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복을 미룰 게 아니라, 순간순간 행복하게 살아야 해요.
김신지 님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고, #1일1줍 순간수집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순간수집일기는 하루에 행복했던 순간을 찍고, 그에 관한 짧은 글을 남기는 식의 일기예요. 22년 04월 11일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어느새 한 달이 되어가네요.
첫날에 쓴 순간수집일기의 내용이에요. 낮잠을 자는 동안 살짝 올라간 몸의 온도를 식혀주는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지던 순간이었어요. 순간수집일기로 기록해두지 않았다면 기억 속에서 잊힐 순간이었겠죠. 이렇게 기록해둔 덕분에, 이 사진을 보면 그날 얼굴에 앉았던 바람의 촉감이 기억난답니다.
22년 04월 13일의 순간수집일기를 보면, ‘이맘때쯤 벚꽃잎이 거의 다 떨어져서 꽃길을 걷곤 했지’ 하는 기억이 떠올라요. 이 또한 기록해두지 않았다면, 이 날 벚꽃길을 걸었던 기억은, 내년 봄이 되어서도 완전히 잊은 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22년 04월 15일에는 행복한 순간이 세 번이나 있었던 모양이에요. 조그마한 솔방울들, 창밖으로 보이던 여름 하늘, 신호를 기다리며 마주한 베이비 블루색의 하늘, 이 모든 순간들은 의식하지 않았다면 모른 채 지나치게 되었을 테죠.
한 달 동안 순간수집일기를 쓰며,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함이 이렇게나 많았구나를 깨달았어요. 널어진 빨래들을 일직선으로 비추던 햇빛도 내게 행복함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죠.
이제는 도시의 회색빛과 각종 소음 속에서도 햇빛과 바람, 하늘과 나무가 눈에 먼저 들어오니,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의 눈과 귀를 쉬게 하는 방법을 찾은 거에요.
기록은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게 해 주고, 삶이 건네는 사소한 기쁨들을 알아챌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실.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中
우리는 행복을 미룰 게 아니라, 순간순간 행복하게 살아야 해요.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에 모여진 30장의 사진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적어도 이번 한 달 동안 내가 30번은 행복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무엇을 보고 느끼며 행복해하는지, '나'에 대해서도 더욱 알게 해 줬고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마다, 아침, 점심, 저녁의 시간마다, 집이든 밖이든 어떤 장소에서건, 앞으로도 계속해서 행복의 순간들을 수집해 볼 계획이에요. 계정에 1년 치의 순간들이 쌓인다면, 그것만큼 올 한 해를 행복히 살았다는 증거도 없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