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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Dec 01. 2023

1130@Berlin


서울보다 면적이 1.5배나 큰 도시가 베를린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외곽이라도 베를린 안에서 거대한 쓰레기 산을 보게 될 줄이야. 물론 쓰레기장은 아니고 재활용 센터다. 사실 파리 와서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분리수거. 일주일에 한 번은 재활용 분리수거를 늘 챙겨야 했던, 분리수거가 조금이라도 부실하면 재활용 처리 대장 경비 아저씨한테 잔소리를 듣던 게 한국였는데, 일단 파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모을 필요가 없으니 좋았고, 재활용 구분도 병, 재활용 제품, 일반 쓰레기로 간단히 분류되어 있어 편했다. 독일에 와보니 사정은 비슷해서 종이, 포장 쓰레기, 일반 쓰레기로 분리수거 항목이 나뉘어 있었다. 거의 모든 정책에 친환경을 강조하는 유럽이, 특히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 세계 1위라는 독일이 분리수거를 이리 허술하게 한다는 게 의아했고 플라스틱 분류도 안 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이 어찌 높은 건지도 궁금했는데, 역시 비결은 국가이고 시스템이었다. 큐브형 쓰레기를 산처럼 쌓아 놓은 재활용 센터에 가보니 95% 과정을 자동화된 기계로 분류하고 있었다. 자석, x레이, 그물망 등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재활용품을 분리한 뒤, 마지막 5% 과정만 사람이 검수하. 역시나 개인의 성실함과 경쟁력에 기대어 시스템의 허점을 막는 국가와 반대로 개인의 나태함을 시스템으로 막는 국가의 차이점은 재활용 과정에서도 극명히 나타나고 있었다. 앞으로 재활용품 분류 없이 버릴 때마다 찜찜했는데 이젠 마음 놓고 버려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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