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좋은 건 서울로, 나쁜 건 지역이 감당케 할 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춥다고 인식되는 강원도의 기후변화 영향은 전국에서 매우 높은 편으로 폭염, 홍수, 한파 등의 다양한 극한기후 요인에 노출되어 있다. 2018년 강원도 홍천은 41.0℃를 기록하며, 국내 최고 기온 극값을 갱신하였고 인근의 춘천 역시 39.5℃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춘천지역에서 돌발 집중호우로 인해 경찰정, 행정선이 전복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무분별한 '경제개발'과 '성장주의'가 만들어낸 기후위기. 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혜택을 덜 받은 강원도는 기후위기에 매우 취약한 지역이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기후 현상은 경제력이 낮은 지역일수록 피해가 커지는 지역별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다.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2020년 기준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매우 낮은 16번째로(25.8%),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적응사업 지원을 비롯한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강원도는 폭염 취약계층인 65세 이상 인구 비율, 취약 주택인 단독 및 비주거용 건물도 많아 폭염 위험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특히 논ㆍ밭 등에서 일하는 실외 노동인구가 많은 농촌지역에서 그 피해가 더 클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강원도는 이미 2018년 기준 전력자급률이 184%에 이르렀지만 끊임없이 화력발전소, 원자력 발전소 등을 신규로 건설하려 하고,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기 위해 새로이 송전선로를 계획하는 등 에너지 문제로 인한 지역갈등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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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강원도는 10년 앞당긴 2040년 탄소중립을 공언했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인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언제, 어떻게 끌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도무지 시작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각 기업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와중에도 전국에서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계속되어 왔다. 탄소중립을 이야기할 뿐 정부와 기업은 막대한 온실가스를 내뿜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고성하이 1호기는 완공되어 지난 5월 14일 시험 가동을 시작했으며, 충남의 신서천화력은 6월 30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 순간에도 강원도에서는 강릉과 삼척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공사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 발전소가 앞으로 30년 동안 내뿜을 막대한 온실가스는 내버려둔채로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파리협정에서 정한 지구온난화 1.5도 방지를 위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세계적으로 2040년까지, OECD 국가의 경우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완전히 퇴출해야 한다는 게 기후과학의 경고다. UN은 2020년을 세계적으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시도를 끝내는 해로 만들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최근에는 IEA(국제에너지기구)마저 2050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이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퇴출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
현재 동해안은 GS 동해화력(595Mw 2기), 동서발전 동해(200Mw 2기), 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석탄화력(1,00Mw 2기) 등 6기의 3,590Mw 석탄화력발전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여기에 또 강릉안인에코파워(1,040Mw 2기), 삼척블루파워(1,050Mw 2기) 등 4기가 추가 건설 중이다. 앞으로 이 일대는 설비용량만 8,000Mw에 가까운 총 1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어 석탄화력발전소 숲이 될 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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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안인과 삼척 블루파워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현재 계획 중인 동해안~신가평선로 500KV 송전선로를 타고 수도권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전국의 초고압 송전탑 총 1,040개 가운데 32%인 334개가 강원도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전력은 또 새로운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경과대역 예정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울분을 삼키고 있다. 지금까지도 강원도 주민들은 석탄화력발전과 송전선로 때문에 건강피해, 재산피해, 농사피해, 환경파괴 등 수많은 피해와 고통을 감수해 왔다. 만약 서울 강남지역이었다면,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언제까지 좋은 건 서울로, 더럽고 위험한 것은 지역으로 보낼텐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이미 수도권매립지는 가득 찼고 농촌, 산간 지역에서 벌어지는 발전소, 송전탑 갈등은 끊이지를 않는다. 쓸모없는 폐기물은 서울 밖으로 밀어내고, 필요한 전기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미세먼지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에서 갈취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과 죽음으로 만들어진 값싸고 더러운 전기가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전기가 필요하다. 뜨거운 여름, 세계 도처에서 나타나는 이상기후로 인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더이상 녹색전환의 필요성을 부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후위기의 징후는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전환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지난 세월 화석연료를 마음껏 사용하며 성장의 단맛을 맛보고 있을 때 다른 한편에서는 아무도 들여봐 주지 않던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고 있던 이들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이다. 그것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의 첫 단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