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자아성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준 Feb 19. 2022

나는야 스물여덟 달팽이


나는야 스물여덟 달팽이, 언젠가 바다를 건너다니길 꿈꾼다. 현실은 졸업작품도 끝마치지 못해, 취업은커녕 대학 졸업도 허덕이는 이지만.


최근엔 용돈이라도 직접 벌어야 하니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스물여덟은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고 기뻤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기쁜 소식을 알렸는데, 돌아온  걱정 어린 시선이었다. 아차 싶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근사한 직장에 다니고 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고 애잔한 친구는 되기 싫었는데 괜히 말했다.


 애인과의 문제를 친구들에게 상담할 때도 똑같았다. 취준생 커플이었던, 나와  애인의 다툼은 직장인 커플인 친구들에게는 유치했을 것이다. 그냥 위로나 공감이 필요한 거였는데, 냉정한 쓴소리만 돌아왔다.  했다.  빼고는 모두가 안정된 사랑을 하며 결혼을 계획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미성숙하고 불쌍한 친구는 정말 되기 싫었는데.


이렇게 조급함과 열등감이 뭉쳐져 머릿속을 빙글빙글 굴러다니는 날이 있다. 그럴  등딱지 속으로 몸을 숨겨 현실을 외면하고 싶지만 그러지 말아야 한다. 이미 한번 해봤는데 현실은  틈을 타서  어지럽게  굴려버린다. 차라리 느리더라도, 기어서라도 앞으로 가야 한다.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사진앨범으로 들어가 비장의 짤을 꺼내본다.


https://m.yna.co.kr/amp/view/MYH20180729003900038


'침착해. 네가 가야할 곳에만 집중해야 .

다른 달팽이들은 신경쓰지 말고.'


달팽이 달리기 대회에서 달팽이 주인인 '제이미 피셔'씨가 본인의 달팽이를 응원해주는 모습이다. 귀여우면서 따뜻한 응원이 많은 '사람 달팽이(?)'들에게도 전해져 인터넷에서 꽤 유명해졌다. 나처럼 유리멘탈 달팽이에게도 큰 힘이 되었다.


달팽이 달리기 대회의 출발신호는 'ready, steady, slow!(준비하고, 꾸준하게, 느긋하게)'이다. 나만의 길을 가기 위해 공들여 준비하고, 힘들다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조급해지지 말고 느긋하게. 그렇게 가보는 것이다.


나는야 스물여덟 유리멘탈 달팽이,  바다를 건너다닐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허함을 채우는 요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