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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May 07. 2022

나의 피톤치드, 토요 등산 클럽.

혼자선 나약하게 끝났을 산행이, 여럿이 모이니 강인하게 이어지고 있다.


혼자는 나약하지만 여럿은 강인하다. 토요 등산 클럽을 시작하며 몸소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토요 등산 클럽은 고등학교 친구들 두 명과 만든 소모임인데,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게 주 활동이다. 30대가 되기 전에 '통통족'에서 벗어나는 게 주 목표이다.


일주일동안 샐러드를 먹는 날에는 단톡방에 사진을 올려 서로의 다이어트를 자극해준다. 그러다가 토요일 아침이 되면 잠에서 부시시 깬 모습일지라도, 고양이 세수를 하면서도, 함께 산을 오른다.


살도 빼고 체력도 기르고자 나홀로 오르던 산이었다.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왕복 1시간이면 산행을 끝낼 수 있는 코스였다. 혼자 에어팟을 끼고 오르기를 몇 번, 똑같은 길을 오르는 게 매번 재밌을 수는 없었다. '저번주는 갔으니까, 이번주는 좀 쉴까?' 하고 안 가기 시작하면 더욱 가기가 싫어졌다.


그 주도 등산을 가기 싫은 마음이 가득했던 주였다. 때마침 친구들과 만났고, 여느 때처럼 맛집을 가서는 연신 맛있다며 배부르게 먹을 땐 언제고, 카페만 갔다하면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라며 돌아가면서 메들리를 부르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 등산이 얼마나 성취감이 있고, 유무산소 복합 운동으로 얼마나 살이 잘 빠지는 지를 설명했고, 365일 다이어터 친구들을 산행 메이트로 쉽게 영업을 당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이지만, 아직까지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빠짐없이 모두 토요일마다 산을 오르고 있다.


어제도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약속에서 막걸리를 진탕 먹어버린 날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잘 준비를 마치니 이미 12시반이 넘은 시각이었고, 애인과의 간단한 전화통화 후 1시반에서야 잠에 들었다. 오전 07시 30분, 등산을 위해 맞춰둔 알람이 울렸고, 아아아아.. 너무 가기 싫었다.


나약한 정신 상태에도 불구하고, 양치를 하고 등산화를 신고 집 밖을 나서는 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보다 흥미로운 얘기를, 숨이 헐떡 거리면서도 나누며 산을 함께 오르는 친구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강인해졌다.


주말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산을 올랐다는 성취감은 산의 피톤치드처럼 내 정신을 맑은 공기로 정화해준다. 헉헉 거리면서도 정상에 오르고 나면 온몸에 혈액 순환이 뿜뿜돼서 내 몸을 견고한 나무처럼 건강하게 해준다.


혼자선 나약하게 끝났을 산행이, 여럿이 모이니 강인하게 이어지고 있다. 다만, 한여름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토요 등산 클럽은 토요 배드민턴 클럽으로 이름을 바꿀 계획 중이다. 무엇이든 함께라면 좋을 것이고, 함께라면 해낼  있을 것이다.



22.05.07

토요 등산 클럽 활동 후 쓰여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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