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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May 06. 2022

분주한 아침 풍경 속의 숨겨진 평화로움.

평화로운 아침의 분위기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아, 오늘 밤은 꼭 11시에는 잠에 들어야지.

사람이 수면시간 7시간은 지켜줘야지!’.


하지만 내 책상 위의 페이크 나무 재질의 중국산 플라스틱 디지털시계는 안타깝게도 매번 12시를 넘겨있다.


‘아니, 분명 9시 몇 분이었는데?!&?!()’.


서둘러 잠자리에 들어보지만, 이미 수면시간은 6시간을 채우지 못할 예정이다. 오전 6시 40분부터 5분 간격으로 각기 다른 알람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아직 반쯤은 무의식의 세계에 잠들어 있는 내 마음에서도, ‘아, 일찍 잘 걸.’ 하는 마음의 소리가 슬프게도 울려 퍼진다.


어찌어찌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보지만, 나 혹시 어젯밤에 누구한테 두드려 맞았던가. 온몸의 근육이 피곤하다고 아우성을 떤다. 그래도 어쩌겠나. ‘헙’하고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세우는 수밖에.


아직까지 쌀쌀한 아침 날씨이기에 소매가 긴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에어팟을 끼고 요즘 다시 빠진 노래, Lorde의 The Louvre를 재생한다. 둥둥둥둥, 일렉 기타의 사운드에 맞춰 문 밖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태양이 하늘을 오르기 시작한 시간, 문 밖을 나서면 온화한 공기가 얼굴을 감싼다. 약간은 서늘한 초여름의 바람이 손 끝을 지나간다. 둥둥둥둥, 노래의 2절이 시작될 때쯤이면, 내 몸에도 둥둥 에너지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건너편 파리바게트에서 풍겨오는 갓 구워낸 빵 냄새, 사거리에 질서 정연하게 신호를 기다리는 출근길의 자동차들, 요구르트 배달원 이모의 절도 있는 동작들, 경쾌한 발걸음으로 산책 중인 강아지들. 만두집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게 보이면 어느새 카페에 도착해있다.


밤의 고요함도 좋지만, 분주한 아침 풍경 속 숨겨진 평화로움도 좋다. 그것은 오감을 촉촉하게 만들어, 건조한 피로감을 사라지게 해 준다. 언제 피곤했냐는 듯 컴컴했던 카페의 불을 환히 켜고, 고소한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해본다.


출근길 동안 전달받은 에너지를 다른 이에게 나눠줄 시간이다. 매일 아침 라떼를 드시는 손님에게 맛있는 커피를 내려드려야지. 그렇게 손님이 전달받은 에너지는 또다시 다른 이에게 전달될 에너지가 되겠지. 평화로운 아침의 분위기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오늘 밤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지. :d


+) Lorde_The Lou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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