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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어밴드맨 Nov 06. 2024

대현자 제왕학 6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이 싸우면 영원한 것이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대현자는 왕을 바라보며 물었다.


"전하, 만물의 수명과 우주가 진리인 이유가 궁금하다고 하셨지요?"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반짝였다.



"아, 드디어 오늘 그것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까? 정말 기대됩니다.



 수명에 대한 것은 아마도 왕이라면 누구나 궁금할 것입니다. 왕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이가 들고 병이 들며 결국은 죽고 마는 현실이, 왕이 된 사람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두렵기 때문이지요.



선생님을 뵙기 전부터 다양한 도인들과 점술사들 그리고 주역과 천문을 보는 자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았으나, 아무도 수명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을 해주고 대안을 얘기해 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수명의 비밀을 알아야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던지 할 텐데, 지금까지는 의학을 하는 의원들 말고는 실질적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느껴지는 바가 없었습니다."




 대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네, 지금부터 전하의 궁금증을 풀어드릴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수명과 더불어 우주가 진리인 이유도 이와 함께 배우실 겁니다.



 만물의 수명과 우주가 진리인 이유는 서로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함께 배워야만 완전하게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진리를 말하고 진리가 영원하다고 말하며, 진리와 하나가 되어 죽음에서 벗어나고 천극락을 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진리가 무엇이며 왜 영원한지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만물의 수명은 무엇으로 결정되며 어째서 결국은 죽어야 하는지, 왜 그런 한계를 안고 있게 되는지, 제대로 된 설명은 정말로 듣기 어려운 것입니다.



 사실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진리와 하나 된 마음자리에서 수십 가지를 깨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행인 것은 만상이 본래 하나이듯 사람도 본래 하나이기에, 진리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내 마음이 열려있다면 이것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듣는 것으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꼭 힘들게 모든 것을 다 깨치지 않아도, 나의 마음에 그 핵이 전달되고 근본의 이치가 수용이 되면,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자기 생각 속에서 시비만 하고 있다면 그 핵심은 제대로 들리지 않을 것이고, 내 마음에는 아무런 결실도 남지 않게 됩니다.



 자기 생각인 마음속에 갇히면 사람의 의식은 죽은 것과 같이 되어 버리고, 말하는 사람을 따라 의식이 확장되고 고양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죠.



 의식이 자기 속에 갇히게 되면 말하는 사람이 끌어당겨 안내하는 진리의 마음자리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현자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정신을 바로하여 듣겠습니다.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는 어째서 하늘은 나를 세상에 낼 때 수명을 두어서 죽게 만들고, 병이 들어 아프게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당장 알 수는 없지만 뭔가 이유가 있겠지 라는 믿음이 생기고 있습니다. 하늘이 굳이 세상과 사람에게 죽음을 만드신 그 이유도 알 수가 있겠습니까?"




대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같이 설명을 다 해드려야 근본적으로 의문이 해소되실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째서 하늘께서는 처음부터 사람을 완전하게 내놓지 않으시고, 생로병사를 만드셔서 이토록 사람을 고생을 시키시는지에 대한 불평불만과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편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사람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가져왔던 의문이니까요.



 지금부터 그것을 하나씩 차근차근 다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열고 편안히 들어주십시오.




 한 번에 모든 설명이 마음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냥 편안히 마음을 열고 듣다가 보면 어느새 내 것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너무 집착하고 힘을 주어 들으면 더 안 들리니 너무 이해를 하기 위해 쓰지는 마시라는 말씀입니다.




 깨침은 화산처럼 터지며 '아, 그렇구나!' 하고 오기도 하지만 반대로 물처럼 스며들어 오기도 합니다. 깨침 진리로 가는 과정에서만 오는 마음의 믿음이고 확신이지만, 사람에 따라 깨침을 얻는 방식은 모두 다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제가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진리를 안내해주면서 보니 불처럼 깨친 사람이 믿음은 훨씬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의 깨친 아상을 만드는 위험도 비례하여 늘어납니다.



 그리고 물처럼 스며들어 믿게 되는 것은 처음에는 믿음이 약한 듯하지만 결국 믿음이 성숙되고 나면 결국 마찬가지가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뭐가 좋다거나 낫다고 할 것 없이 그냥 남을 보지 말고 각자의 특성대로 가면 된다는 것입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 어떻게 깨치든 마음에서 믿으면 결국 마찬가지라는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깨치려는 욕심은 내려놓고 듣도록 하겠습니다.



 시원하게 불처럼 깨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부작용도 심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들으니 가짐이 조금은 내려놓아집니다."



 대현자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드리는 말씀마다 그 취지를 정확하게 알아들으시니 저도 오해를 살까 봐 접어두었던 깊은 이야기들을 거리낌 없이 꺼내어 말씀드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제왕의 마음가짐을 공부하셔서 품이 넓으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왕은 웃으면서도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칭찬을 하시면 간신히 눌러두었던 교만이 고개를 쳐들 것 같습니다. 그런 칭찬은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저는 요새 저 자신을 감시하느라 잠도 못 잘 지경입니다. 무슨 내가 옳고 잘했다는 생각이 그리도 많은지 정말 랐습니다. 잠드는 순간까지도 상대를 탓하고 저의 아상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라서 잠을 깨기도 했다니까요."



 대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어떤 일을 하고 돌아서면 '내가 무엇을 잘했나'생각을 하면서 아상을 만든다고요. 끊임없이 자기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런 반면에 하늘께서는 말씀을 마치고 돌아서시면서도 '이번에는 뭐 빼먹고 알려줘야 할 것을 놓친 것은 없나'하고 돌아보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나의 잘못이 없는지 늘 살펴보시는 것이죠.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시면서도 '내가 진리 좀 안다고 해서 혹시 뭐 잘못하는 것은 없나'라고 스스로에게 말씀을 하시면서 자신을 돌아본다고도 하셨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하늘께서 그 말씀을 하시는 것을 직접 들을 수가 있었는데, 그 당시 크게 느낀 것이 있어서 저의 아상을 없애는데 두고두고 도움을 받았습니다. 전하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전하라면 이 말씀을 통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서입니다.



 한 편으로는 마음을 없애고 비우면서도 자기가 깨쳤다던가, 자기가 알고 자기가 맞다는 아상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집착과 고정관념의 틀을 계속 만들어 낸다면, 언제 이 공부가 끝이 나겠습니까?



 원래 이 공부는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의 싸움이니 싸움의 승리는 영원한 것의 승리로 정해져 있습니다. 싸움을 시작하고 멈추지 않으면 반드시 이기는 싸움인 것이지요.



 그런데 이 싸움을 쉽게 끝내려면, 내 마음을 생산해 내고 있는 공장을 폭파하는 것이, 적의 군사와 물자의 보급을 끊는 것이니 가장 효과적인 것입니다. 즉 나의 아상을 없애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죠.




 한국의 전통 혼례 과정 중에는 폐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혼례는 다른 말로는 결혼이라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왜 폐백을 드릴까요?



 결혼이란 혼이 하나로 묶이는 것입니다. 하나의 영혼이 되는 것이지요.



 사람은 결혼이라고 하면 남녀가 하나의 몸과 마음으로 묶이는 결혼만 있는 줄 압니다. 그러나 진정한 결혼은 우주의 대 영혼인 하늘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결혼이야 말로 진정한 결혼이지요. 이 결혼은 인류의 시작부터 사람들이 원하고 꿈꾸던 인간의 완성이고 죽음이 없는 영혼의 완성인 것입니다.



  폐백의 진짜 뜻은 폐백(幣帛=비단을 선물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폐백(廢魄= 혼백을 없앰)입니다. 폐백은 폐한다는 폐(廢)의 글자에다가 사람의 넋을 구성하는 혼백(魂魄)의 줄임말인 백(魄)이라는 글자의 음을 차용하여 진짜 뜻을 숨겨서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폐백의 과정에서 부모님께 드리는 '절'의 동작도 보십시오.



 큰 절을 드리는 자세를 보면 절을 받는 상대의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서서 고개를 숙인 뒤 나의 몸을 낮추어 땅에 엎드립니다. 그리고 모은 두 손으로 땅 위를 짚으며 그 위에 이마를 가져다 대지요.



 고개를 숙이고 낮추는 것과 손을 모으는 것은 나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나의 생각을 없애고 절을 받는 상대인 하늘의 뜻을 수용하겠다는 의미지요.



 그리고 나의 목을 늘어뜨려 내놓고 땅에 엎드려 하늘께 나의 처분을 맡기는 것은, 완전한 신뢰와 복종(服從=엎드려 따름)을 의미하지요. 나의 생각은 무조건 다 없애고 완전한 믿음으로 하늘을 따르겠다는 뜻이지요.



하늘은 만상과 사람의 부모입니다. 그러니 양가의 부모를 상징으로 모셔놓고 '절'을 드립니다. '절을 드린다'는 말을 풀어보면 '저를 드리는 것'입니다. 즉 하늘께 나를 바치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폐백은 허상의 상념체인 나의 혼백을 죽여서 하늘께 나를 바치고, 진리인 하늘과 하나가 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며 그래야 하늘과의 결혼이 성사된다는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겁니다.



  즉 하늘과 하나가 되려면 나의 생각은 일절 없어야 하며, 나의 상념체인 혼백이 죽어 없어져야 하니, 그 사실을 널리 알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비결을 숨기기 위해 '폐백'의 절차를 이렇게 설계했던 것입니다."



 왕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폐백은 저도 들어서 알고 있던 혼례 절차인데 이렇게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또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그냥 하던 절의 동작에 이런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었군요.   


 

 저는 허례허식을 싫어하여 그런 절차들을 형식적으로 보고 우습게 여기기도 했는데, 내가 의미를 잘 모른다고 해서 무조건 배격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하늘과 결혼을 하기 위해 폐백을 드리고 있는 것이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대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내가 모른다고 해서 함부로 무시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내가 아는 것만 믿고, 자기의 생각을 믿는 것은 그래서 위험한 것이지요.



 그런데 한 편 고민입니다.



 만물의 수명과 사람과 만상이 죽어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설명드리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그러면 이해가 부족하실 것 같고, 제대로 설명을 해드리려면 상당히 깊이 들어가하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것이 나을지 고민이 됩니다.



 이것들은 우주가 진리인 이유와 함께 근본의 문제이니 제대로 설명을 해드리지 않으면 수박 겉핥기와 같이 부족한 설명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설명을 드리려면 최대한 간명하게 하려고 해도 많은 집중력을 요하니 전하께서 따라오시기 어려울 것 같고, 또 너무 길어질 것이 걱정이 됩니다.



 그동안 저의 설명이 너무 상세하여 내용이 너무 많아지면서 곤란을 겪으셨을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시면서 시간을 쪼개서 여기에 투자를 하셔야 하는데, 너무 길어지고 어려워질까봐 고민이 되는 것이지요."




 왕은 대현자를 보고 웃으면서 담담하게 말을 했다.



 "그러면 그 내용을 한 번에 다 풀어놓지 마시고 조금씩 조금씩 나누어 설명해 주시면 어떨까요? 차근차근 설명을 하시면서도 조금씩 나누어하시는 방법 말씀입니다.



 어차피 제대로 가르쳐 주시지 않으면 제가 계속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니 너무 걱정하시지 말고 차근차근 다 알려주십시오. 너무 간단히 하시려다가 핵심이 빠지면 안 되니, 너무 길어질 것 같으면 여러 번에 나누어 풀어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 때문에 내용이 길어져도 별다르게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저는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이 더 걱정입니다"



 대현자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한 번에 다 풀려고 하지 않고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여러 번에 걸쳐서 살살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전하께서도 부담 갖지 말고 편안히 들어주십시오. 마치 옛날이야기 듣듯이 말씀입니다.



 사람의 머리로 한 번에 모두 다 이해하려고 하면 오히려 알기가 어렵게 되니, 마음만 열어놓으시고 편안하게 들으시라는 말씀입니다. 아시겠지요?"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래 봬도 한다면 하는 왕입니다. 마음을 탁 놓고 편안히 들을 것이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현자는 왕의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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