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을 피해 창문을 닫았다. 추운 게 싫다. 추위를 잘 버티지 못해서, 그래서 추운 게 너무 싫다. 이 긴 겨울이 싫다. 얼굴이 빨개져 후끈거리고 어지러워질 때까지 방 안에 보일러를 태운다. 그렇게 자꾸만 여름을 꿈꾼다.
나는 늘 이런 식이다. 뜨겁고 열정적인 삶을 바란다면서 보일러로 태워진 방 안으로 도망치는 삶. 아름다운 여름을 원한다면서 활활 타오르는 불로 뛰어드는 나방 같은 삶.
겨울을 버텨내야 여름이 오는 건데, 인내하는 시간이 있어야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건데. 목표를 피해 방 안으로 도망치고, 그 공허함을 채우려 사랑에 나를 태우고 죽어버린다.
창문을 닫아도 찬 기운이 새어 들어온다. 방 안의 온도로, 사람의 온기로, 창문에 서리를 만든다. 뿌옇게 눈앞을 가려보지만 창밖의 겨울은 사라지지 않았다. 덥혀진 공기만 나를 답답하게 했고, 건조한 사랑은 나를 상처 입혔다.
이제는 창문을 열어 찬 바람을 방 안으로 들여본다. 서리가 서서히 사라지고, 마음의 눈을 떠 겨울과 마주한다.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 들어온다. 머리가 맑아진다.
나는 겨울을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