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하종 Jul 14. 2021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우리는 배고파진다

기후위기와 농업 그리고 식량위기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5월 전 세계 식량 가격이 1년 전보다 40% 올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요. 1년 전보다 옥수수는 88%, 대두는 73%, 곡물과 유제품이 38%, 설탕이 34%, 육류는 10%씩 가격이 올랐습니다. 


세계 식량 가격이 오른 주요 원인으로는 달러화 가치 하락, 바이오 연료 수요 증가, 동물 전염병 확산에 따른 살처분 등과 함께 기후위기가 꼽혔습니다. 특히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지난해부터 일부 국가에서 식량 가격은 더 올랐습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아리프 후세인은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여러 국가에서 식량 가격 상승률이 20%를 넘었다"라고 말했죠. 각국이 봉쇄에 들어가면서 식품 운송비가 늘어났고, 일부 국가는 경기 부양책을 펴면서 물가가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인도적 재앙’ 수준의 기근에 시달리는 전 세계 인구가 6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기근 바이러스 팬데믹’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쟁과 코로나19 대유행, 기후위기가 세계 식량난을 가중시켰습니다. 


옥스팜은 9일 ‘기근 바이러스 대확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전 세계 55개국의 1억5500만명이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보다 2000만명 늘어난 수치다. 특히 그 중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구는 52만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인 2019년 8만4500명보다 6배 늘었습니다.


  © PIXABAY


기후위기는 빈곤국의 식량난을 부추기는 근본적 배경입니다. 지난해 전 세계 가뭄, 홍수 피해액은 500억달러(57조4600억원)에 달합니다. 기후 위기 피해의 63%는 농업과 식량 생산 부문에서 생겼는데요. 올해엔 폭우, 홍수, 가뭄 등 400건에 달하는 기후 재난이 일어났고, 중남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주민 수백만명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지난해 동아프리카에는 전례 없는 사막 메뚜기떼 창궐로 수백만명이 식량난을 겪었습니다. 남수단은 지난해 폭우로 주민이 100만여명이 수해를 입었습니다. 남수단인 나가치바바는 “피보르로 피난을 가면서 집이 침수되고 염소는 도둑맞았다”면서 “몸에 걸친 옷 말고는 아무것도 없이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옥스팜은 “기후 변화에 가장 적은 영향을 끼친 빈곤국들이 기후 변화의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도 만만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전체 쌀 생산량은 감소했습니다. 벼 재배 기술의 향상, 농기계 발전 등이 전보다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을 늘렸지만, 기후위기 등으로 재배 면적이 감소해 전체 총생산량은 감소한 것입니다. 기후위기를 위한 노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RCP 8.5 시나리오에 따르면 2090년쯤엔 쌀 생산량이 40%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합니다. 


쌀뿐만이 아니라 다른 농작물들 역시 타격을 받는데요. 콩은 당장 2030년부터 고온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립식량과학원이 2050년쯤의 우리나라 온도 조건에서 콩을 직접 재배해본 결과, 콩 알갱이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과학원은 35℃가 넘는 기온이 지속되면 농작물들이 생장에 사용해야 할 유기물들을 호흡에 사용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생장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RCP8.5 시나리오에 따라 고온에 콩이 입는 피해일수를 연도별로 나타낸 것  © 국립식량과학원


현재 우리나라는 쌀, 보리 등을 주식으로 삼고 있습니다. 국립식량과학원에 따르면 밭은 비교적 정체 상태지만 쌀과 보리를 재배할 수 있는 논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쌀, 보리, 콩 등을 포함하고 있는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 역시 최근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5년간 식량 자급률을 보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데, 가장 최근 자료인 2019년은 45.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목표인 55.4%에 9.6% 미달된 수준으로 안정적인 식량 수급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재배 면적 등이 감소해 농업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면서 "품종 개량 등 기술 발전이 기후위기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생산량을 장담하기 힘들다"라고 말하는데요.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는 해외에서 식량 수입도 점점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경을 봉쇄하고 국가 간 무역이 어려워지는 팬데믹 상황에서 맞게 될 식량위기는 상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끔찍하네요.  


▲ 논벼 재배면적 감소현황  © 국립식량과학원



<참고 자료>

경향신문 : 세계 식량가격 1년 전보다 40% 급등···10년 만에 최고치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107061620011#csidx711022737dc60c48459db72831d363

경향신문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굶주리는 세계 인구 6배 증가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107091541001#csidx0f82708d706c033b0fc7fede1fa4150 

SBS : [취재파일] 지구 뜨거워질수록 우린 배고파진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26474

SBS : [취재파일] 기후변화로 농업 생산성 악화, 앞으로가 더 문제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326165&plink=ORI&cooper=NAVER

매거진의 이전글 기후위기가 불러온 열돔현상의 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