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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May 11. 2022

임영웅 콘서트 티켓팅 성공! 효녀와 불효녀의 콜라보.

불효녀는 이참에 효도 좀 하거라~


어버이날을 맞아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 고민하던 우리집 효녀인 내 동생, 그리고 동생의 뜻을 따르기만 할 계획이었던 우리집 불효녀인 나.


때마침 내 동생은 임영웅 님의 콘서트가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우리는 극악 무시한 경쟁률이라는 “임영웅 콘서트” 티켓팅에 착수했다.


“아, 귀찮아~” 하면서도 두목인 동생이 시키는 대로 터덜터덜 피씨방으로 향한다. 오른팔인 나는 피씨방 자리를 척척 고르고 결제까지 마친 후 두목을 자리로 안내한다.


내 동생은 정보수집에는 능하지만 정작 실행에는 맹한 편이라, 피씨방을 사용할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피씨방 아이디 번호를 자리 번호인 줄 착각하고, 의자 번호를 찾아 피씨방 열 바퀴를 도는 애가 내 동생이다.


동생이 싹싹 긁어모은 콘서트 티켓팅 꿀팁들을 모조리 강제 시청했다. 초단위 시계를 켜 두고 폰과 컴퓨터를 모두 세팅했다.


옆에서 갑자기 지진이 느껴진다. 혼자 긴장이란 긴장은 다 하고 있는 내 동생이었다. 반면 별생각 없던 나는 ‘되면 되고, 안되면 안 되는 거지~’ 하며, 유튜브로 태연의 킬링보이스를 시청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티켓팅이 오픈하기 1분 전에서야, 유튜브를 끄고 다시 한번 점검을 마친다. 티켓팅 오픈 3초 전, 내 동생은 이미 혼절 직전이었고, 나는 왜 저래 하며 초를 세고는 정각에 맞춰 들어갔다.


어마 무시한 숫자의 대기인원이 뜨며, 로딩 화면에서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잘 보이게 세워 둔 폰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동생이 보여준 영상대로 다른 창을 열어 다시 들어가고를 반복했다.


“안 들어가진다 엉엉 ㅠㅠ” 하며 내 상황을 살피던 동생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야, 네 폰!! 폰 뚫렸다!” 


나는 얼떨결에 폰을 쥐고는 티켓팅을 시작했다. 매번 엉덩이를 걷어차는 동생 덕에 실행력은 좋은 나였다. VIP 자리로 두 좌석을 척척 고르고, 네이버 페이 결제 비밀번호 6자리를 눌렀다. 임영웅 콘서트 티켓팅에 성공했다.


동생은 환호를 질렀고 나도 덩달아 “오예!”했다. 무슨 운이 텄는지 나는 폰에 이어서 컴퓨터도 뚫려, 이 자리 저 자리 구경까지 했다. 우리는 이미 VIP 두 좌석, 그것도 옆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이만 컴퓨터를 종료하고 만족스럽게 집으로 향했다.


동생의 정보력과 나의 실행력이 합쳐진 극락의 티켓팅이었다. 효녀와 불효녀의 콜라보레이션 역시 성공적이다. 하늘에서 불효녀는 효도  하라고  폰을 뚫어준  아닐까 싶다. 어쩌면 환상의 콤비로 자매를 빚어낸 부모님이 받는 복일 수도.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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