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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Feb 18. 2022

공허함을 채우는 요리

나에게 집중하는, 은은한 단맛같이 충만한 시간들.


요즘은 소모임, 소개팅 앱, 오픈 카톡 등을 통해 가볍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방 안에 누워 손가락 하나만 밀어 움직이면 쉽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외로움과 공허함을 사람으로 편하게 채울 수 있으니 자꾸만 과자통을 힐끗거린다.


정성 들인 식사가 몸에 좋다는 건 알지만 과자는 늘 중독적이고 달콤하다. 지금 당장 배가 고프다는 핑계로 과자통을 열어, 사람으로 나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채웠다. 배는 빠르게 불러왔지만 헛배는 금방 꺼졌다. 다음날 아침은 더 허기가 졌고, 눈을 뜨자마자 허한 기분을 느꼈다.


제대로 된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건 어렵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장도 보아야 하고, 식재료도 다듬어야 한다. 급하다고 강불로 빠르게 익히면 겉만 타버리고 속은 익지 않는다. 과자보다 배로 느리지만 포만감은 오래 남는다. 더부룩함 대신 든든함이 생기고, 눈을 감아도 채워진 기분을 느낀다.


멍하니 과자를 입안에 욱여넣어 봤지만 텅 빈 과자 봉지만 내 곁에 남아, 공허함은 채워질 길이 없었다. 공허함은 설레는 감정, 달콤한 만남, 사람의 온기 같은 걸로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중히 재료를 고르고 지루한 칼질을 견디며 온전히 요리에 집중하는 순간만이 공허함을 채우는 길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기를 쓰고 나의 성장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어렵고 지루하고 힘들지만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해야할 일에 집중한다.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내 삶의 의미를 만들어나간다. 이렇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들만이 은은한 단맛같은 충만함을 내게 선사했다.


그래, 공허함을 채우는 요리란 오롯이 나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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