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선택에 충실히 임하고, 그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지는 것.
확률적으로 틀릴 때도 있지만 나의 감을 믿고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지나간 선택에 대해서 크게 후회해본 적은 없다.
미련 없이 '이거다' 하면 그 길로 직행하는 편이다.
_아이유, 힐링다큐 '나무야, 나무야'에서.
아이유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어떤 선택을 후회했는가를 떠올렸다.
일단 당장 어제 매운 '김떡만(김말이, 떡, 만두)'을 선택한 것을 오늘 아침부터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후회했다. 이런 사소한 후회를 밀어두면, 인생에서 크게 후회하는 선택은 역시 '계속 하자.' 혹은 '그만두자.'의 선택이었다.
2016년 여름, 1년간 동거한 애인과 헤어지기 위해, 중국으로 도피성 유학을 떠났다. 도망친 곳에 낙원까지 있기를 바라진 않았지만, 도착하자마자 바퀴벌레 시체를 빗자루로 한가득 쓸어 담을 줄은 몰랐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어 외에는 어떤 외국어도, 영어도 한국어도 전혀 통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내가 간 곳은 중국 도심에서 꽤 떨어진 시골이었다. 툭하면 단수가 돼서 물도 잘 안 나왔고, 방에는 매트리스 하나 깔려있지 않았다. 같이 유학을 간 사람들 모두가 멘붕에 빠질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우리는 유학을 계속할 것인지, 그만두고 한국으로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다. 나와 같은 학교를 다니던 언니는 1~2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했고, 나는 그곳에서 계획했던 1년을 꽉 채우고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서 그 언니의 소식을 들었다. 언니는 중국 유학을 그만두기를 결정하고, 이미 휴학한 학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러고 바로 복학을 한 언니는, 나보다 학교도 한 학기를 더 수료한 상태였고,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까지 하고 있었다.
나는 중국어에 관심도 별로 없었던 터라, 중국 유학 1년 내내 중국어 공부에 소홀했다. 녹슨 기숙사 책상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만 많아졌다. 사범대로 편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중국에서 하라는 중국어 공부는 안 하고 편입시험 준비를 했다.
그래서 나는 사범대에 갔을까.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 해 편입전형이 새롭게 개편됐고, 나는 또다시 진로를 틀었다. 방학마다 쉴 수 있는 좋은 직장이라서 선생님이 하고 싶었을 뿐, 그런 얄팍한 마음가짐으로는 더 이상의 편입 공부도 진행되지가 않았다.
'만약 중국에서 유학을 그만두고 빨리 한국에 왔더라면..' 하는 후회가 크게 들었다. 그러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애초에 중국에 가지 않았다면..', '역시 동거는 하는 게 아니었는데..' 하는 후회의 연속이었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낭비한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니라, 내가 그 선택을 잘못된 선택으로 만든 것이었다.
중국에 남기로 선택했다면, 내 선택에 충실했어야 됐다. '지금이라도 한국에 돌아갈까.' 하는 어정쩡한 미련을 버리고, 내 선택에 책임을 졌어야 했다.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HSK 자격증을 딸 수도 있었고, 하다못해 중국에 살며 중국의 이곳저곳을 여행할 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고 회피성의 편입 시험 준비, 기숙사 방에 박혀서 한국 드라마 보기 등 시간을 낭비한 건 '그 선택' 때문이 아니다.
그건 바로 '나'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길에 미련 없이 직행하지 않고, 계속해서 뒤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가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보의 전진도 없이, 주변에 어수선한 발자국만 잔뜩 남긴 것이다.
지금의 나를 되돌아본다. '디자인'이라는 길을 선택해놓고, 또다시 그 길에 충실하지 않았던 건 아닌지. 다시금 내 선택에 책임을 져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 길로 직행해서 디자인 분야로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고 해도, 앞으로 또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혹은 퇴사를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어떤 선택을 하게 된대도 크게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선택에 있어 후회하지 않는 법을 아니까.
매 선택에 충실히 임하고, 그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지는 것. 이것만 잊지 않는다면, 그 선택은 과거로의 후회가 아닌 미래로의 진보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