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0일
귤 하면 생각나는 어릴 때 기억이 있어요. 저희 집은 귤박스를 베란다에 두곤 했는데요. 추운 날씨만큼 시원한 귤을 한 바구니 담아 거실에서 나눠 먹곤 했답니다. 따끈한 거실에 옹기종기 앉아 얇은 이불을 함께 덮고 귤을 까먹으며 티비를 봤었지요. 지금도 겨울이 되면 늘 집에 귤박스가 있지만 예전처럼 다 같이 모여 귤을 먹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어릴 땐 귤이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곤 했어요. 정말 손 끝이 노래지도록 바구니를 여러 번 리필했답니다. 요즘엔 그때만큼 손이 잘 가진 않아요. 하지만 없으면 아쉬운 녀석이에요. 뭔가 의무적으로 귤을 사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입이 심심할 땐 귤만 한 게 없죠.
사람들은 작은 귤이 달고 맛있다고 하지만 저는 적당하게 큰 귤이 좋아요. 너무 크지 않은 귤을 양쪽으로 잡고 껍질 채 잡아당기면, 귤이 반으로 예쁘게 까지거든요. 그리고 귤을 하나씩 떼어먹으면 세상 깔끔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나름 꿀팁)
저는 감귤뿐만 아니라 한라봉, 레드향 등 달달한 귤도 좋아해요. 확실히 비싼 만큼 맛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근데 한라봉 같은 껍질이 두툼한 것들은 더 손 끝이 노래지는 거 아시죠?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달콤함이에요.
어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친구 한 명이 오렌지 같은 크기의 귤을 주더라고요. (친구가 주면서 귤이라고 얘기해 줬어요.) 아무리 봐도 그냥 감귤은 아니었어요. 다음날 먹어봐야지 하고 식탁에 올려 두었는데, 귤 킬러 아들 녀석이 할머니랑 귤을 다 나눠먹었더라고요. 맛을 물어보니 그냥 맛있었다고만 하는데, 제 생각에는 천혜향이었던 것 같아요. (그저 귤의 종류가 궁금했을 뿐 먹지 못해 속상하진 않았어요. ㅎㅎ) 아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니, 올 겨울에는 큼지막한 다른 종류의 귤도 사서 먹어볼까 봐요. 근데 요즘 과일값도 너무 비싸요. 모든 게 다 금인 것 같아요.
오늘도 또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네요. 아들 녀석 맛있는 과일 먹이기.. 돈 많이 벌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