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녀는 이참에 효도 좀 하거라~
어버이날을 맞아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 고민하던 우리집 효녀인 내 동생, 그리고 동생의 뜻을 따르기만 할 계획이었던 우리집 불효녀인 나.
때마침 내 동생은 임영웅 님의 콘서트가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우리는 극악 무시한 경쟁률이라는 “임영웅 콘서트” 티켓팅에 착수했다.
“아, 귀찮아~” 하면서도 두목인 동생이 시키는 대로 터덜터덜 피씨방으로 향한다. 오른팔인 나는 피씨방 자리를 척척 고르고 결제까지 마친 후 두목을 자리로 안내한다.
내 동생은 정보수집에는 능하지만 정작 실행에는 맹한 편이라, 피씨방을 사용할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피씨방 아이디 번호를 자리 번호인 줄 착각하고, 의자 번호를 찾아 피씨방 열 바퀴를 도는 애가 내 동생이다.
동생이 싹싹 긁어모은 콘서트 티켓팅 꿀팁들을 모조리 강제 시청했다. 초단위 시계를 켜 두고 폰과 컴퓨터를 모두 세팅했다.
옆에서 갑자기 지진이 느껴진다. 혼자 긴장이란 긴장은 다 하고 있는 내 동생이었다. 반면 별생각 없던 나는 ‘되면 되고, 안되면 안 되는 거지~’ 하며, 유튜브로 태연의 킬링보이스를 시청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티켓팅이 오픈하기 1분 전에서야, 유튜브를 끄고 다시 한번 점검을 마친다. 티켓팅 오픈 3초 전, 내 동생은 이미 혼절 직전이었고, 나는 왜 저래 하며 초를 세고는 정각에 맞춰 들어갔다.
어마 무시한 숫자의 대기인원이 뜨며, 로딩 화면에서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잘 보이게 세워 둔 폰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동생이 보여준 영상대로 다른 창을 열어 다시 들어가고를 반복했다.
“안 들어가진다 엉엉 ㅠㅠ” 하며 내 상황을 살피던 동생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야, 네 폰!! 폰 뚫렸다!”
나는 얼떨결에 폰을 쥐고는 티켓팅을 시작했다. 매번 엉덩이를 걷어차는 동생 덕에 실행력은 좋은 나였다. VIP 자리로 두 좌석을 척척 고르고, 네이버 페이 결제 비밀번호 6자리를 눌렀다. 임영웅 콘서트 티켓팅에 성공했다.
동생은 환호를 질렀고 나도 덩달아 “오예!”했다. 무슨 운이 텄는지 나는 폰에 이어서 컴퓨터도 뚫려, 이 자리 저 자리 구경까지 했다. 우리는 이미 VIP 두 좌석, 그것도 옆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이만 컴퓨터를 종료하고 만족스럽게 집으로 향했다.
동생의 정보력과 나의 실행력이 합쳐진 극락의 티켓팅이었다. 효녀와 불효녀의 콜라보레이션은 역시 성공적이다. 하늘에서 불효녀는 효도 좀 하라고 내 폰을 뚫어준 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환상의 콤비로 자매를 빚어낸 부모님이 받는 복일 수도.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