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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진 Apr 19. 2020

After Crisis #12 받침과 펼침

새로운 꿈을 꾸며 뉴 노멀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이런 질문은 상대는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애써 피하는 질문 중에 하나다. 혹시 질문을 받게 되면 ‘돈 잘 벌어 잘 먹고 잘 살면 되지’라고 툭 내던지는 정도일 것이다. 어쩌면 이런 질문 자체를 사치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 만하더라도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해 돈을 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빴고 의미가 있었으니까. 끼니를 걱정하던 시절에 무슨 거창한 꿈을 꿀 수 있었겠는가.  베이비붐 세대만 하더라도 어린 시절에 물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으니 그것이 불과 반세기 전의 일이지 않는가. 어찌되었건 간에 그렇게 우리 사회는 훌쩍 성장했다. 우리 스스로도 잘 알지 못했던 것을 이번 펜데믹이 우리는 물론이고  온 세계에 제대로 일깨워 주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같은 꿈이 무너지고 있다며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실제로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중소기업 심지어 대기업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앞으로 더 큰 파장으로 우리에게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경제적 타격을 극복하려면 특단의 조치들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급한 나머지 펜데믹 이전으로 되돌리려고만 한다면 기회를 잡지 못한 채 고통은 더 장기화 될 지 모른다. 이러한 경기침체는 구조적인 문제였고 펜데믹 이전에도 이미 진행되어 오던 것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구조적 변화는 펜데믹이 없었어도 극복해야 할 과제였던 것이다. 펜데믹이 변화를 재촉한 것 뿐이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원상복귀가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차분하게 ‘잘 먹고 잘 살자’는 의미가 앞으로도 유효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할 때다. 지금도 이 꿈이 전 세대가 공유하는 비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세대간 갈등이 갈수록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살아온 부모세대와 그렇게 실현된 사회적 자본 위에서 태어난 자식세대가 공존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지금의 손자세대는 할아버지 세대의 상상을 초월하는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그들에게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정도의 꿈으로는 결코 그들의 삶이 만족스러울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마치 굶주린 자와 잔뜩 배가 부른 자의 식욕이 같지 않은 것처럼 끼니를 걱정하던 세대의 꿈을 세계 10워 권의 경제력을 깔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 잘 산다는 의미는 잘 먹는 것이 아니라 잘 펼치는 것임을 사회가 인식해야 되는 것이다 부모세대가 어렵게 축적해 준 받침을 딛고 훨훨 날아 세상을 향해 멋진 가치를 펼치게 해 주어야 한다.


  만약 자식 세대가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나선다면 또는 대학은 포기하고 정말 하고 싶은 만화가가 되겠다고 한다면 아니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상관하지 않고 각자의 꿈을 실현하겠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부모가 그리고 이 사회가 그런 꿈을 지원하리라 생각하는가. 아마도 여전히 부모세대가 해 온 대로 잘 먹는 것이 잘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비율이 높을 것 같지 않은가. 


  이번 펜데믹을 겪으면서 더 이상 그런 꿈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점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학교에 학생들을 붙잡아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게 해서는 안된다. 인공지능에게 뒤쳐질 공부에 시간을 허비하게 해서도 안된다. 이제는 그야말로 능동적인 삶을 추구하도록 모든 인프라를 재구성해 주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자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런 꿈을 펼칠 수 있게 자원의 재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일단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면 결국은 퇴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기업은 우리 경제의 심장과도 같은 것이다. 이들이 멈추면 우리도 죽는다. 그러니 이들이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더 먼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재구성하는 것도 동시에 신경써야 한다.


   이런 꿈을 함께 꾸며 시급히 정교한 청사진을 만들어 다 함께 뛰어야 하는데 여전히 잘 먹고 잘 사는 일에만 몰두하며 급한 불을 끄는데 급급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인류를 위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겠다는 큰 꿈을 외면한 채 우리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우리 미래를 신명나게 할 수 있겠는가. 부자가 되었어도 한 푼 좋은 데 쓰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회가 여전히 과거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미 많은 젊은이들은 세계인들을 향해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 물론 그들의 탄생은 바로 우리 부모세대가 일궈놓은 사회적 자본을 깔고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부모세대는 받침이 없어 그렇게 할 수 없었지만 지금 세대는 훌륭한 받침이 딛고 더 멀리 뛸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소수가 아닌 우리 모두가 이런 받침을 딛고 뛰어 올라 더 높이 날아야  한다. 이러한 꿈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는 잘 먹기는 할지 몰라도 더 이상 잘 사는 우리는 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도 잘 사는 대한민국이 결코 될 수 없다. 한 때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가졌던 일본을 보라. 그들이 배부른 몸으로 이 지구촌을 위해 한 것이 과연 무엇이었나. 그들은 과연 지구촌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는가. 선진국이라는 나라들 대부분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을 선진국이라고 했지만 결코 그들은 그만한 대접을 받을 짓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펜데믹이 그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잘 먹고 잘 사는 것만 꿈꿔서야 되겠는가.



  이제 우리는 인류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하며 인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꿈을 꿔야 한다. 남들이 못하면 우리가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이미 베이비붐 세대는 찌들게 가난 하던 초등학교 시절에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라고 배웠다. 또한 막연하게나마 홍익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K-pop 등의 한류로 지구촌을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고, 이번에는 의료기술로 인류에 기여했다. 이미 단위 인구 당 가장 많은 선교사들이 전 세계에 파견되어 있는 독특한 민족이기도 하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런 사명 때문이 아닐 까 생각해 본다.


   사실 지금 우리 세대는 농업사회, 산업사회, 지식사회 그리고 지성사회의 모든 문화를 고스란히 압축해서 받아들인 유일한 세대이다. 예를 들어 손으로 젖을 짜는 방법부터 기계식 축산을 다 알고 있는 유일한 기술자들이 바로 한국의 축산기술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던 이 나라에서 농업과 산업 그리고 정보화에 이어 지성사회까지를 한 세대가 모두 경험했다는 것은 분명 우리에게 주어진 독특한 자산이다. 이번에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준 뛰어난 대처능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것도 선진국조차 아직 준비되지 않은 스마트한 인프라를 갖춘 덕분이었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므로 더 이상 잘 먹고 잘 살자는 꿈으로는 우리 스스로를 만족시킬 수 없다.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결코 되돌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이번 펜데믹에서도 드러났지만 생존 기반의 자립이다. 에너지, 식량, 물 그리고 방역, 의료 등의 자립기반은 향후 세계의 주무대가 4차원에서 학대될수록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그런데 석유없이 그것이 가능한가. 이 좁은 국토에서 식량자립이 가능할 것인가 등등의 의문이 제기 되겠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를 뒷받침하려고 수 많은 기술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것은 곧 지구의 지속가능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만약 이와 같은 생존기반이 독립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면 적어도 지구촌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우리만 갖추자는 게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 이를 전 세계에 보급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구촌은 공동체별로 튼튼한 받침을 갖추게 되는 것이며 그것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가 되어 지구촌을 이롭게 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이 창조되며 새로운 일자리도 엄청나게 만들어 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산업이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제품을 조금 수정하거나 개선하여 이 사업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홍익인간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늘 주장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스마트시티인 Siti를 실증하고 보급하는 것이 바로 지성사회라는 새로운 인류 문명의 받침이 되는 것이라 확신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앞으로의 세계는 주로 4차원 세계를 중심이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온라인 쇼핑, 온라인 교육 등등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70%가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그럴수록 3차원에서의 튼튼한 생존기반이 더욱 중요해 진다. 우리는 이런 인프라를 창조하고 이를 지구촌에 보급함으로써 홍익인간을 실천하는 훌륭한 민족이 될 수 있다. 또한 4차원 세계에서도 한류 등 다양한 컨텐츠로 어떤 민족보다도 멋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성사회의 새로운 받침과 펼침을 창조하는 멋진 대한민국을 꿈꾸며 이번 펜데믹을 극복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세계 1등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단지 잘 먹는 부자나라가 아니라 잘 사는 것을 보여주는 멋진 리더국가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함께 이런 멋진 미래를 향해 뛰어야 한다. 생각 만해도 가슴이 뛰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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