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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아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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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Feb 28. 2022

어둠 속에서도 성장하는 말차가 되어서

그때의 나는 밝았던 내 모습이 영영 스트레스로 죽어버릴까 봐 무서웠다.


눈썹 사이 미간 주름을 패이며 이유 없이 짜증이 난다.

물풍선을 먹은 듯 몸이 무겁고 갑작스레 눈물이 난다.


'아, 그날이 오고 있구나.

이참에 새로 생긴 디저트샵을 가봐야겠다.'


피곤한 다리를 질질 끌며 디저트샵으로 향했다.


문이 스르륵 열리며 보이는

가지런히 정리된 디저트들.

고소하고 달달한 향을 풍기며 나를 반긴다.


눈에 한가득 품고 있던

먹구름들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통통하고 초록초록한 '말차 르뱅 쿠키'!

내 눈을 반짝인다.


르뱅 쿠키는 뉴욕에서 쿠키로 유명해진

'르뱅 베이커리'에서 이름을 따온 쿠키이다.


식감이 확실히, 바삭하고 얇은 일반 쿠키랑은 다르다.

부드러우면서 쫀득하고, 부스러지지 않고 촉촉하다.


'음, 쿠키로 뉴욕을 정복할 만하네!'


거기다 말차의 쌉싸름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느껴진다.

문득 제주도 여행 중 들었던 티 클래스가 떠오른다.


말차는 녹차랑은 다르게 

‘차광재배'라는 것을 한다고 한다.


햇빛을 받아 쑥쑥 커야 할 차나무에게

햇빛을 차단시켜 버리는 재배법이다.


들으면서

'차나무가 스트레스 받아서 죽어버리면 어떡해..'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차나무는 죽지 않고 오히려 씩씩하게,

그 상황에 맞게 변화하며 성장한다고 한다.


차나무는 적은 햇빛으로도 광합성을 하기 위해

엽록소를 2배로 증가시킨다.


증가된 엽록소 때문에 녹차보다 말차가

더 초록빛을 띤다고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차에 쓰고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은 줄고, 대신 데아닌 성분이 많아진다.


데아닌은 차에 부드러움과 감칠맛을 내기 때문에,

녹차보다 말차가 더욱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갑자기 '말차 르뱅 쿠키'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쿠키를 와작와작 씹으면서 할 생각은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캄캄한 어둠이 눈에 드리워

'내가 너무 예민해지고 있다'

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인생에 햇빛이 비치지 않는 기분이었다.

춥고 어두운데 그 끝이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


그때의 나는 밝았던 내 모습이

영영 스트레스로 죽어버릴까 봐 무서웠다.


그런데 스트레스로 죽어버린 차나무가 없듯이,

지금의 나도 잘 살아있다.


아직 내 인생은 일조량이 적은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햇빛을 가려도 성장하는 차나무처럼 그렇게 꿋꿋이,

잘 살아가고 있다.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나를 잃지 않는다.

쌉싸름한 날도 있지만

부드러운 날도 곧이어 찾아올 거라는 걸 안다.


그렇기에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매일을 살아간다.


아직은 재배할 시기가 되지 않은 말차일 뿐,

진하고 부드러우며 감칠맛 가득한 말차가 될 테니까.


그렇게 좋은 말차가 되어,

쫀득하고 촉촉한 '말차 르뱅 쿠키'가 되어야지!


달달한 디저트를 먹으며 달콤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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