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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Mar 05. 2022

올봄엔 꼭 그랬으면 좋겠는데.

너도 나도, 어디에서든 삶에 치이지 않고,꼭 그랬으면 좋겠는데.


문밖을 나서자마자 입에서 저절로 

"춥다, 추워" 하는 날들이 드문드문 해졌다.


그러더니 어느 날의 고요한 아침,

눈을 떴을 땐 봄비 소리가 들렸다.


언젠가부터 집 근처에 털 상태도 좋지 않고, 

입도 불편한 길고양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안쓰러워서 밥을 가져다 놨는데,

주변 이웃분들이 고양이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셨다.

그래서 고양이를 마주했을 때만 밥을 눈치껏 주고는 치워버리고 했었다.


깨끗한 물과 사료를 챙겨주니

고양이의 털 상태가 좋아지는 게 눈에 보였었는데,


살을 에는 추위에 밖을 나서는 날이 줄어들고는

고양이 밥을 거의 못 챙겨줬다.


시간에 치여 정신없이 살다 보니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이제서야 잊고 살던 고양이가 마음에 피어난다.


부디 어디선가 추운 겨울을 잘 나서,

너도 봄비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는데.


온화해진 날씨에 산책도 하고 머리도 비울 겸 산책로를 걸었다.


어디까지 가야겠다는 목표도 없이

그냥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겼다.


얼굴로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정말로 봄이 왔구나.


하얗고 잘 정돈된 털의 강아지가 벤치에 앉아있다.

봄바람에 털을 살랑거리는 강아지의 표정이 편안하다.


풀숲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고양이를 떠올려본다.

꼭 그랬으면 좋겠는데, 올봄엔.


너도 나도, 어디에서든 삶에 치이지 않고,

꼭 그랬으면 좋겠는데.


봄비가 그치자 언제 추웠냐는 듯 따뜻해지는 것처럼,

우리도 언제 그랬냐는 듯 그렇게, 따뜻하게.


몸에 잔뜩 주었던 힘을 풀고 편안하게,

꼭 그렇게 살아가 보자, 올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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