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MAK, 마케니 대학

타오르는 꿈을 안고 사는 젊은이여, 내일을 위해 젊음을 불태워요-김중순

by haisan

경적소리에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니, 까만 도요타(Toyota) 지프 트럭 한 대가 집 앞에 섰다. 이어서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의 안경 쓴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까만 반 팔 셔츠와 하얀 로망 칼라는 그가 가톨릭 사제임을 알려주었다. "안녕하세요. 도착했군요. 나는 죠셉(Joshep)입니다." 신부는 성큼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아, 죠셉 부총장님. 이 메일로만 연락을 하다가 이렇게 직접 만나뵙겠되는군요." 남편은 얼른 손을 맞잡아 악수를 하고, "저는 마르코(Marco), 여기는 제 아내 쥬디(Judy) 그리고 제 아들 안토니오(Antonio)입니다."하고 우리를 소개했다. "먼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지요?" 죠셉 신부가 따뜻한 미소를 띠며 묻는다. "오늘 길이 좀 험하긴 했지만,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즐기면서 왔어요."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죠셉 신부는 기쁨에 찬 눈빛으로 안토니오를 보고 손을 내민다. "안토니오는 아주 기운이 넘치네요! 안토니오 안녕? 나는 죠셉 신부란다."안토니오의 망설임 없이 작은 손을 내밀어 커다란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죠셉 신부는 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는데, 철학을 전공했던 대학시절부터 사회과학을 공부하며 박사를 마칠 때까지 쭉 로마에서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드디어 죠셉 신부와 마케니 대학에 가 보게 되었다. 마케니 대학은 2005년에 파티마 학회(Fatima Institute)로 문을 열어, 2009년에 정규대학으로 승인되었으며, 인문과학, 신학, 사회과학, 매스미디어와 정보, 교육학, 경영과 관리, 농업 등 다양한 학과를 갖춘 종합대학으로 시에라리온의 유일한 사립대학이란다. 마케니 교구에서 설립한 가톨릭계 사립대학이라서 가톨릭 사제, 수녀 등 수도자 출신의 교수와 강사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마케니 대학은 두 개의 캠퍼스가 있는데, 농대를 비롯한 법대 등 일부가 교외 캠버스에, 그 외 대부분의 학과는 파티마 캠퍼스라고 불리는 시내에 위치한다. 우리 집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위치한 마케니 대학은 교문이나 담이 없었다.


연노란색 벽과 슬레이트 지붕의 교실들이 쭉 늘어선 단층 건물들로 구성된 강의동의 초입에는 복사실이 있었다. 몇 대의 복사기가 쉴 새 없이 작동하며 학생들의 수업교재를 찍어내는 풍경은 한국 대학의 복사실과 흡사했다. 각 교실 건물에는 서양 선교사로 보이는 사제들의 초상화와 그 이름이 새겨져 있다. 문이 열린 빈 교실을 슬쩍 들여다보니, 친숙한 느낌이 드는 칠판, 교탁, 삐뚤빼뚤 높인 책상들이 보인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에게게..... 이게 무슨 대학이람? 내가 어렸을 때 다니던 국민학교랑 비슷한데......' 나는 조만간 이 캠퍼스를 거닐고, 교실에서 수업을 할 상상을 하니 마음이 두근거렸다. 강의동의 맞은편에는 부총장 집무실, 교수 연구실, 총무인사처, 회의실 등으로 구성된 대학본부가 자리하고 있었다. 제일 마지막으로 참관한 곳은 가장 넓은 면적의 건물로 대학 도서관이었다. 빽빽이 놓인 책장과 책장 사이를 지나며 책을 찾고, 독서하는 학생들의 진지한 표정은 여느 대학 도서관의 풍경과 다름없었다.


"자, 학교 구경은 이쯤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갑시다." 죠셉 신부는 주로 아침식사를 해결한다는 신학교 기숙사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모기장이 달린 덧문을 열고 들어가니, 식당에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인사를 건넨다. "파더죠(Father Joe), 좋은 아침입니다." 죠셉 신부는 우리를 소개했다. "오늘 도착한 마르코, 쥬디 그리고 안토니오입니다. 마르코와 쥬디는 앞으로 1년 간 우리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긴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기 전에 우리는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모두와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스위스에서 왔다는 M, 아일랜드에서 온 D, 미국에서 온 C과 M, 아이보리코스트에서 온 또 누군가...... 한 순간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나니, 누가 누군지 이름이 머리에 남지도 않았다. 배가 무척 고팠던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커피와 잼을 바른 빵, 계란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이침을 먹으며 누군가가 말레리아 예방약을 먹고 불안한 증세가 나타났다는 경험을 털어놓았고, 또 누군가는 민간요법으로 특정 식물을 차로 달여 마시면 예방이 된다고 얘기했다. 말라리아에 걸려도 현지 병원에서 주는 치료약을 복용하면 쉽게 나아서 걱정할 것은 없는데, 오히려 말라리아란 질병이 드문 선진국에 돌아가서 발병할 경우 초기에 치료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위독해지는 수도 있다는 등...... 귀동냥으로 예측컨데 아침식사를 함께 하고 있는 대부분이 우리처럼 이곳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단기로 방문 중이었다. 도대체 말라리아와 같이 무시무시하게 들리는 질병을 감수하고 우리 모두는 왜 이다지도 낯선 곳에 와 있을까?



keyword
이전 03화 오, 나의 집(Home Sweet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