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오는 말

by 김하종


벚꽃이 흩날리자

사람들은 한꺼번에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예쁘다

말했고

그 말은 금세

웃음으로 번져 갔다


나는 조금 늦게

꽃을 보았다


꽃은 밝았고

바람은 가벼웠다

막 피었다기보다

막 쏟아지기 시작한 것처럼

가지 끝마다

희끗한 빛이 흔들렸다



한때 이런 날이면

무슨 핑계라도 만들어

너를 불러냈을 테다


같이 걷자고

꽃이 예쁘다고

지금 보면 좋겠다고

그런 말을 하면서


이제 그 말들은

갈 곳을 잃고

입안에서만

몇 번이고 되돌아온다


나는 번번이

네가 있던 자리가 아니라

네가 지나간 뒤 남은 공기만 보았다


발끝에 스친 꽃잎 하나가

금세 길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저렇게 가벼운 것도

한번 떨어지고 나면

다시 가지로 돌아가지 못한다



분명 봄 한가운데 서 있었는데도

나는 끝내

예쁘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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