의 중심 브란덴부르크 문 주변도 온통 신식 건물인 게 떠올랐다. 크리스마켓에선 다양한 독일 특산품과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비싸서 뭘 사야 할지 망설여졌다. 이쁜 건 많지만 고만고만 비싸다는 게 유럽 크리스마켓의 특징이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건 거리 음식들. 긴 독일식 소시지에, 맥주잔에 담긴 뱅쇼를 마시니 추운 몸이 좀 데워졌다. 순대 속을 죽처럼 걸쭉하게 만든 음식도 있었는데, 차마 도전해 볼 용기가 안 났다. 하루 종일 내린 눈 덕분에 샤를로텐부르크성 노엘 마켓의 분위기는 더욱 낭만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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